□ 연외천과 동흥천을 따라 걷는 길
하영올레 3코스는 서귀포 시가지의 북서쪽, 천지연의 상류인 연외천과 정방폭포의 상류인 동흥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가끔씩 들리는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시냇가의 우거진 숲과 온갖 식물은 한 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주요 볼거리는 옛 홍로현의 흙담소나무길, 서귀포가 낳은 화가 변시지의 그림 정원, 전설이 끝없이 이어지는 지장샘, 오래된 녹나무, 그리고 서귀포 감귤농사의 시발점이 된 미장온주밀감의 후계목이 전해지는 면형의 집 등이다.
다른 코스와 마찬가지로 서귀포시청 제1청사에서 출발하여 솜반천 탐방로, 흙담소나무길, 변시지 그림공원, 지장샘, 면형의 집, 산지물 물놀이장, 동흥천 힐링길을 돌아오는 총 7.5km로 천천히 걸어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 솜반천 탐방로
서귀포 제1청사 북서쪽 귀퉁이에 하영올레 각 코스 출발과 도착점이 마련되었는데, 꼭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서쪽으로 난 길을 걸어간다. 제법 오래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지키고 선 서귀서초등학교 교문 앞을 걸어, 삼매봉이 보이는 곳에서 왼쪽으로 돌아 솜반천으로 내려간다.
호근천과 연외천이 만나는 곳에 솜반천 물놀이장이 마련되고 아래쪽으로는 걸매생태공원이 펼쳐진다. 서홍동 1223번지 일대에 여러 개의 소(沼), 향토수 14종 613그루와 야생화 13종 5만여 본, 피크닉장 두 곳과 여러 시설로 이루어진 솜반천은 ‘서귀포시를 환경친화도시로 만드는데 성공적인 사례로서 시민들의 생태계체험 공원’이란다.
카나리야자와 잎이 커다란 통탈목이 시야에 가득하고 며칠 전 흙탕물이 흘러넘치던 무지개다리 아래로는 맑은 물이 흘러 양 냇물이 합쳐진다. 이제 길은 오른쪽 연외천을 따라 이어지고 잘 다듬어진 공원 같은 길을 따라 걷는다. 냇가엔 자귀나무가 분홍빛 꽃을 수줍게 내미는데, 참빗살나무와 벚나무 아래로 하귤처럼 커다란 귤나무가 커다란 열매를 매단 채 다시 새로 작은 열매가 맺히는 중이다.
□ 잘 가꾸어진 텃밭
문화재보호안내문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제주도무태장어서식지 지정구역이란다. 이곳이 천지연 상류지역이어서 그럴 만도 하지만, 천연기념물 제258호로 지정되었던 무태장어가 수입되거나 양식해 식용으로 판매되면서 2009년 6월 9일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무언가 허전하다.
이곳의 나무들은 종류가 다양하다. 지금은 온갖 나무가 잎이 펴져서 늘푸른나무와 낙엽수 구분이 안 되지만, 그 중엔 참식나무와 종가시나무, 천선과나무, 푸조나무가 많이 보인다. 심어놓은 담팔수나 먼나무도 그렇지만 어느 한쪽에 녹나무를 모아 심었다. 공터엔 칡덩굴이 한껏 푸르러 마음껏 퍼져 있다.
잠시 커다란 귤나무 비닐하우스가 나오고 돌아 동네 골목길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공터에 조성된 텃밭의 도라지꽃이 환하다. 옥수수도 여물어가기 시작하고 돼지감자, 땅콩, 대파, 가지, 고추, 참깨, 고구마, 호박, 토란까지…. 참 살뜰하게도 가꾼다.
□ 흙담소나무길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오른쪽 흙담솔로로 들어가 본다. 커다란 노송들이 일엽초를 매단 채로 서 있다. 서홍 올레8경 중 제3경에 속하는 흙담솔은 1910년 경 고경천 진사에 의해 심어진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홍로현(烘爐縣)이었던 마을 자체가 화로 모양으로 화재가 잦아 ‘불은 물로 재운다’는 풍수의 이치에 따라 ‘둑(흙담)을 쌓고 물이 고이도록 크게 자라는 소나무를 심어 상합을 이루도록 하였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운후한 기품을 풍기는 이곳은 2002년에 전국에서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소나무 재선충 방제를 잘한 덕인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데, 아름답게 전정을 하여 손질한 모습이 갓 이발한 어르신 같다. 그 아래로 화단을 꾸며 털머위가 흙을 가렸고 때맞춰 아가판서스 꽃이 산뜻하게 피어났다. 띄엄띄엄 길게 늘어선 소나무들이 오래된 전통을 지닌 마을임을 증명해준다.
□ 먼나무가 있는 풍경
길을 따라 얼마 안 가 중산간 동로가 나타나고 서홍교를 건너 횡단보도를 지나면 왼쪽으로 서홍 생태놀이터 ‘아이뜨락’이 나타난다. 이 놀이터는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서귀포시에서 조성한 곳으로, 자연재료를 이용한 놀이와 생태체험학습 및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평상시에는 화장실과 급수시설이 있어 여행객이 쉬어가는 곳으로 이용된다. 운동시설과 여러 가지 어린이 놀이시설, 정자까지 마련돼 있다.
거기서 북쪽으로 나서면 커다란 먼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섰다. 수고 9.5m, 가슴둘레 2.5m로 팽나무나 느티나무처럼 웅장한 멋은 없으나 수령 200년은 족히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홍동을 지키는 영험 있는 이 신목(神木)은 마을 보호수이며 국내 제일의 먼나무 노거수이다. 또 서홍올레 8경 중 제4경에 해당된다. 앞에 세워 놓은 문상금 시인의 시판(詩板)이 모처럼 감성을 불러낸다.
‘우리집 앞/먼나무//그것은 이백년 수령의/ 굵고 강인한 뿌리를 내린/ 거인(巨人)// 매일 푸른 꿈을 키우는 먼나무는/ 무념무상의 한 그루로 싹을 틔워/ 한라산 어느 자락에서/ 고요히 살고 팠는데,/ 온몸에/ 울퉁불퉁 옹이들// 젊은 날 미처 꽃이 되지 못했던/ 가장 여렸던 부분들이/ 슬픔으로 터져나온/ 흔적들// 새들이 머물다 가는/ 푸르고 깊은 그늘 속// 먼나무는 보물처럼/ 수만의 빨간 열매들을 매달았다.// 바람 부는 날/ 나도 가끔 먼나무 그늘에/ 마음 한 자락 부려놓고// 세상 속으로/ 걸어간다.// 푸른 꿈/ 품고’ - 문상금 ‘서홍동 먼나무’ 모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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