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주왕산과 내연산의 폭포

김창집 2011. 8. 22. 01:21

 

지난 주말, 2박3일 동안 경북 북동부지역에

답사 다녀왔다. 주제는 작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 양동 두 민속마을인데 지루할까봐

주왕산을 끼어 넣었는데, 내친 김에 내연산까지

다녀 온 것이다.

 

주왕산은 경북 청송군 무동면에 소재한

높이 721m의 산인데, 산은 그리 높지 않으나

산세가 아름다우며 곳곳에 기암절벽이 솟아 있어

경북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곳으로, 제1,2,3폭포로

이름 지어진 3개의 폭포가 있다.

 

내연산(內延山)은 경북 포항시와 영덕군에 걸쳐있는

높이 930m가 되는 산으로 경북의 금강산이라고 일컬어지는

갑천계곡은 상생폭(相生瀑), 관음폭(觀音瀑), 연산폭(燕山瀑) 등

높이 7∼30m의 12개의 폭포와 신선대(神仙臺), 학소대(鶴巢臺) 등

높이 50∼100m의 암벽, 깊이 수십 척의 용담(龍潭) 등 심연(深淵)

및 암굴(岩窟), 기암괴석 등이 장관을 이루는 경승지이다.

    

 

  

 

♧ 폭포의 노래 - 김명희(惠園)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물줄기는

흘러내리고

 

넓은 비단폭 속에

오늘의 세상이 살고 있다

 

공해에 젖은 눈으로

또다시 보아도

보이는 것은

일상의 파편뿐

 

물살에 실려 가는

바람 때문에

부서지는 나의 분신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줄 수가 없어

 

흔들리는 것은 사념뿐이다

 

  

 

♧ 나는 폭포처럼 그곳에 - 정세일

 

나는 폭포처럼 그곳에 섰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도록

나는 벼랑 끝에서 떨어지는

폭포처럼 그곳에 섰습니다

봄이 떨어집니다

바람이 떨어집니다

나는 벼랑 끝에서 간신히 생각의 나뭇잎들을

붙잡고 있습니다

 

나의 부질없는 생각들이

물방울처럼 흩어지면서 아래로

떨어집니다

바위로 이루어진 웅덩이 속으로

떨어진 나의 생각들은

웅덩이 물 속에 갇힙니다

웅덩이 속에 입김을 불어넣는

바람이 있어

나의 생각들은 소금쟁이가 맴돌듯

둥글게 원을 그리며 웅덩이 속에서 돌고 있습니다

 

훌훌 껍질을 털어 버린

나의 생각들은 물구덩이 속에서

자신의 속살이 비치도록

이가 시린 하얀 물속에서

흩어져서 조각이 된 생각들을

모으느라 물속이 파랗게 깊어지고 있습니다

파아란 하늘조각이 깨어진 채 흔들리는 물속

 

부질없는 생각들을 흘러서

넘치고 싶지만

너무 깊이 잠긴 생각들이

돌처럼 뭉쳐져서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 깊은 곳에서만

나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나는 그 깊은 물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 폭포 - 장미숙

 

가파른 산등 타고 오름

그대 심연 맑은 기도로

뿌연 영혼 씻으려함을

 

쩌렁쩌렁 계곡 흔드는 소리

바닥을 치는 울림이라니

 

노래로 흘러 살아도

맺힌 말 다 쏟지 못하면

가슴 막는 언어들은 어디

더 높은 낭떠러지 노래부를까

 

숲길을 차마 돌지 못하고

울음 안에 멈춰서니

그대 나를 울어주었는지

 

무하유

마음은 하늘에

몸은 산 위를 날갯짓하네

 

  

 

♧ 폭포 - 강초선

   

추락이 어둠인 줄 알았지

어둠이 토하는 마지막 비명인 줄 알았지

어둠은 또 다른 빛이었고

추락은 수직의 상승이었다

 

추락하는 것에는 앞과 뒤, 사방이 없다

거미줄 헝클어진 기억조차

물방울 말갛게 지워버리는

벼랑 끝에 서면

앞과 뒤, 사방을 지워버린

그 자리

점 하나가 있다

 

점 하나 수직의 추락은

부서진 세포의 투명한 물방울 원을 그리기 위함이다

점 하나의 원,

둥근 원 속의 점 하나

 

수세기 사방이 찍어내는 사방연속무늬였고

앞과 뒤, 거미줄에 걸린

바람의 시퍼런 등짝 위

앞과 뒤, 사방이 없는 사방을 만들기 위함이다

  

  

    

 

♧ 폭포 - 오세영

 

흐르는 물도 때로는

스스로 깨지기를 바란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끝에서

처연하게

자신을 던지는 그 절망,

사람들은 거기서 무지개를 보지만

내가 만드는 것은 정작

바닥 모를 수심이다.

굽이치는 소沼처럼

깨지지 않고서는

마음 또한 깊어질 수 없다.

봄날

진달래, 산벚꽃의 소매를 뿌리치고

끝 모를 나락으로

의연하게 뛰어내리는 너

폭포의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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