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꽃을 멀리서 보면
하얗게 나비가 날아든 것처럼 보인다.
중산간 오름부터 높은 곳에 있는 오름까지
그 분포가 넓고 개체수가 많다.
가을이면 예쁜 열매까지 맺어
우리를 즐겁게 하는 나무다.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키는 10m 정도 자라고 가지들이 층을 이루며 달린다.
잎은 마주나고 4~5쌍의 잎맥이 양쪽으로 나오며,
잎 뒷면에는 털이 밀생한다.
꽃은 6월 무렵 가지 끝에 무리져 피는데
둥그렇게 만들어진 꽃차례에 4장의 꽃잎처럼 생긴
흰색 포가 꽃차례 바로 밑에 십자 형태로 달려
꽃차례 전체가 마치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열매는 10월에 붉게 익어,
꽃받기가 씨를 감싸는 과육으로 자라는데,
맛이 감미로워 날것으로 먹을 수 있다.
♧ 산딸나무 - 김승기
하늘마저 타버리는 유월 한낮
북한산을 오른다
예전에 만났던 바위말발도리
오늘도 볼 수 있을까
마음 부풀어
홀로 오르는 길
발밑에선 남산제비꽃이 짙은 잎을 띄우고,
오월 하늘 꽃 자랑하던
팥배나무 노린재나무는 꽃을 지운 채
좌우로 늘어서 있고,
쪽동백도 콩알 같은 열매를
총총히 달고서 반기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바위말발도리는 보이지 않고
덜꿩나무만 휑뎅그렁하게 서 있네
못 보면 또 어떠랴
땀 흘리며 찾아온 욕심인걸
병꽃나무도 마음을 비웠는데,
나도 그리움 비우고
그렇지, 그렇게
유유자적하는 발걸음
그러는 내 모습을 멀리서
산딸나무가 하얗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 순례자 - 권순자
저녁이 되면 낯선 마을 처마 밑을 맴돌지요
달빛이 휘영청 길을 열어주지만
길도 추워서 바람이 머물지 않지요
한 몸 뉠 곳 없는 고양이
주뼛주뼛 처마 밑을 서성거리지요
흙에 묻힌 역사는 다시 살아 되풀이 되는데
창백한 꽃들이 달빛에 파랗게 질려 떨고 있는데
어둠이 왜 자꾸 짙어만 가는지
꽃들의 잔기침 소리, 목울대를 흔드는 소리 어느 새
길고 가늘게 뻗어 밤안개로 피고 있어요
안개끼리 기침하고 있어요
뿌연 고통의 뿌리들이 사방에 퍼지고 있어요
제 가슴 두드리는 넝쿨손, 허우적허우적
반짝이는 푸른빛들이 날카롭게 허공을 조각내는 한밤
앞서간 순례자들이 뼈를 이어
하늘로 다리 놓고 있어요
♧ 오월 어느 날 -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꽃 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 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자
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 저물녘 -김경윤
산딸나무 그림자 흑염소처럼 밭두렁에 서성인다
콩밭 매는 어머니 등이 호미처럼 굽었다
호미 끝에 묻어나는 흙빛 같은 저 손 좀 봐라
한 가계(家系)를 지탱해온 고단한 내력이
그 손바닥에 장편(掌篇)처럼 새겨져 있느니
산딸나무 잎새에 일렁이던 햇살 한 자락
설핏 어머니 굽은 등에 어둑어둑 얹히는 저물녘
밭둑에 메어 둔 새끼염소 먹먹한 울음소리
황포(黃布)자락 같은 하늘 끝을 메헤메헤 말고 있다
♧ 요즘 내가 궁금한 것들 - 최원정
가평에 있는
곤줄박이 어미새가
하필이면 렌지후드 틈난 곳에
둥지를 틀어놓고, 새끼들 걱정에
재재재재 우는 것
자주달개비가 아침이면
보랏빛 얼굴로 피어나
하루종일 방글거리며 웃다가
저녁만 되면 다시 초록 봉오리로
자취를 감추고마는 속사정
엊그제, 그 뻐국이는
하루종일 울고도 모자라
달빛 아래에서
밤새도록 울어야 했던 사연
산딸나무 꽃이
하늘을 향해 피는
어쩔 수 없는 이유
그리고 또 하나
그 사람 안부
♧ 비가 1 - 장진숙
꽃산딸나무
꽃잎과 꽃잎 사이
와글와글 소란한 햇살 아래
어둠이 동그마니 또아리 튼 눈먼
그대 불러 두견주를 따르면
취기 속 시린 가지마다
무수히 돋아나는 초록 잎사귀들
그대 잎 잎의 고샅길 따라
무너진 돌담 너머 쑥대밭
베어진 그루터기마다
상처들의 옹이가
저마다의 울혈로
희디흰 상여 꽃을
다시 피우는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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