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산딸나무꽃은 나비처럼

김창집 2012. 5. 26. 00:04

 

산딸나무꽃을 멀리서 보면

하얗게 나비가 날아든 것처럼 보인다.

 

중산간 오름부터 높은 곳에 있는 오름까지

그 분포가 넓고 개체수가 많다.

 

가을이면 예쁜 열매까지 맺어

우리를 즐겁게 하는 나무다.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키는 10m 정도 자라고 가지들이 층을 이루며 달린다.

잎은 마주나고 4~5쌍의 잎맥이 양쪽으로 나오며,

잎 뒷면에는 털이 밀생한다.

 

꽃은 6월 무렵 가지 끝에 무리져 피는데

둥그렇게 만들어진 꽃차례에 4장의 꽃잎처럼 생긴

흰색 포가 꽃차례 바로 밑에 십자 형태로 달려

꽃차례 전체가 마치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열매는 10월에 붉게 익어,

꽃받기가 씨를 감싸는 과육으로 자라는데,

맛이 감미로워 날것으로 먹을 수 있다.  

 

 

♧ 산딸나무 - 김승기

 

하늘마저 타버리는 유월 한낮

북한산을 오른다

 

예전에 만났던 바위말발도리

오늘도 볼 수 있을까

마음 부풀어

홀로 오르는 길

발밑에선 남산제비꽃이 짙은 잎을 띄우고,

오월 하늘 꽃 자랑하던

팥배나무 노린재나무는 꽃을 지운 채

좌우로 늘어서 있고,

쪽동백도 콩알 같은 열매를

총총히 달고서 반기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바위말발도리는 보이지 않고

덜꿩나무만 휑뎅그렁하게 서 있네

 

못 보면 또 어떠랴

땀 흘리며 찾아온 욕심인걸

병꽃나무도 마음을 비웠는데,

나도 그리움 비우고

그렇지, 그렇게

유유자적하는 발걸음

 

그러는 내 모습을 멀리서

산딸나무가 하얗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 순례자 - 권순자

 

저녁이 되면 낯선 마을 처마 밑을 맴돌지요

달빛이 휘영청 길을 열어주지만

길도 추워서 바람이 머물지 않지요

한 몸 뉠 곳 없는 고양이

주뼛주뼛 처마 밑을 서성거리지요

 

흙에 묻힌 역사는 다시 살아 되풀이 되는데

창백한 꽃들이 달빛에 파랗게 질려 떨고 있는데

 

어둠이 왜 자꾸 짙어만 가는지

꽃들의 잔기침 소리, 목울대를 흔드는 소리 어느 새

길고 가늘게 뻗어 밤안개로 피고 있어요

안개끼리 기침하고 있어요

 

뿌연 고통의 뿌리들이 사방에 퍼지고 있어요

 

제 가슴 두드리는 넝쿨손, 허우적허우적

반짝이는 푸른빛들이 날카롭게 허공을 조각내는 한밤

앞서간 순례자들이 뼈를 이어

하늘로 다리 놓고 있어요   

  

  

 

♧ 오월 어느 날 -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꽃 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 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자

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 저물녘 -김경윤

 

산딸나무 그림자 흑염소처럼 밭두렁에 서성인다

콩밭 매는 어머니 등이 호미처럼 굽었다

 

호미 끝에 묻어나는 흙빛 같은 저 손 좀 봐라

한 가계(家系)를 지탱해온 고단한 내력이

그 손바닥에 장편(掌篇)처럼 새겨져 있느니

산딸나무 잎새에 일렁이던 햇살 한 자락

설핏 어머니 굽은 등에 어둑어둑 얹히는 저물녘

 

밭둑에 메어 둔 새끼염소 먹먹한 울음소리

황포(黃布)자락 같은 하늘 끝을 메헤메헤 말고 있다    

 

 

♧ 요즘 내가 궁금한 것들 - 최원정

 

가평에 있는

곤줄박이 어미새가

하필이면 렌지후드 틈난 곳에

둥지를 틀어놓고, 새끼들 걱정에

재재재재 우는 것

 

자주달개비가 아침이면

보랏빛 얼굴로 피어나

하루종일 방글거리며 웃다가

저녁만 되면 다시 초록 봉오리로

자취를 감추고마는 속사정

 

엊그제, 그 뻐국이는

하루종일 울고도 모자라

달빛 아래에서

밤새도록 울어야 했던 사연

 

산딸나무 꽃이

하늘을 향해 피는

어쩔 수 없는 이유

그리고 또 하나

그 사람 안부   

 

 

♧ 비가 1 - 장진숙

 

꽃산딸나무

꽃잎과 꽃잎 사이

와글와글 소란한 햇살 아래

어둠이 동그마니 또아리 튼 눈먼

그대 불러 두견주를 따르면

취기 속 시린 가지마다

무수히 돋아나는 초록 잎사귀들

그대 잎 잎의 고샅길 따라

무너진 돌담 너머 쑥대밭

베어진 그루터기마다

상처들의 옹이가

저마다의 울혈로

희디흰 상여 꽃을

다시 피우는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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