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장마 속에 피어난 백합

김창집 2013. 6. 18. 07:17

 

도시 골목의 어느 집앞 조그만 화단에

새하얀 백합이 피었다.

집 주인 할머니가 심어놓은 이 꽃은

우중충한 도시의 골목을 하얗게 밝히면서

이게 그 순결을 나타내는 백합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꽃가게엔 온갖 빛깔의 백합이 있어 

울긋불긋 제색을 뽐내는데,

그 이름에 걸맞게

깨끗하게 피어난 백합꽃.  

 

 

♧ 백합의 미소 - 槿岩 유응교

 

그대가 때때로

고단한 몸으로

병상에 누워 있을 때

백의의 천사가 되어

조용히 그대 곁에 있는 시간이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그대가 때때로

외로운 몸으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

하얀 미소를 보내며

정겹게 그대 곁에 있는 시간에

저는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그대가 때때로

즐거운 맘으로

창가에 서서 노래를 부를 때

저도 한껏 가슴을 열어젖히고

나팔을 불 수 있는 제 모습에서

저는 삶의 기쁨을 누립니다.   

 

 

♧ 백합 향기 - 권달웅

 

버스가 화원 앞 정류장을 지날 때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백합 한 다발을 안고 올라왔다.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본다. 새하얗게 언 차창으로는 앙상한 플라타너스가 지나가고 버스에 탄 몇은 쿨룩거린다. 갑자기 버스 안은 백합 향기가 난다. 작업복을 걸친 젊은이가 일어나 노인을 부축한다. 콩나물 봉지를 든 아주머니가 흐뭇하게 웃는다. 그 아주머니를 보고 책가방을 든 학생이 웃는다. 나는 그 학생을 보고 웃는다. 변두리로 가는 버스에는 앙상한 플라타너스가 흔들리고 고단한 몇은 웃는다. 누구에게 주려는 백합일까. 밖은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부는데 버스 안은 온통 백합 향기로 가득하다. 

 

 

♧ 백합 - 정윤목

 

먼 세월 훗날에도 그리워할 흰빛 순수의 꽃이여

여름빛 걸쳐입고 도도히 자태 드높이는 고결한 꽃이여

하나의 지조 단아함 드리우고 키 높이 자라

무시로 연주하는 꽃열음

마음 기울일 때

익숙한 여심 그대 더불어 먼 곳 응시하네

 

그윽한

향 깊고 진하게

정면으로

도도히 세상 마주 본

하이얀 감격

트럼펫 음파

그대와 나

존재의 값, 유독 세우며

잔잔히 떨고 있네

꽃 앞에서,   

 

 

♧ 부활한 당신 - 박인걸

 

죽음만큼 두려운

절망이 에워싼 가슴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와

희망의 커튼을 열어준 당신

 

거친 바람 휘몰아치는

기댈 곳 없는 들판에서

못 자국 난 당신 손길이

나의 등을 떠밀어 줄때

 

가슴 속에는 기쁨의 샘이 솟고

눈앞에는 비둘기가 날고

백합꽃 진한 향기가

심장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정녕 부활한 당신은

사람들 숲을 헤집으시며

방황하는 자들에게 지금도

희망을 선물하고 계십니다.   

 

 

 

♧ 나의 마음에 새기는 그 순결함 - 정세일

 

그녀의 미소는 백합처럼

맑고 청초하여 아침에 내리는

이슬조차 눈이 부셔

언제나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한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나는 아침이슬이라고

생각을 늘 합니다

 

나의 하얀 가슴에

새 길 수밖에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에

나는 그녀의 미소를 볼 때마다

나의 가슴속에 징과 망치를 두드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나의 돌 같은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조각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나의 겉모습이 부서져 내리고

나의 부끄러운 모습이 보이는데도

나는 나의 마음에

그녀의 미소를 조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마음에 새겨지는 그녀의

아름다운 그 미소

나에게 부끄러움이 있어도

오히려 그 부끄러움으로 인하여

나는 나의 마음속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이제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미소는 정말아름답습니다

순결한 그미소

그녀는 바로 새벽에 꽃잎을 연

순결한 백합입니다

내 마음에 넘치는 그녀의 그 아름다움

나는 순결한 마음으로

그녀의 아름다움을 나의 마음에

영원히 새기는 조각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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