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선생의 ‘산도화’는
너무나 잘 알려진 시다.
하지만 한자로 따지면 산복숭아꽃인데
산복숭아는 사전에 안 올라 있다.
개복숭아, 돌복숭아도
그냥 얘기로는 통하는데
사전엔 없다.
요즘 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인데
그리고 요즘 들어 효소를 담는다고
너무 잘 알려졌는데, 진짜 이름이 뭔가?
지금 우리집 조그만 터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뜰(?)에 지금 한창 피어나고 있어
나무에 올라 방금 찍은 따끈따끈 한 꽃이다.
♧ 산도화는 피였건만 - 윤정강
붉은 꽃잎에 기워진 달
섬섬옥수 펴 닿으면
임의 팔 베게 마냥 좋아라
마당같이 넓은 가슴이
산을 만든다
한 올 두 올 퍼올리던
그리움의 잔영이
산도화 꽃잎에
기쁨으로 남겨 두고
치마폭에 꽃잎
펄럭이며
떠난 듯 다시 필 것을
엷은 손수건 겹으로 쌓여
박힌 흔적들
산도화 입술 벙글며
붉게 피는 그리움.
♧ 나비야 청산가자 1 - 홍문표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가자
하늘하늘 옥색치마
자주빛 꽃댕기
아직도 손끝에 파닥이는
그날의 부끄러움
스물다섯이었지
우리는 뜨거운 가슴이었지
너의 순진한 눈시울에
나는 몇 번이나 죽음을 약속하며
가난한 마음 하나
푸르른 날개를 달고
아
새벽처럼 달리던 숲길이었지
종달새 지저귀는 들길을 지나
두견화 손짓하는 언덕을 지나
산도화 피멍든 곷잎을 뿌리며
바람처럼 달리던 푸른 언덕길
이슬처럼 영롱한
내 가슴 속의 진주
그 맑고도 황홀한 순결의 날개를 펴고
오색빛 고운 햇살
그 선연한 빛깔 사이로
달려오던
네 아련한 기억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가자
♧ 影池영지에서 - 최진연
지금 내 눈에는
千年천년 전 돌탑이
고운 연두색
세월의 물때 옷을 입고 섰네.
일곱 자 명주 수건
자라는 물풀 사이로
달빛 싸라기들은
하얀 살점으로 떨어지고
번뜩이는 눈빛, 釘정 끝에서
돌조각으로 떨어지네.
말기(?) 속에 갇힌 사랑을
두견새가 울어
토함산 기슭을 흥건히 적시고
山桃花산도화의 눈은
붉을 대로 붉어 있네.
해는 아직
캄캄한 동해 바닥
배를 깐 龍女용녀 이빨에
단단히 물려 있고
♧ 개복숭아나무 - 문태준
아픈 아이를 끝내 놓친 젊은 여자의 흐느낌이 들리는 나무다
처음 맺히는 열매는 거친 풀밭에 묶인 소의 둥근 눈알을 닮아 갔다
후일에는 기구하게 폭삭 익었다
윗집에 살던 어럼한 형도 이 나무를 참 좋아했다
숫기 없는 나도 이 나무를 참 좋아했다
바라보면 참회가 많아지는 나무다
마을로 내려오면 사람들 살아가는 게 별반 이 나무와 다르지 않았다
♧ 내려라 꽃 비 - 기청
내려라 꽃비 내려
화안한 세상 길목
아픈 곳 어루만져 씻어도 헐벗은 땅
한바탕 굿거리장단
신명도 불러와서
내려라 꽃비 오는
이 강산 아린 여울
산벚나무 개복숭아 꽃 어깨춤 들썩이며
어울려 질펀한 육자배기
흠뻑 젖어 가는 봄.
♧ 행복하였을까 - 김흥기
두어 마지기 산 비알 논 물 대다가
여름 찬밥에 물 말아서 얼갈이 신 김치 마셔대고
찰옥싯기 대공이 뭉게구름 하늘로 치솟을 때
강낭콩 밭 참새 숨바꼭질에 한 나절이 지나가고
해거름 섬돌에 헐렁한 흰 고무신 물기 가시니
산돌배, 개복숭아 술 담그고 손님 기다리는 마음
촛불 아끼려니
달빛, 별빛, 반딧불에 정든 세간살이
햇감자 쪄서 생고추장에 찍어 먹고
모깃불 평상에 두런두런 사랑이 피어오르면
별똥별이 곡예 하듯 앞산으로 넘어가고
햇강아지 한번 소리치고 겸연쩍으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행복하였을까
사랑하는 그대와 그 곳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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