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산수유가 드디어 그 작은 꽃을 피웠다.
빨강 상큼한 그 열매를 기약하며
가느다란 가지에
잎도 없이 그 꽃을 마련한 것이다.
봄은 이렇게
보이지 않은 동안에도
조금씩
그 존재를 드러낼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驚蟄경칩 - 김명배
어디를 짚어도
맥박이 온다.
살아 있는 땅
나무를 구르면
하늘을 메우는 숨방울,
들을 구르면
눈높이까지 솟는
공깃돌
위로
날아오르는
숨방울,
아지랑이는 아직
바램보다
키가 작지만
살아 있는 땅,
어디를 짚어도
體溫체온이 온다,
맥박이 온다.
♧ 경칩 - 임영봉
나무 등걸에서 돋는
푸른 내음이야
눈을 감아도
쏟아지는 햇살
가슴을 쪼옥 째고
들려오는
문고리를 잡아다니는
인기척
여보세요
거기, 누구신가요
십리 풀밭
거기, 누구신가요
♧ 경칩(驚蟄) - 오정방
우수와 춘분사이
자는 듯 조을더니
드디어 때가 되니
기지개 펴며 깬다
지구를
들어올리는
우렁차다 저 소리
♧ 경칩 하루 - 운봉 김경렬
봄날에 쟁기 몰고
이랴 들로 나가자
소쩍새 우는 무논
언 땅을 갈아보자
식전에
나올 막걸리
그 맛이 그립다
♧ 경칩 - 김덕성
한풀 꺾였던 햇살
가슴을 활짝 펴고 한 아름 내려주는
그 따사함은 무엇으로 비하랴
봄내음은 온 누리에 품기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기지개를 펴며 땅위로 나오고
무병무사를 원하는 흙일을 하며
사내들은 농사일로 일손이 바쁘고
아낙들은 장을 담그는
겨우내 미뤘던 일을 시작하는 봄
조상들의 봄을 기다리지 않고
만들어 가는 슬기로운 지혜
복 받은 이 땅에
올해에도
새 희망의 봄이 와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약동하는 경칩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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