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경칩을 넘긴 산수유

김창집 2015. 3. 7. 07:38

 

제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산수유가 드디어 그 작은 꽃을 피웠다.

빨강 상큼한 그 열매를 기약하며

가느다란 가지에

잎도 없이 그 꽃을 마련한 것이다.

 

봄은 이렇게

보이지 않은 동안에도

조금씩

그 존재를 드러낼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驚蟄경칩 - 김명배

 

어디를 짚어도

맥박이 온다.

 

살아 있는 땅

 

나무를 구르면

하늘을 메우는 숨방울,

 

들을 구르면

눈높이까지 솟는

공깃돌

위로

 

날아오르는

숨방울,

 

아지랑이는 아직

바램보다

키가 작지만

 

살아 있는 땅,

 

어디를 짚어도

體溫체온이 온다,

맥박이 온다.

   

 

♧ 경칩 - 임영봉

 

나무 등걸에서 돋는

푸른 내음이야

눈을 감아도

쏟아지는 햇살

가슴을 쪼옥 째고

들려오는

문고리를 잡아다니는

인기척

여보세요

거기, 누구신가요

십리 풀밭

거기, 누구신가요

 

 

♧ 경칩(驚蟄) - 오정방

 

수와 춘분사이

자는 듯 조을더니

 

드디어 때가 되니

기지개 펴며 깬다

 

지구를

들어올리는

우렁차다 저 소리

   

 

♧ 경칩 하루 - 운봉 김경렬

 

봄날에 쟁기 몰고

이랴 들로 나가자

 

소쩍새 우는 무논

언 땅을 갈아보자

 

식전에

나올 막걸리

그 맛이 그립다

   

 

♧ 경칩 - 김덕성

 

한풀 꺾였던 햇살

가슴을 활짝 펴고 한 아름 내려주는

그 따사함은 무엇으로 비하랴

봄내음은 온 누리에 품기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기지개를 펴며 땅위로 나오고

무병무사를 원하는 흙일을 하며

사내들은 농사일로 일손이 바쁘고

아낙들은 장을 담그는

겨우내 미뤘던 일을 시작하는 봄

조상들의 봄을 기다리지 않고

만들어 가는 슬기로운 지혜

복 받은 이 땅에

올해에도

새 희망의 봄이 와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약동하는 경칩이 되어라.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노랑이 피어날 때  (0) 2015.03.10
꽃샘바람과 노루귀  (0) 2015.03.10
아기노루귀 솜털에  (0) 2015.03.05
3월의 시와 나팔수선  (0) 2015.03.01
표고버섯이 있는 집  (0) 201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