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덩굴이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눈물겹다.
다른 상록수인 경우에는 딱딱한 가지 끝에 두꺼운 잎이 달려 있어 추위에 잘 견디지만
인동덩굴은 가느다랗고 약한 줄기 양쪽에 얇은 잎을 달고 있어서
햇빛이 나면 잎을 펼쳐 한껏 받아들이다가도 찬바람이 불면 바짝 오므려 추위를 이긴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견딘다는 표현으로 인동(忍冬)이라 하나 보다.
인동덩굴은 쌍떡잎식물 꼭두서니목 인동과의 반상록 덩굴식물로
‘금은화(金銀花)’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처음 피어날 때의 눈부실 정도로 하얀빛을 은색으로
하루가 지난 노란빛을 금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말린 것을 한약 이름으로도 금은화라 부른다.
♧ 인동초 - 김윤현
외로울 때는 얼음처럼 엉키지도 말고
바람처럼 멀리 달아나지도 말고
스스로 겨울 속으로 들어가야지
감당하기 어려울 눈이 펑펑 쏟아진대도
뿌리가 얼 추위가 눈앞에 닥친대도
겨울이 주는 슬픔을 받아들여야지
슬픔이란 견디기 어려운 겨울 벌판 같지만
눈을 떠서 슬픔 속을 들여다봐야지
지금 기댈 곳이 꽁꽁 언 언덕일지라도
뿌리는 땅속에 묻어두고 참아야지
슬픔에 빠지지 않는다면
슬픔도 기댈만한 언덕이지
♧ 인동초 - 곽병술
샛노란 꽃대궁에
분홍치마 저고리 날리며
넌지시 봄을 손짓하는
네 마음 곱기도 하구나
오늘을 꽃피우기 위해
매서운 설한풍에 얼마나 시달려
심장도 얼었을 터인데
인고의 보람 있어
순정의 꽃 곱기도 하다.
보슬비에 촉촉이 젖는 네 모습에
오가는 사람들 정겹고
검던 하늘도 환히 밝아진다.
♧ 인동의 꽃 - 김윤자
봄 햇살에 움돋이한 나의 싹
숙망의 몽우리 맺으려 애끓는데
아직은 여린 나의 몸.
짙은 초록빛이 돌 때까지는
사바나 초원
풍성한 식탁 앞 게으른 들짐승보다
포르티시모로 히말라야 산맥
숨 가쁘게 차오르는
독수리의 고뇌를 먼저 배우고 싶다.
그 맹금의 탈 속에
나의 몸 몰아넣고 시베리아 동토로 간다.
미지근한 땅에서 키운 발바닥으로는
철지나 솟아오른 꽃대 받칠 수 없어
툰드라 설원
칼날 선 눈발 위 펭귄 걸음을 좇는다.
걷기도 전 날으려는 두 날개
언 가슴으로 끌어안고 가는
고행의 길, 나는 지금 행복하다.
북극점 빙벽이
보드라운 솜벽으로 보일 때까지 걸어
여명의 하늘 열리면
나의 속살 여물어
인동의 꽃으로 피어나리.
그 때 화포 안 꽃자리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들어서련다.
♧ 인동초(忍冬草) - 강위덕
밀폐된 태방에서
어둠을 밀치고 태어난
너는 인동초(忍冬草)
인내의 껍질로 물드는 소리가
하늘 가득히 휘끄레한 봄에 떤다
속살 드러낼 때
너의 거친 숨소리는
빗방울 머금은 떡잎에
봄 냄새 풍기고
콧속으로 가슴에 내리는 강물은
영원을 포갠 인동초의 길, 시인의 길
강물이 열어 놓은 하늘 밖의 하늘은
저 아래 수심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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