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9월에는 많은 일을

김창집 2016. 9. 1. 07:30


7월과  8월은 너무 더웠다.

무려 40일이 넘게 계속되는 열대야에도

전기세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이만한 더위를 못 참는 것은

나이 탓이 아닌가 의심도 해보았다.

 

이제 8월말에 정상 기온도 찾았으니,

9월에는 살기 좋은 쾌적한 날이 계속되기를

빌어본다.

 

그 동안 밀렸던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서

일 많이 하는 9월로 만들고 싶다.

 

지난 일요일 벌초 갔다 오는 길에

애월리 연화못에서 찍은

9월 냄새가 나는 풍경을 곁들여 본다.

        

 

9월의 초대 - 임영준


어서 오세요

저 넓은 창가에 앉으세요

시나브로 장관이 펼쳐질 겁니다

언제나 오실까

한참을 목 늘이고 있었답니다

게다가 온갖 꽃차 향기가

우러날 대로 우러나와서

그대로 취해 버릴뻔 했는데

마침맞게 깨워주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성마른 이들은

기다리다 지치고 더위 먹어

자칫하면 손 놓아 버릴 뻔 했는데

딱 제때 찾아주신 겁니다

지나고 나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날들이지만

이왕 자리 잡고 앉으셨으니

흠뻑 빠졌다가 가시지요

        

 

9월의 - 최홍윤

 

9월은

모두가 제자리를 찾는 달이다.

 

철 지난 바닷가

이별을 노래하는

파도의 음률이 쓸쓸하고

물비늘 반짝이는

황혼녘의 호수, 호수에 잠수한

물고기의 행적도 고즈넉하다

 

단지, 빈틈없던 나무들의 숲이

느슨하게 따가운 볕을 들이고

파닥이는 작의 새들의 맑은 노래

교정에 그을린 얼굴들도

시루 속에 콩나물처럼 성큼 컸다

 

고향언덕에

핏줄의 영혼들이 깨어나면

산자락에는 시퍼런 밤송이 붉게 웃을 데고

불그스레한 대추 알도

토실하게 수줍어 할 거다

 

흐르는 살가운 물소리에

내 기억을 더듬고

사랑방 주인들이 곤히 잠든 산자락에 가서

공손한 절을 올리며

떠나려는 기러기 떼처럼 안부를 전하고

 

그제야

쓸쓸한 바닷가에서

사람 떠나 외로운 파도의 운율, 벗을 삼아

따끈한 를 써봐야겠다.

    

 

 

9월의 서곡 - 김덕성

 

구름 사이로

남은 햇살이 아직 따갑게 내리는

가을 내리는 길목

 

간들간들 코끝에서

속삭이듯 다가오며 쉬어 가는 바람

새 닻을 올리려나

 

강위를 스치며

춤추듯이 넘나드는 파란 물결

가슴이 뚫린다

 

꿈처럼 세월과 함께

뭉게구름을 안고

긴 여행을 떠나다 머문 고마운 바람

 

오늘은 왜 이리 사랑스러운가

 

성큼성큼 가을이 오는 길목엔

9월의 바람소리와 함께

웅장하게

서곡이 연주되고


 

가을로 젖어드는 9월엔 - (宵火)고은영

 

염천에 들볶던 더위

다문다문 추락하더니

여름은 훌훌 옷 벗고

먼길 떠나갈 채비를 하네

 

젖비린내 가득 밴

꽃 멍울 움츠린 지 오래

석류알 영글어 붉은 속살 드리우면

잎 지는 곁가지 서늘한 등 위에

마른 바람 부황 들겠네

 

코스모스

하늘하늘 여울진 연정

서러운 잠자리 물빛 꿈 나래 실어 보듬고

언덕에 두둥실 보름달 구르면

새벽 안개 첫 가을 적셔 들판엔 낙엽 쌓이고

하늘만 머쓱하니 높아지겠네

 

차분히 도지는 갈 숲의 서정

기러기 떼 줄지어 서녘을 날면

황혼을 벗삼아 모락모락

그리움만 가득 피겠네

        

 

9월의 서정 - 김용수

 

알 수 없는 기운으로

그렇게 뜨겁게 내리 쬐던

어제의 열기도

한줄기 바람에 숨을 죽이고

 

여름의 껍질을 깨고 나온 그녀는

말없는 웃음으로 가을을 부릅니다.

 

꽃잎이 어쩌면 저렇게

고을 수가 있을까?

 

양떼구름 하늘이

파랗게 열립니다.

 

아마 지금쯤 고향마을 길가에도

수줍은 코스모스가

곱게 웃고 있겠지요.

        

 

9월의 기도 - 문혜숙

 

나의 기도가

가을의 향기를 담아내는

국화이게 하소서

 

살아있는 날들을 위하여

날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한쪽 날개를 베고 자는

고독한 영혼을 감싸도록

따스한 향기가 되게 하옵소서

 

나의 시작이

당신이 계시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길목이게 하소서

 

세상에 머문 인생을 묶어

당신의 말씀 위에 띄우고

넘치는 기쁨으로 비상하는 새

천상을 나는 날개이게 하소서

 

나의 믿음이

가슴에 어리는 강물이 되어

수줍게 흐르는 생명이게 하소서

 

가슴속에 흐르는 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로

마른 뿌리를 적시게 하시고

당신의 그늘 아래 숨쉬게 하옵소서

 

나의 일생이

당신의 손끝으로 집으시는

맥박으로 뛰게 하소서

 

나는 당신이 택한 그릇

복음의 사슬로 묶어

엘리야의 산 위에

겸손으로 오르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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