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고향 이미지 – 강덕환

김창집 2019. 9. 14. 09:09


고향 이미지 강덕환

 

기댈 곳 있어야겠다고

알몸일 때에도 호주머닐 더듬는 이유 하나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빼앗길 것 죄다 빼앗기고

빈털터리 맨발로 터덕터덕 돌아간대도

비워둔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어

포근한 자장가를 준비하는 곳

 

세월의 길이로 따진다면야

나고 자란 세월보다 떠나서 보낸 세월이

더 길지라도

그래서 더더욱 뭉클하게 다가오는

그리움의 맨 끄트머리

자랑거리란 게 뭐 있겠냐만

숭숭 뚫린 돌담 인정처럼 달라붙고

서걱대는 댓잎 소리만 들어도

선뜻 들어서 익숙한 집일 것 같은

결국은 돌아갈 곳, 돌아가서 깃들 곳

 

 

               *강덕환 시집생말타기(한그루, 리본시선 001. 201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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