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이미지 – 강덕환
기댈 곳 있어야겠다고
알몸일 때에도 호주머닐 더듬는 이유 하나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빼앗길 것 죄다 빼앗기고
빈털터리 맨발로 터덕터덕 돌아간대도
비워둔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어
포근한 자장가를 준비하는 곳
세월의 길이로 따진다면야
나고 자란 세월보다 떠나서 보낸 세월이
더 길지라도
그래서 더더욱 뭉클하게 다가오는
그리움의 맨 끄트머리
자랑거리란 게 뭐 있겠냐만
숭숭 뚫린 돌담 인정처럼 달라붙고
서걱대는 댓잎 소리만 들어도
선뜻 들어서 익숙한 집일 것 같은
결국은 돌아갈 곳, 돌아가서 깃들 곳
*강덕환 시집『생말타기』(한그루, 리본시선 001. 201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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