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입춘, 불안감을 떨쳐버리자

김창집 2021. 2. 3. 16:13

영춘화(迎春花)가 피고

다시 입춘(立春)이 돌아와

입춘 굿은 비대면으로 한다는데,

작년에 호기롭게 썼던 거

또 써 먹어야겠다.

 

감기만씩 한 거

소주에 고춧가루 넣고 훌훌 저어 마시면

지까짓 게 안 나가고 배기냐.’,

우리 할아버지 말씀마따나

코로나바이러스가 뭐라서

세상을 이리도 불안불안 하게 하느냐.

 

입춘이면 대문 앞에 크게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써 붙이고

그 아래

코로나 바이러스 너 이놈 오기만 해봐라,

구워 먹어버릴 테다라고

덧붙이고선 신경 쓰지 말고 살아봐야지.

 

평소에 몸을 건강하게 한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서 끄떡없다는데.

 

입춘 - 하두자

 

편지가 왔다

 

눈물 섞인 바람 속을 떠난 뒤

소식 끊겼던 그대

손 끝 시린 어둠의 시간들을 지나

꽃눈 하나 피우며 오고 있다는

그대 더딘 발소리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사랑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

물기 오른 나무 속살 베어내어

그대 이름을 쓴다

먹빛 그리움으로

 

입춘 - 김선우

 

아이를 갖고 싶어

새로이 숨 쉬는 법을 배워가는

바다풀 같은 어린 생명을 위해

숨을 나누어갖는

둥근 배를 갖고 싶어

 

내 몸속에 자라는 또 한 생명을 위해

밥과 국물을 나누어먹고

넘치지 않을 만큼 쉬며

말을 나누고

말로 다 못하면 몸으로 나누면서

 

속살 하얀 자갈들

두런두런 몸 부대끼며 자라는 마을 입구

우물 속 어룽지는 별빛을 모아

치마폭에 감싸 안는 태몽의 한낮이면

 

먼 들판 지천으로 퍼지는

애기똥풀 냄새

 

입춘 - 강민경

 

내 고집만 세울 수도

그렇다고 양보할 수도 없으니

이를 어쩌나! 잔설 아직 녹지 않았는데

제 시절이라고 눈 밑에 숨겨진 씨앗 하나

두려움 없이

틔운 싹 수런거리는 담 밑에 푸른 생명

새 봄맞이 잔치 한참입니다

 

경칩 맞아 입 열린

개구리 울음소리 천지 사방 술렁여

봄소식 전하는 성숙한 소란에

여무는 밝고 신선한 햇볕

꽃샘바람의 시샘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흔들릴 염려 없는 여유로움

그 많은 변화에도

밝고 포근하여 저 할 일 잊은 적 없는

이력 일깨우는 침묵 속에 사계절이

뜨끈뜨끈한 햇빛의 참사랑을 안고 있습니다

 

담 밑 푸른 싹들

잔설 쫓는 볕 좋은 봄날

개구리울음 소리에 귀 기우리는

나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