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화(迎春花)가 피고
다시 입춘(立春)이 돌아와
‘입춘 굿’은 비대면으로 한다는데,
작년에 호기롭게 썼던 거
또 써 먹어야겠다.
‘감기만씩 한 거
소주에 고춧가루 넣고 훌훌 저어 마시면
지까짓 게 안 나가고 배기냐.’던,
우리 할아버지 말씀마따나
코로나바이러스가 뭐라서
세상을 이리도 불안불안 하게 하느냐.
입춘이면 대문 앞에 크게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써 붙이고
그 아래
‘코로나 바이러스 너 이놈 오기만 해봐라,
구워 먹어버릴 테다’라고
덧붙이고선 신경 쓰지 말고 살아봐야지.
평소에 몸을 건강하게 한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서 끄떡없다는데.
♧ 입춘 - 하두자
편지가 왔다
눈물 섞인 바람 속을 떠난 뒤
소식 끊겼던 그대
손 끝 시린 어둠의 시간들을 지나
꽃눈 하나 피우며 오고 있다는
그대 더딘 발소리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사랑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
물기 오른 나무 속살 베어내어
그대 이름을 쓴다
먹빛 그리움으로
♧ 입춘 - 김선우
아이를 갖고 싶어
새로이 숨 쉬는 법을 배워가는
바다풀 같은 어린 생명을 위해
숨을 나누어갖는
둥근 배를 갖고 싶어
내 몸속에 자라는 또 한 생명을 위해
밥과 국물을 나누어먹고
넘치지 않을 만큼 쉬며
말을 나누고
말로 다 못하면 몸으로 나누면서
속살 하얀 자갈들
두런두런 몸 부대끼며 자라는 마을 입구
우물 속 어룽지는 별빛을 모아
치마폭에 감싸 안는 태몽의 한낮이면
먼 들판 지천으로 퍼지는
애기똥풀 냄새
♧ 입춘 - 강민경
내 고집만 세울 수도
그렇다고 양보할 수도 없으니
이를 어쩌나! 잔설 아직 녹지 않았는데
제 시절이라고 눈 밑에 숨겨진 씨앗 하나
두려움 없이
틔운 싹 수런거리는 담 밑에 푸른 생명
새 봄맞이 잔치 한참입니다
경칩 맞아 입 열린
개구리 울음소리 천지 사방 술렁여
봄소식 전하는 성숙한 소란에
여무는 밝고 신선한 햇볕
꽃샘바람의 시샘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흔들릴 염려 없는 여유로움
그 많은 변화에도
밝고 포근하여 저 할 일 잊은 적 없는
이력 일깨우는 침묵 속에 사계절이
뜨끈뜨끈한 햇빛의 참사랑을 안고 있습니다
담 밑 푸른 싹들
잔설 쫓는 볕 좋은 봄날
개구리울음 소리에 귀 기우리는
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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