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김종호 시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외 4편

김창집 2021. 7. 10. 00:54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바람 소소한 날 종일 풀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

조금은 특별하지 않은 노래이니

하루가 저무는 동안에 때로는 미워서 떨릴 때에

종일 바다 위에 갈매기의 노래이다가 날 저물어

고요한 항구로 돌아와 물처럼 물로 흐르리니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눈부신 미소 때문이 아니요, 슬픈 눈빛 때문은 더욱 아니기를

어느 날에나 그대의 등 뒤에 벽지의 꽃무늬처럼 있어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가 가고 내 사는 이유가 따로 없어

물처럼 물로 흘러서 나의 전부로 부르는 노래이기를……

오늘도 저문 하늘가에 개밥바라기 노을에 타는 것은

어느 날엔가 더 이상 그대를 사랑할 수 없을 때를 위하여

묽은 하늘에 새벽별 잠 못 드는 기도이기를……

나 없이, 오직 사랑 하나만으로 물처럼 물로 흐르기를……

 

어느 가슴에 노래이고 싶다

 

어느 가슴에

비문 같은

한 편의 시이고 싶다

 

어느 가슴에

걸어 둘

한 편의 그림이고 싶다

 

시인이라거나

화가라거나

모자를 벗어버리고

 

벌레 소리 자욱한 길

임의 가슴에 번제의

향기로운 노래이고자.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

 

네 울음소리로

슬픔이 지워지고

 

네 방실거림으로

꽃들이 피어나고

 

네 옹알이로

세월이 간다.

 

커피 한 잔 4

 

그 적

뻐꾸기 소리

숲 속에 깊어갈 때

 

창가에

산 그림자 지는

커피 한 잔

 

ᄃᆞ릿물 은어들

물 튕기는 소리

긴긴 봄날이 간다.

 

안개 3

 

무료한 창가에

먼 바다 무적소리

 

낡은 거리와

노란 웃음과

파란 눈물과

 

무슨 책 몇 쪽의

무슨 얘기였더라

 

혼자 불어가는 들판에

길을 다 지우고

그리움만 무너져 내린다.

 

 

                                            * 애월문학회 애월문학』 2014년 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