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바람 소소한 날 종일 풀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
조금은 특별하지 않은 노래이니
하루가 저무는 동안에 때로는 미워서 떨릴 때에
종일 바다 위에 갈매기의 노래이다가 날 저물어
고요한 항구로 돌아와 물처럼 물로 흐르리니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눈부신 미소 때문이 아니요, 슬픈 눈빛 때문은 더욱 아니기를
어느 날에나 그대의 등 뒤에 벽지의 꽃무늬처럼 있어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가 가고 내 사는 이유가 따로 없어
물처럼 물로 흘러서 나의 전부로 부르는 노래이기를……
오늘도 저문 하늘가에 개밥바라기 노을에 타는 것은
어느 날엔가 더 이상 그대를 사랑할 수 없을 때를 위하여
묽은 하늘에 새벽별 잠 못 드는 기도이기를……
나 없이, 오직 사랑 하나만으로 물처럼 물로 흐르기를……
♧ 어느 가슴에 노래이고 싶다
어느 가슴에
비문 같은
한 편의 시이고 싶다
어느 가슴에
걸어 둘
한 편의 그림이고 싶다
시인이라거나
화가라거나
모자를 벗어버리고
벌레 소리 자욱한 길
임의 가슴에 번제의
향기로운 노래이고자.
♧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
네 울음소리로
슬픔이 지워지고
네 방실거림으로
꽃들이 피어나고
네 옹알이로
세월이 간다.
♧ 커피 한 잔 ․ 4
그 적
뻐꾸기 소리
숲 속에 깊어갈 때
창가에
산 그림자 지는
커피 한 잔
ᄃᆞ릿물 은어들
물 튕기는 소리
긴긴 봄날이 간다.
♧ 안개 3
무료한 창가에
먼 바다 무적소리
낡은 거리와
노란 웃음과
파란 눈물과
무슨 책 몇 쪽의
무슨 얘기였더라
혼자 불어가는 들판에
길을 다 지우고
그리움만 무너져 내린다.
* 애월문학회 刊『애월문학』 2014년 제5호에서
'아름다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시화 엮음 '잠언시집'의 시 (1) (0) | 2021.08.20 |
---|---|
김항신 시 '종이컵' 외 4편 (0) | 2021.07.28 |
김윤숙 시조 '추자도' 외 5편 (0) | 2021.07.07 |
김규중 시집에 나온 이야기 (2) (0) | 2021.07.06 |
조한일 시 '시詩를 내리다' 외 5편 (0) | 2021.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