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와 아이들 게들은 어쩌자고 밀물을 따라와선 바지락바지락 서귀포를 끌고 가나 바다는 어쩌자고 게들을 몰고 와선 한 양푼이 푸우 거품을 쏟아놓나 어쩌자고 나는 또 자꾸만 헛딛는 어린 게의 집게발에 목이 메어 은종소리 쟁쟁거리는 그늘로 스며들고 있나 ♧ 모슬포 모슬포에 부는 바람은 날마다 날을 세우더라 밤새 산자락을 에돌던 바람이 마을 어귀에서 한숨 돌릴 때, 슬레이트 낡은 집들은 골마다 파도를 가두어 놓더라 사람들의 눈가에 번진 물기들이 시계탑 아래 좌판으로 모여들어 고무대야 안은 항시 푸르게 일렁이더라 시퍼렇게 눈 부릅뜬 날것들이 바람을 맞더라 모슬포의 모든 길들은 굽어 있더라 백조일손지묘百祖一孫之墓 지나 입도 2대조 내 할아비, 무지렁이 생이 지나간 뼈 묻힌 솔밭 길도 굽어 있더라 휘어진 솔가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