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 – 양시연 날‘비’자에 모기‘문’자 나에게 날아왔네 반평생 헤맨 사랑 이제 제 짝 찾은 걸까 허하마 이제 허하마 내 첫사랑 나의 비문飛蚊아 ♧ 기러기 통신 - 김미영 어머니 서랍에는 기러기 울음이 있다 서른 해 전 외상으로 놓고 가신 호마이카 농 반쯤은 칠 벗겨져도 그 울음이 묻어있다 때 아닌 역병으로 집안에만 갇힌 날 방청소 하다말고 슬그머니 당긴 서랍 물 건너 내가 보냈던 그 전보를 내가 본다 열 글자에 오십 원 ‘납부금 급 송금 요망’ 원고지 첫 줄에 뜬 가을하늘 기러기 떼 저 하늘 한 줄로 줄여 유서처럼 품고 있다 ♧ 콧구멍 도둑 – 김현진 사나흘이 멀다 하고 들어서는 친정 길 올레길 돌담 따라 살짜기 여문 텃밭 찜해 둔 애호박 몇 개 자루에 따 넣는다 대대로 내려오는 상할머니 백자 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