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 침묵은 노래를 기다리는 현絃이다 기다린다는 말은 맹목적 수동 행위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 안에 붙은 불길을 다스리며 지긋이 기다리는 기다림도 있다 무르익은 무화가 열매 붉은 속살이 입안에서 터지는 순간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침묵은 그렇게 참 오래 기다려서 불꽃처럼 황홀한 노래가 되기도 한다 ♧ 파경 -말, 말, 말, 또는 독설毒舌 가로로 쩍, 금 간 거울의 입에서 깨어진 유리조각들이 흰 거품처럼 마구 튀어나왔다 허공에 어지럽게 난사되었다 누군가는 크게 상처 입었을 것이다 저 뒷감당을 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 와불臥佛의 눈* 실크로드 병령사 석굴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손바닥으로 한쪽 얼굴을 떠받치고 옆으로 길게 누어 묵상에 잠겨있던 와불臥佛이, 속속들이 너를 들여다보겠다며 시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