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앞바다의 일출
지난 일요일 경북 답사 중 포항에서 아침을 맞았다.
원래의 계획으로는 그날(8.21) 새벽에 호미곶 일출을 보러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전날 날씨가 좋지 않아 취소했었다.
하지만 아침에 붉은 하늘의 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침 운동 나간 부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숙소를 뛰쳐나와 모래밭으로 가서
찍은 일출 사진이다.
그래 할 수 없이 아침을 먹고 계획되어 있던
호미곶을 다녀왔다.
♧ 해돋이 - 전소영
그대가 검푸른 물결로 띄워준
비린 바다를 안아 올렸다.
하늘 멀리 어둠을 헤치고
학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솟아 날 수 없는
잠겨 있는 시간의 문을 열고
가뭄 타는 벌판 보다 깊이
갈라진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포란 지송학(胞卵枝松鶴)
명고 지란금(明高枝卵金)
학 한 마리 송림에 둥지를 틀고
깃을 내려 알을 품을 때
나는 불덩이에 달구어져 아물지 않은
상처를 찢어내고
둥지 가득 넘치도록
겨드랑이로 산 보다 큰 알을 밀어 올리며
바다 보다 푸르게 흐르는 선혈을 채웠다
어린 것들 배를 불리는 어미 새는
흔들리는 가지에 앉아서도
바다를 향해 부를 너의 이름을 찾았다
시린 뼈마디 마디
문신을 새기듯 부리로 쪼며.
♧ 일출 - 전병철
얼키고설킨 억겁의 세월
자새*에 감긴 연(鳶)줄 풀리듯
막혔던 흑막을 걷어 올리며
둥근 박을 뚫고
그 누가 밟고 지나간 흔적도 없는
초연(超然)한 허공으로 내 뽑는다
무수한 공간과 공간을 휘젓으며
씨앗의 터전 위에 싹을 틔우고
튀어오르는 고무공 같은 탄력으로
하루를 연다
정해진 높이도 없어라
달리는 거리도 한이 없어라
여기저기 자리잡고 멈춰 있는 뿌리깊은
생명들
피워 오르려는 쉼없는 의지력으로
감춰두었던 미래를 선보이며
지나치고 접어두었던 모든 사연들을
돗자리 펼치듯 현재라는 자리 위에
전부 열어 놓는다.
---------------
*자새 : 얼레
♧ 일출(日出) - 명위식
또 다른 시작은 설렌다
밤새 수런거리며 뒤척이다
참아 견디지 못하고
바다는 하늘 향해
불덩이를 토해놓는다
하루의 출발은 경이롭다
숨 가쁜 또 다른 순환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어디론가 달려가야 하는
바다와 하늘 사이
수많은 시간의 인연
제 몸 부딪쳐 멍이 들어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여
이제 그대와 나
이글거리는 저 태양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늘 바다가 만나는
아스라이 먼 저 경계선을 향하여
흉흉한 파도를 넘어 달려가야 한다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푸른 빛 저 바다여
속 깊음이 좋아서 그대를 찾는다
젊음이 좋아서 그대를 찾는다
쉬이 맘 바꾸지 않고
경솔하지 않은 바다
때로는 큰 호통으로
기어이 살아내야 한다고
때로는 아주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저처럼 넉넉히 나이 들어가야 한다고
쉼 없이 쉼 없이
마음을 토닥이며 어루만진다.
♧ 東海日出 - 강세화
꽃잎 버는 아픔 있어 새벽은 아름답다.
심상찮게 설레이는 놀라운 만남이면
숨죽여 바라보다가
눈이 먼들 어떠랴.
떨리는 마음이사 비할 바 어디랴.
쏠리는 눈길이 홍조에 젖어들고
한 순간 그 어느 결에
성큼 떠서 웃는 모습.
빈 손으로 오고가도 태어남은 거룩하다.
몸풀고 돌아보는 구김살이 있던가.
새얼굴 누리를 채운
고운 빛을 보는데……
♧ 동해 일출 - 백우선
검은 배와 사람들, 어둠을 몸에 두른 채 밝음을 해에게 몰아주고 있다. 해
의 그늘을 받쳐주고 있다. 해와 빛의 노래에 침묵이 되고 있다. 해를 잉태한
바다, 해를 분만하는 바다의 진통, 하늘도 벌겋게 목이 탄다. 쉼없이 뒤채는
아픈 기다림의 바다, 피를 쏟으며 가까스로 마지막 안간힘을 쓴다. 바닷가는
무거운 신들을 끌며 못내 서성인다.
머리꼭지를 드러내는 햇덩이, 어부들의 곱은 손이 받아올리고 하늘이 가만
히 안아올린다. 바다의 탯줄을 끊으며 해는 뜬다. 온 세상이 아기의 첫 울음
빛 바다로 출렁인다. 해의 등정을 거들어낸 동해의 고기들도 바다의 주름진
배에서 솟구친다. 갈매기도 바다의 생살이나 해의 옆구리를 째고 난다. 어떤
새는 날아올라 서쪽으로 깃을 치다가 설악산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햇빛은, 해가 뜨기도 전 저 손발시린 어물전 불통의 불꽃들에서 빨갛게 이
글거리며 피어올라 이미 우리들 가슴팍에 안겨 와 있었을까, 배의 불빛으로
엔진 소리로도 해는 우리들 겨드랑이를 파고들어와 빛나고 있었을까, 혹 어
떤 바람 같은 것들은 우리의 몸속으로 몰래 흘러들어와 그 속에서 반짝거리
며 춤추고 있었을까; 해의 씨는 늘 이렇게 우리 피에 뿌려져 해를 부르며 살
게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그러나 여전히 빛그늘로 흔들린다. 보이게도 흔들리고 보이지 않
게는 더 많이 흔들린다. 빛의 바다와 늘 살을 맞대면서도, 사랑하는, 사랑을
나누는 한몸이 되지 못한다. 파도가 고운 바다 위에서도 자꾸 이리저리 기운
다. 고기 비늘도 아직은 진정한 은빛이나 금빛이 아니다. 은빛이나 금빛이
될 희망은 늘 저 수평선 너머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름낀 햇살만으로도
오늘은 물론 한평생을 그런 대로 웃어 넘긴다.
다시 여는 괄호, 미완의 괄호, 해 멀리 오른쪽 허공에 떠 있는 그믐달, 잦
아들어 시작되는 괄호 안으로 ―― 이름 모를 큰 새는 날으고, 항구는 양 날
개를 활짝 편 채로 바닷가를 품고 뜨고, 사람들 나는 듯이 들고 나고, 어물
전 아주머니의 고무장갑 낀 손 춤가락으로 더덩실 출렁이고, 도다리 문어 오
징어 넙치 가자미 아구 우럭 들 물통 속을 바닷속인 듯 펄펄 살아 맴돌고,
새들이 날아가다 둥지를 틀기도 하는 설악산은 빛을 되쏘며 더 높이 솟아
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