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뚱딴지 꽃, 가을바람에

김창집 2011. 9. 14. 07:45

 

어제 오후, 추석 뒷날에 맞는 달이 더 크다고 해서

오름해설사 5기생들과 다랑쉬오름에 갔는데

우리 오름오름회 회원들이랑, 해설사 3기생들이랑

시간차를 두고 참석,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예쁜 들꽃 많이 담고, 해넘이랑 월출이랑

멋있는 광경에 감탄하다 돌아왔습니다.

뒤풀이로 시간을 많이 보내버려서, 그 사진은

시간이 나는 대로 정리해 보내 드리겠습니다.

 

뚱딴지보다 돼지감자로 잘 알려져 있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높이가 1.5~3m이고 잔털이 있으며, 땅속줄기는 감자 모양이다.

잎은 마주나는데 윗부분에서 어긋나고 달걀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8~9월에 노란 꽃이 핀다. 덩이줄기는 이눌린(inulin) 성분이 들어 있어

알코올의 원료로 쓰며 연하고 단맛이 있어 먹기도 하고 사료로도 쓴다.

 

  

 

♧ 뚱딴지 - 최범영

 

형은 매 새끼를 내려다 키웠다. 매가 개구리 뒷다리 먹고 나면 꽁지를 내밀어 바로 밑 오줌 파내기에 볼 일을 보았다. 으스스 저녁 무서움에 소막간 갈 수 없어 오줌 파내기에 큰일 보다 혼나던 날, 매는 끼룩 밤새 뒤척였다. 마당 가운데 병아리 한 떼, 지게 소고발 속에 둥지를 틀었다. 매가 커서 휘휘 마당을 돌 때마다 어미 닭은 죽는 재수. 병아리는 거름탕 옆 짚더미로 숨거나 호르륵 소고발 속 어미 품으로 들었다. 하라는 공부나 하지, 뚱딴지같이 웬 매 새끼를 키우는 겨? 형 나무라던 어머니 소리도 지치던 날 삽작거리 수문장 같은 뚱딴지는 노랗게 꽃을 피웠다.

 

성님, 매 키워 새 좀 잡었슈?

명절이면 형님이 그린 산수화에 뚱딴지같이 매를 그려 넣고 싶다.

 

  

 

♧ 뚱딴지(178) - 손정모

 

해바라기를 닮은

노란 꽃잎에 번지는

이슬 같은 영롱함이여

 

키 크지 않아

허리 부러질 리

없건만

 

소스라치게 밀려드는

바람결에도 휩쓸리는 자태

눈송이처럼 우아하여라

 

그 뉘 알리요?

기근을 면하려

심던 식물인 줄을.

 

  

 

♧ 뚱딴지 - 권오범

 

돼지 대신 내가 사랑한

그 천한 것이

웰빙 바람 타고 버젓이

세월 만날 줄이야

 

땅속에서 나와 바람과 사랑을 나누면 금세 늙고

삶으면 맛대가리 없어

싱싱할 때 원 없이 발가벗겨 연명했으니

이제 와 비싸게 굴어도 여한은 없다

 

다만, 먹고 살만하니 왜 하필

내가 죽지 못해 사랑한 것들만 골라

칭찬이 자자하게 뒷북치는지

굴왕신같은 과거 되작이느라 눈물겹게

 

추억마저 껄끄러운

허기진 유년의 울타리

땅속에 울퉁불퉁 누워 숨어 살던 맥없는 고것이

금값으로 출세했다니 반갑기는 하다만

 

  

 

♧ 여름방학의 노래 - 김경희

 

찬란한 비바체의 서울은 공룡에게 맡기고

높이 멀리 달리기의 명문학교도 잠시 안녕 하고

특종당나귀 소나타는 하늘 너머 드롭프스로 바꿔

태양에 단맛이나 찐득이 보태드리고

 

흙이 그대로 신발인 떡두꺼비 맨발로

안단테에서 더 렌토로 지자 걸음~

 

뚱딴지가 알 굵게 자라고, 봉숭아학당이 기다리는

전설의 고향리 찾아가네

느려터진 사투리의 냇물을 건너가네, 지자 걸음~

 

거기 가서는, 삼계백숙감 어린 닭들은

손 안에서 풀어주고 놓쳐줘

마당에 이는 청풍이나 눈부신 계관의

맨드라미꽃으로나 반기며 구경하네

 

잇노란 옥수수, 감자는 파분파분 잘 익어

그 먹은 피와 살이 달아서

모기떼 파리들 찾아들거들랑

절반은 나눠 가거라

종아리 내어놓고 잠이 들며~

 

호박잎새 이불 아래

또 그런 두 번의 밤이 오거든

몇 가마니로 쏟아지는 별들의 생,생,생한

수박씨 닮은 옛이야기들은 어찌하냐면 ~

 

내 귀와 배는 밤새 남산만 해지겠네

라그로조로 라그로조로 웃는

 

바보산수화가 되겠네~.

 

  

 

♧ 거꾸로 서서 - 홍희표

 

아무 것도 쓰고 싶지 않다

애써 버린

한 송이 뚱딴지꽃

무엇인가 살아간다는 것은.

 

거꾸로 서서

장검(長劍) 아래로 뛰어내리는 일

거꾸로 서서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

 

쓴다는 것은

아주 부질없는 행방

버려진 것을

기둥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어리석음으로

애써 버린

반평생의 의족(義足)

슬픔의 저울눈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