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까치깨 10월을 맞아
돝오름과 둔지오름에 다녀왔다.
비자림을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돝오름
비자나무와 섞여 있는 낙엽수의 색은
10월이 된 것을 모르고 아직도 푸르다.
다만 태풍에 찢긴 잎을 가진 나무만
희어멀끔한 색으로 변해 있다.
하긴 아직 초하루인데
하루가 지날수록 밤 기온이 차고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색이 변할 것이다.
수까치깨는 피나뭇과의 한해살이풀로
높이는 60cm까지 자라며, 잎은 어긋나고
무딘 톱니가 있다. 8~9월에 누런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피고 열매는 삭과를 맺는다.
산과 들에 자라는데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 10월은 - 박현자
시월은
내 고향이다
문을 열면
황토빛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어머니
하늘엔
국화꽃 같은 구름
국화향 가득한 바람이 불고
시월은
내 그리움이다
시린 햇살 닮은 모습으로
먼 곳의 기차를 탄 얼굴
마음밭을 서성이다
생각의 갈피마다 안주하는
시월은
언제나 행복을 꿈꾸는
내 고향이다.
♧ 10월이 오면 - 진의하
자연은
비우는 법을 알아
토실토실 가꾸워 온 결실
미련 없이 훌훌 털어주네.
허공에 놀다가는 구름자락처럼
임자가 따로 없는
세상살이의 윤회
출렁거리는 메아리의 의미는
선회하는 빈잔.
채우고 마시고
비우고 채우는 동안
홍안의 붉은 넋
때 묻은 온갖 시련 미련 없이 털어내며
너훌너훌 춤을 추는
10월은
비움으로 넉넉한 잔치마당이라네.
♧ 10월 - 김영천
10월이 우듬지 끝에서
빠알갛게 익는다
5월의 분노 따위는 다 잊고
서둘러 머언 하늘을 베고 눕는다
상사하던 붉은 꽃잎들이 지고
다시 새파랗게 순 올라오는 언덕을 따라
바람의 숨가쁜 소리가 수상하던 밤
기어코 별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더니
산목숨 몇은 더불어 가고
질긴 인연들만 파르르 떤다
가지 채 꺾어 실내에 두고
꼭지 붉은 시월을
이제 또 한 번 분노할까?
♧ 초가을비 - 도종환
마음 무거워 무거운 마음 버리려고 산사까지 걸어갔었는데요
이끼 낀 탑 아래 물봉숭아 몇포기 피어 있는 걸 보았어요
여름내 비바람에 시달려 허리는 휘어지고
아름다운 제 꽃잎이 비 젖어 무거워 흙바닥에 닿을듯 힘겨운 모습이었어요
비안개 올리는 뒷산 숲처럼 촉촉한 비구니 스님 한 분
신발 끄는 소리도 없이 절을 돌아 가시는데
가지고 온 번뇌는 버릴 곳이 없었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만 사랑하고 살아가며 고통스러운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제가 지고 선 세속의 제 무게가 있는가봐요
내리는 비 한 천년쯤 그냥 맞아주며
힘에 겨운 제 무게 때문에 도리어 쓰러지지 않는
석탑도 걸 생각하며
가지고 왔던 것 그대로 품어 안고 돌아왔어요
절 지붕 위에 초가을비 소리 없이 내리던 날.
♧ 초가을 1 - 김용택
가을인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는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 동안
세월이 흘렀던 게지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