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수까치깨 10월을 맞아

김창집 2011. 10. 2. 07:37

 

돝오름과 둔지오름에 다녀왔다.

비자림을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돝오름

비자나무와 섞여 있는 낙엽수의 색은

10월이 된 것을 모르고 아직도 푸르다.

다만 태풍에 찢긴 잎을 가진 나무만

희어멀끔한 색으로 변해 있다.

하긴 아직 초하루인데

하루가 지날수록 밤 기온이 차고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색이 변할 것이다.

 

수까치깨는 피나뭇과의 한해살이풀로

높이는 60cm까지 자라며, 잎은 어긋나고

무딘 톱니가 있다. 8~9월에 누런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피고 열매는 삭과를 맺는다.

산과 들에 자라는데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 10월은 - 박현자

 

시월은

내 고향이다

문을 열면

황토빛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어머니

 

하늘엔

국화꽃 같은 구름

국화향 가득한 바람이 불고

 

시월은

내 그리움이다

시린 햇살 닮은 모습으로

먼 곳의 기차를 탄 얼굴

마음밭을 서성이다

생각의 갈피마다 안주하는

 

시월은

언제나 행복을 꿈꾸는

내 고향이다.

 

 

  

 

♧ 10월이 오면 - 진의하

 

자연은

비우는 법을 알아

토실토실 가꾸워 온 결실

미련 없이 훌훌 털어주네.

 

허공에 놀다가는 구름자락처럼

임자가 따로 없는

세상살이의 윤회

출렁거리는 메아리의 의미는

선회하는 빈잔.

 

채우고 마시고

비우고 채우는 동안

홍안의 붉은 넋

때 묻은 온갖 시련 미련 없이 털어내며

너훌너훌 춤을 추는

10월은

비움으로 넉넉한 잔치마당이라네.

 

  

 

♧ 10월 - 김영천

10월이 우듬지 끝에서

빠알갛게 익는다

5월의 분노 따위는 다 잊고

서둘러 머언 하늘을 베고 눕는다

상사하던 붉은 꽃잎들이 지고

다시 새파랗게 순 올라오는 언덕을 따라

바람의 숨가쁜 소리가 수상하던 밤

기어코 별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더니

산목숨 몇은 더불어 가고

질긴 인연들만 파르르 떤다

가지 채 꺾어 실내에 두고

꼭지 붉은 시월을

이제 또 한 번 분노할까?

 

  

 

♧ 초가을비 - 도종환

 

마음 무거워 무거운 마음 버리려고 산사까지 걸어갔었는데요

이끼 낀 탑 아래 물봉숭아 몇포기 피어 있는 걸 보았어요

여름내 비바람에 시달려 허리는 휘어지고

아름다운 제 꽃잎이 비 젖어 무거워 흙바닥에 닿을듯 힘겨운 모습이었어요

비안개 올리는 뒷산 숲처럼 촉촉한 비구니 스님 한 분

신발 끄는 소리도 없이 절을 돌아 가시는데

가지고 온 번뇌는 버릴 곳이 없었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만 사랑하고 살아가며 고통스러운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제가 지고 선 세속의 제 무게가 있는가봐요

내리는 비 한 천년쯤 그냥 맞아주며

힘에 겨운 제 무게 때문에 도리어 쓰러지지 않는

석탑도 걸 생각하며

가지고 왔던 것 그대로 품어 안고 돌아왔어요

절 지붕 위에 초가을비 소리 없이 내리던 날.

    

 

  

 

♧ 초가을 1 - 김용택

 

가을인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는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 동안

세월이 흘렀던 게지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