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흐르는 가을의 시
♧ 어제 있었던 시 낭송의 밤에서 사회를 보는 이종형 시인
엊저녁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제주시내 산지천 광장에서는
시화전, 시 낭송과 음악공연이 있었다.
2011 문화거리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양영흠)과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고
제주작가회의(회장 한림화)가 주관한 이 행사는
시낭송과 함께 김재현의 바이올린 연주,
Bass Bariton 이승완의 노래, 가수 허설과
그룹사운드 원의 공연이 있었다.
좀 쌀쌀한 날씨였지만 추위를 녹여내며
시민들과 함께 했던 뜻있는 행사였다.
♧ 초대의 말씀 - 한림화 회장
♧ 낙엽 진 세상의 뜨락에서(한림화 회장 인사말)
아무도 보지 않은 어디 비천한 땅일망정
낙엽 한 잎 바람에 져 대지를 뒹굽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줄 글발을
가슴을 열어 가을맞이 잘 한
모두와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서정 가득하여 그 무게로 세상에 내려앉은
글들로
잔치를 합니다.
부디 함께 즐겨주십시오.
♧ 양영흠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인사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시낭송과 노래)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위 : 이민화 낭송, 아래 : 그룹사운드 원 노래)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 강정에서 온 편지 - 김광렬
꽃잎 닮은 연서였으면 했어
꽃물처럼 달콤하지 않았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어
한바탕 바람이 불어오고
단추를 잠그지 않아서
등 뒤 옷자락이 둥글게 부풀었지
쓰러지지 않으려고
힘껏 옆 바윗돌을 움켜쥘 때
크게 뒤채는 네가 보였어
이제 칼이 너의 몸에 스미고
본디 모습을 바꿔버릴 거야
너는 늘 그 자리에 있겠지만
진짜 너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깨달을 무렵 나는
서랍 깊은 곳에서
슬픔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거다
♧ 사랑 노래 - 나기철
그래,
너 좋을 대로
좋은 사람
잘난 사람
다 만나고
나 같은 놈일랑
한 삼사십 년쯤 후
내가 푹, 쭈그러지면
그때라도
만나주거라
♧ 고향 생각 - 현제명 작시, 곡(이승안 노래)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고향 하늘 쳐다보니 별 떨기만 반짝거려
마음 없는 별을 보고 말 전해 무엇하랴
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가건만
단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한경혜 작사, Rolf Loveland 작곡(이승안 노래)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라면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라면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내 사랑 내 곁에(오태호 작곡, 바이올린 연주 김재현)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시간은 멀어 집으로 향해 가는데
약속했던 그대만은 올 줄을 모르고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도 낯설고 멀기만 한지
저 여린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사랑 그대 내곁에 있어줘
이세상 하나뿐인 오직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곳은 어디에
저 여린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때
이렇게 아픈 그대의 생각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김재현 : 서귀포 대정읍 출신. 러시아 글린카 국립음악원 졸, 석사과정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독주회와 초청연주회를 가졌고,
현재 앙상블 브라이트 바우 단원으로 유럽각국에서 왕성한 연주 활동 중.
11월 14일(월) 오후 6시반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리사이틀 공연.
♧ 코스모스를 노래함(이기순 사, 이홍렬 곡, 이수연 노래)
달 밝은 하늘밑 어여쁜 네 얼굴
달나라 처녀가 너의 입 맞추고
이슬에 목욕해 깨끗한 너의 몸
부드런 바람이 너를 껴안도다
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아씨
외로운 이 밤에 나의 친구로다
밤은 깊어가고 마음은 고요타
내 마음 더욱 더 적막하여지니
네 모양도 더욱 더 처량하구나
고요한 이 밤을 너같이 새려니
코스모스 너는 가을의 새아씨
외로운 이 밤에 나의 친구로다.
♧ 소설(小雪) 무렵 - 김세홍
한 세상 저물녘
당신의 떠 먹여주는 숟가락에
온기 한 점을 받아먹은 일이 있다
나 먼저 캄캄한 터널을 지날 적에
한 점 눈물로 배웅해 준 이 있다
다시 한 시절이 저물어
솜이불 넣는 기척있어 돌아보매
숟가락으로 누운 적막강산
누굴 떠먹이려 쌀알이 소복소복
♧ 노을녘 송악산을 오르다 - 이애자
올레길이 열리고 산은 올레가 되었다
산허리를 휘돌아 도사리고 있는 길
노을녘 허물을 벗는 산 그림자 속으로
산 아래 풍경들이 더 없이 평온하다
섬들은 수평선에 제 무게의 추를 달고
바다는 짝짓기를 위해 혼인색을 입었다
엎디어 등을 긁어달라는 시월 송악산
쑥부쟁이 욕창처럼 핀 등성이에 앉아
앉은 채 타버릴 것 같다, 핏빛 하늘 가을아!
엄마! 부르면 산은 엄마가 되었다
또 엄마! 부르면 엄마는 산이 되었다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믿음 우뚝하시다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노래 허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찬밥 - 안도현(노래 허설)
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찬밥을 먹는 사람도 쓸쓸하다
이 세상에서 나는 찬밥이었다 사랑하는 이여
낙엽이 지는 날 그대의 저녁 밥상 위에
나는 김나는 뜨끈한 국밥이 되고 싶다
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사랑하는 이여
가을이 되면 낙엽은 쓸쓸하다 참 쓸쓸하다
* 허설 : 목포 전남 민예총 회원으로 시작하여 '시 하나 노래 하나' 운동 참여.
'시를 노래하는 달ㄹ팽이' 회원으로 활동, 2006년 6월부터 제주에서,
2011년 1월부터 충남 청양에서 활동. 1집 '바람한 줄기. 2집 웃는 발톱.
♧ 4월 3일 사려니 숲길(한림화 시, 김병심 낭송)
종낭 때죽나무 꽃무리 지다
수만 개의 종이 울린다.
한라산에 수만 개의 종소리가 메아리진다.
하늘로 날아
맑게, 곱게, 스러진다.
나,
꽃 잎새 부려 놓고
대지에 지거든
밟고 오시라 했는가
그대,
고운 넋 순결한 몸짓
열정으로 산 삶이었으니
이제
더운 피 붉은 마음
다 바쳤으니
안다. 다 안다.
희게 희게 무리지다
……꽃무리 지다
시린 대지의 끝
품에 안아
우주로 지다, 4월 3일이
♧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윤도현 밴드 곡, 그룹사운드 원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같이
저멀리 가는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같이
하늘아래 모든 것이
저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