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날이 왔는데
성탄 전날을 맞으며, 한국의 슈바이처로 부르는
이태석 신부의 짧은 생애를 그린 ‘울지마 톤즈’를
보았다. 그는 의사로서 2001년 사제서품을 받자마자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로 파견을 자청하여 그곳에서
교육과 의료봉사에 헌신했다.
가난과 고통의 현장에 뛰어들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줌으로써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아름다운 봉사가 뭔지를
우리에게 깨우쳐 주었다. 암 투병의 고통 속에서도
의연히 흔들리지 않은 그, 아까운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가버렸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자금우(紫金牛)는 자금우과에 속한 상록 관목으로
땅속줄기가 옆으로 벋으면서 줄기가 나오고, 높이
15~20cm 정도로 자란다. 여름에 흰 꽃이 잎겨
드랑이에서 밑을 향해 피고 가을에 열매가 붉게
익는다. 우리나라, 중국, 대만,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성탄 전야(前夜) - (宵火)고은영
깊어지는 새벽의 얼굴에
천금 같은 당신 사랑이
도심의 쇼윈도에 좁은 골목에
황금으로 도금되어 거리마다 가득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부자들도 당신을 좋아하는 걸 보면
하얗게 지새는 밤의 시간마다
깊어진 계절 위 당신 발걸음 소리
밤새 당신 오시는 길 밝힐
함박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세찬 바람처럼 흔들리는
우리의 이기적인 사랑과
욕심으로 넘친 겨울 깊은 봉분에서
연약한 눈빛에 살아온 세월만큼
존재가 발가벗겨진 부끄럼 앞에
세상이 미워지는 날
미움의 몸통으로 가난한 울음에 젖은
작은 가슴만 남아 지친 이즈음
환한 빛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 오는 당신
부족한 허물을 덮으시며
생명의 빛으로 옷 입히시네
벌겋게 발화되는 그리움의 앞섶마다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들추는 당신
시간이 익는 소리에 밤새 함박눈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땡그랑, 땡그랑”
납덩이같이 무거운 영혼에
당신 오시는 그리운 종소리에
사랑의 눈꽃이 만발하고 잔잔한 평화가
영혼의 구석마다 소복이 쌓였으면 좋겠다
♧ 성탄 전야 - 홍수희
교회당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앞을 지나치다 갑자기 불빛 하나 훔치고 싶어집니다
나무야 한 해를 꼬박 성탄 트리가 되기 위하여 그 숱한 비바람을 바깥에서 견뎌온 것이라면 저리도 휘황한 불빛 넘치고 넘쳐나도 조금도 지나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어디 온몸에 불빛 휘감아 당신 오시는 길 밝혀드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무에게는 미안하지만 불빛 하나만 내 가슴에 살짝 훔쳐다 걸어 행여 아기님께서 어둡고 초라한 내 마음에 오실 때에 발 헛디디지 않으시도록 배려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교회당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앞을 지나칠 때에 불빛 하나 없는 내 맘의 구유 부끄러워 눈물이 자꾸 목을 메이게 합니다
♧ 성탄전야 - 최문자
거리에는 빛
삶을
내버려두는 빛.
고드름처럼
가슴이 얼어붙어도
찌르지 못하는 빛.
빛이 메시아인 것을 믿는 이들에게
직립으로 번쩍이지 못하고
부러져버리는 빛.
거리에는
장님들이 웃고 있다.
♧ 이 아득한 그리움 - 김선태
성탄 전야의 불빛들이 붐비는 도시의 거리를 빠져나와
나는 어느 낯선 시골마을로 홀연 잠적하자
지나온 세월의 길목 어디 쯤엔가
내가 소중한 무엇을 그냥 흘리고 왔나 보다
호주머니속이 쓸쓸해지는 이 세모의 시간에
마침내 나는 그것을 찾으러 가야겠다
그곳에 가서 어릴 적 동화처럼 피어있는 몇 송이 불빛들과
자그마한 교회에서 도란도란 흘러나오는 말소리와
마을을 넉넉하게 감싸고 있는 산자락의 고요를 만나자
눈발이 희끗거리는 밤을 허름한 민박집 할아범과
생고구마를 깎으며 나누는 따스한 이야기와
느닷없이 홀로 별처럼 아스라이 떨어져 있다는
소스라치는 외로움에 떨며 객수의 두꺼운 이불을 덮자
잠들면 오랜 동안 묶여 있던 내 꿈의
자유로운 여행도 이젠 허락하자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환하게 집으로 돌아오리라
아무래도 나는 과거의 무엇엔가 단단히 빚졌다
사는 동안 마음 깊은 곳을 끝내 떠나지 않을
이 아득한 그리움을 무엇이라 말하면 좋으리
♧ 성탄전야 - 강성은
자정 너머
TV 속의 성탄절 합창제를 보고 있었다
흑인남자의 구렁이 같은 입 안에서
거룩한 밤이 흘러나왔다
거룩한 밤
아이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멜로디는 아이의 입 속에서 굴러나온다
종이피아노는 한 번도 소리 낸 적이 없다
아이는 피아노 건반을 입 속에 구겨넣는다
거룩한 밤
나는 TV 속으로 들어가 남자의 입을 틀어먹았다
내 입 속에서 부러진 건반들이 쏟아져나왔다
거룩한 퍼포먼스에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옆집 아이들과 산타할아버지가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이 허둥지둥 달아났다
거룩한 밤
거룩한 TV 속에 나 혼자 있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건반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거룩한 밤을 연주했다
사람들이 눈을 뭉쳐 TV 속으로 던졌다
나는 입 속에 손가락을 넣어
검고 하얀 뼈들을 하나씩 뽑아냈다
내 비명이 리듬을 타고 울려퍼졌다
TV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거룩한 밤을 합창하기 시작했다
♧ 청춘의 이브를 추억하다 - 강효수
함박눈이 게으른 별처럼 내리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
청춘의 벙어리장갑은
한 쌍의 포메라니안이었습니다
청춘은
벙어리장갑 안에서 깍지를 끼고
둘만의 눈길을 걷고 또 걸었어요
밤 설경이 그림 같던 카페
촛불과 칵테일이 잘 어울리던 창가
청춘의 체리 블러섬과 마가리타
그리고 눈빛
아름답다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그날 밤 알게 되었습니다
청춘이 갈 곳은 정해지고 말았습니다
그저 하얗다 할 수밖에 없었던
눈 덮인 저수지
청춘은
벙어리장갑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조금은 차가운 입술이 무척 좋았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눈사람이
신비로운
눈사람이 하나 태어났어요
아름다운 둘만의 비밀이 태어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