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한경직 목사의 찬란한 빈손

김창집 2011. 12. 26. 02:30

 

크리스마스 날 밤에 성탄특집인

‘한경직 목사의 아름다운 빈 손’을 보았다.

1945년 12월에 월남한 신도들을 위해

베다니 전도교회(지금의 영락교회)를 설립하여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로 성장시킨 분.

 

사랑과 청빈을 몸소 실천하고

‘민족 복음화’와 ‘세계 복음화’를 위해 헌신한

복음주의 지도자로서 크게 존경받은 분.

 

2000년 남한산성 기슭 6평 남짓한

조그만 거처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는데,

평생 통장 한번 만들지 않고 소유하려 하지 않았던

그가 유족에게 남긴 것은 오래된 침대와 안경,

헤진 양복 몇 벌, 낡은 성경책이 전부였던

‘고아들의 아버지’, ‘빈민의 성자’.

 

비단 종교인이 아니라도 그의 삶에서

내가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어제 사려니 숲길을 걸으며

아주 작은 삼나무에 내린 눈을 보고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하곤 했다.

 

  

 

♧ 메리 크리스마스 - 오보영

 

너를 위해서 왔노라

 

네가

너의 너됨으로 살아가게 하려고

 

내가 왔노라

 

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정말로 귀한 존재라는 걸

알게 해주고

지금 이 순간 네가 겪고있는 일은 모두가 다

분명 더 나은 내일로 채워지기 위한 거라는

소망도 주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두는 다

너민큼이나 소중하니

반드시 돌아보며 살아가야한다는

사랑도 알려주려고

 

내가 왔노라

 

 

오직 너를 위해서

 

네 가진 문제 다 해결해주려고

네가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살아가게 하려고

 

나 너에게로

기꺼이

 

내려왔노라

 

  

 

♧ 크리스마스에게 띄운 편지 - 김하인

 

  지난 일 년 동안 모아온 햇빛과 꽃과 강 풍경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허틈 없이 아껴아껴 모아온 제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움을 보내드립니다. 이것을 가지고 당신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꾸미세요. 당신 마음을 따스하고 빛나게 해줄 장식으로 써주십시오. 당신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창가에 홀로 서서 촛불 모아들고 전 당신 행복함을 기뻐하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건 한 사람이 어둠을 지켜내는 것만큼 한 사람이 불빛처럼 따스해지는 것임을 압니다. 그러기에 두 사람이 행복하기에 모자라는 기쁨이라면 오롯이 전 당신이 제 기쁨을 아낌없이 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빛과 함게 태어나고 웃음소리 속에서 당신 은종이 울렸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당신 파티가 끝난 뒤 제 눈물 한 방울도 묻어 있음을 눈치 채주셨으면 합니다.

  일 년 내내 당신만을 지켜보다가 맺힌 눈물 중에 한 방울입니다. 그 이외엔 크리스마스 전부가 기쁨과 즐거움으로 당신 충만될 수 있다면 전 성탄 트리가 되어 당신 창문 밑을 밤새워 지킬 겁니다. 이렇게 당신 가까이 있고 당신을 제가 사는 이 세계 한 모퉁이에 보내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모를 제 사랑을 자축합니다.

  제가 당신의 크리스마스입니다.

 

 

♧ 크리스마스 캐럴 - 오양심

 

가시밭길이다

동서남쪽이 사라지고 북쪽만 보인다, 홀로 된 별

하나가 나보다 먼저 화석이 된 눈동자로 땅을 내

려다 본다, 세상을 떼어 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가 없다

 

바람은 허허로운 등짝을 때리고, 기세꺾인 별빛도

그림자처럼 희미하다, 빛바랜 꽃잎의 수를 세다가

잠을 자고 싶다, 밤이 낮이 되고, 밤낮이 환해져서

어스름 달밤이 되어도 좋다는 걸 이제 알았다, 캄캄

한 잠을 자고 싶다

 

대낮에도, 해저녁에도, 한 밤중에도, 새벽에도, 지상

에서 모든 것들이 들림을 당하는 날에도, 속박에서

벗어나는 개벽의 날에도, 마침내 이땅이 적색에서

백색으로 거성이 되는 날에도, 내가 잠만 자다가 환

장을 한 날에도, 종지부를 찍는 날에도, 캄캄한 것들

이 아는 체를 하는 날에도

 

눈물을 부추기는 비바람 속에서 내가 막막하다가, 제

정신이 번쩍 든다, 하늘에서 밧줄 하나 내 몸속에

들어온다, 지상으로 나 있는 가시밭길을 지나면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 거룩한 크리스마스 - 박인걸

 

바람도 깊이 잠든 밤

베들레헴 한적한 들판에

허름하게 옷차림한

영혼이 맑은 목자들

 

천사들이 찾아와

들려주는 놀라운 소식

‘다윗의 동네에 구주가 나셨으니

그리스도 주시라하네.’

 

무서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하는 말

‘만백성들을 위한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라 하네.’

 

천사들의 방문에

목자들 어안이 벙벙할 때

천군 천사의 신기한 노래 소리에

목자들 두 손을 모았네.

 

‘하늘에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는 성도에게 평화’

마음이 가난한 목자들의

거룩한 크리스마스(눅2:8-14)

 

  

 

♧ 크리스마스 종소리를 가슴에 담고 - 정세일

 

크리스마스가 가까우면

나는 남산언덕에 올라가

온 동네가 탄일종소리로 가득 차는

가슴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려 갑니다

가슴이 훈훈해지는 종소리

가슴에 맑은 영혼의 노래가 들리는 종소리

그 종소리가 울리는 그곳으로

나는 숨이 차도록 뛰어서 올라갑니다

 

산이 시작되는 곳에서

들이 누워있는 곳에서도

강들이 일어서서 발돋움하며

솔솔 귓소리로 말하며 가는 곳에도

온 가슴을 울리는 탄일종 소리는

높은 곳에서 낮은 우리들 가슴으로

그렇게 하얀 눈처럼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소리로

삼각형 지붕위 뾰족하게 하얗게 눈이

내리는 무주 교회에서부터

시작이 되고 있습니다

 

 

가슴이 차가운 사람에게

따뜻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가슴을 두들기는 징소리가 되고

마음이 슬픈 사람에게는

어머니의 그 깊은 사랑과

아버지의 그 넓은 마음을 알게 하는

가슴에 숨겨진 사랑을 다시 일깨워 주는

종소리가 울리는 그곳으로 나는 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는 날

나는 남산언덕에서 잃어버린 종소리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 크리스마스 선물 - (宵火)고은영

 

막 감동의 하이얀 장미 한 무더기가

수줍은 가슴에 미소로 안기더라

 

겨울의 벌판

서러운 내 형편에

그것은 따뜻한 빛으로 다가온 황홀경

 

떨리는 촉수들이

동짓달 위에 일제히 일어서고

싱싱한 것들로부터 전이되는 행복

갑자기 뭉툭한 어떤 것의 전율

목이 멘다

 

아, 사랑은 이렇게 따뜻한 것이구나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을

화인 하나

가슴 아리게 와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