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제19집의 시조 2

김창집 2012. 1. 7. 08:13

 

♧ 쑥부쟁이 - 김향진

 

화분에 옮겨 심은

쑥부쟁이 꽃 피었네

 

칼바람 이고 도는

산모퉁이 그리워

 

이밤도 잊지를 못해

뒤척이는 달그림자

 

 

♧ 제주조릿대 - 김현실

 

산허리 점령하고 하산을 서두르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숨죽인 듯 포복하는

 

순식간, 푸른빛 함성 움찔하는 나무들

 

 

♧ 황매산 - 김희운

 

새벽바람 뺨을 어르는 황매산에 오른다

철쭉꽃 보러 왔는데 여태 꽃은 안보이고

무작정

보고픈 마음에 샛길로 접어든다

 

비바람 견딘 봉오리들 정상은 저 멀리

쏟아지는 빗줄기에 되돌리긴 너무 멀다

 

이정표, 벗어버린 짐이

발목 잡는 내 안의 붉은 산야

 

 

♧ 노숙의 시 - 서순영

 

겨울을 목전에 둔 노숙자의 마음은 춥다

 

목젖 겨우 축이던 삶, 그나마도 떠날 시간

 

김장철 제 소명 앞에 배추 한 포기 숨죽인다.

 

 

♧ 산굼부리 억새꽃 - 오영호

 

누가 펼쳐 놓았나

희끔한 비단 치맛자락

흙 묻은 추억을 깨워

반질반질 닦아내는

바람의

젖은 손길 따라

춤사위가 곱습니다.

 

올 곧은 햇살 한 줌

엉겅퀴 꽃술에 앉아

한 뜸 한 뜸 수를 놓는

쪽빛 하늘 아래

굼부리,

억새꽃 물결 사이로

만행(卍行)길도 보입니다.

 

 

♧ 활 - 이애자

 

사는 게 왜 이렇게 팽팽해야 하는가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열두 달 돌려막기로 삶을 조율하는 나

 

기본에 충실하라고 어깨 힘을 빼라고

한겨울 매운 선율에 귀를 열어 두라고

부르르 삭정이 끝을 긋고 가는 모슬포바람

 

♧ 영혼의 소리 - 이용상

 

아직도 신촌에는

난 한 촉 남아 있지

 

이른 새벽 창가에서

아픔을 인내하며

 

저 혼자

천상의 소리

내 가슴을 적신다

 

 

♧ 가파도 - 이창선

 

모슬포 선착장에

진과가

멱서리 가득

 

사십년 전

아버지와 함께 갔던 그 뱃길

 

가파도

참외가마니 나르던 똑닥선 배

 

 

♧ 12월 - 장영춘

 

올 한해

수고로움이 낮은 발로 다가와

 

하나 둘

다짐들을

낙엽처럼 떨구고

 

슬며시 손을 내민다.

어제 길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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