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꽃 봄 햇살에 기대
찬바람이 부는데도 잠깐 햇볕이 비치더니
골목길을 나서는데, 양지쪽에 이 별꽃이 눈에 띈다.
아무리 추위가 매서워도 절기는 속이지 못하는 범
저 가녀린 것들이 의연히 들고 일어섰다.
꼬집어주고 싶도록 귀여운 것들….
별꽃은 석죽과의 두해살이풀 또는 여러해살이풀로
밑 부분이 옆으로 기다가 곧게 20~50cm로 자라며,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에 끝이 뾰족하다. 5~6월에
흰 꽃이 취산꽃차례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삭과를 맺는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고 생초는 위장약으로 쓴다.
북반구의 난대에서 온대, 북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 쇠별꽃이 내게로 와서 - 김승기
내 안으로 떨어진
은하수
여기저기서 무더기 꽃으로 피어
지상을 밝힌다
하늘보다도 어두운
우리 땅의 역사
차마 볼 수 없어서
내일을 지키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된다
너와 나
할아버지 때부터 울고 웃으며 살아온
세월 그대로 꽃 피우지 못한
잃어버린 우리의 얼굴
이제는 되찾을 때
일그러진 주름살을
바로 펴야 할 때
날더러 송곳이 되라 한다
날카로운 쇠꼬챙이
조금은 피 흘려도 좋으니
아픈 살을 도려내듯 찌르라 한다
지난 날 생각하며 눈물 흘리면
고름이 살 될까
쉬어서 가는 길을 고달프다 주저앉으면
저 산이 내 품으로 들어올까
흐르는 물도 제 소리 낼 수 있을까
어두운 세상
더는 그대로 볼 수 없다고
쇠별꽃이 내게로 와서
비어버린 마음 구석구석을 찔러대며
뜨겁게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 쇠별꽃을 보다 - 金美慶
계명산 꼭대기
은빛 잔설이 찬란한데
볕 가난한 아파트 화단
아직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던 곳
흙에 움트는 연두색 작은 잎새
그 틈에 찍어 놓은
흰 살결 무늬
작은 것이 아름답다
외치고 싶어
♧ 눈물의 의미 - 안수동
쇠별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저녁
반야를 어둠에 묻고 기다린 마음
산산이 찢어 뿌린 마야고의 눈물이
노을진 하늘로 올라
별이 되었다는 전설이 익는
장터목의 긴 밤을 밀어내고
꿈틀거리는 운해에 얼굴 씻은 봉우리들이
하나 둘 일어나면
오! 일출
눈부시게
찬란하게
빛으로 오시는 님
태워주겠다 한다
용서하라 한다
울고 싶으면 울어라 한다
빛이여
통곡도 없이
아침을 다 적신 내 눈물의 의미가
모든 것 용서하고
용서받는 약속이 되게 하소서!
♧ 이름 찾기 - 김미숙(salvia)
--사랑은 16
숨은 이름 하나 갖고 싶다
부를수록 더 뜨거워지는
저홀로 핀 들꽃 뜨락
쇠별꽃 꽃다지 참꽃마리 뻐꾹나리
하나씩 이름표를 붙여보다가
문득 빈 내 가슴을 들여다본다
우리 살아가는 세상처럼
계절 바뀌면 흔적없이
너의 자취 사라져 버리지만
봄이면 새로 피어 한 떨기 꽃이 되는데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제 이름을 다시 찾는데
장미보다 붉은 내 사랑은
지금, 이름이 없다
♧ 꽃이 피네 - 홍관희
농익은 그리움이 터져 꽃은 피는가
꽃 한 송이 피네 가슴 속 기슭 깊숙이
눈물겨운 꽃 한 송이
길은 꿈꾸는 자에게만 보인다는 말과 함께
뜨거운 봄햇살로 산산이 부서져 간 그대
내 삶 속에서 꿈꾸는 섬으로 떠돌기도 하고
길이 되고 노래가 되기도 하더니
그대 떠난 봄날이 다시 찾아와
그대와 함께 오르던 無等을 홀로 오르노라니
수평선이 되기 위해 길 떠났던 강물도
이 산 저 산의 산봉우리들을 깨우러 길 떠났던 산새들도
사랑할 일이 너무 많아 힘들었던 그대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와
어깨 겯고 자유를 노래하던 그대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와
꽃 한 송이 피네 내 가슴 속 기슭 깊숙이
눈부신 꽃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