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별꽃 봄 햇살에 기대

김창집 2012. 2. 11. 00:18

 

 

찬바람이 부는데도 잠깐 햇볕이 비치더니

골목길을 나서는데, 양지쪽에 이 별꽃이 눈에 띈다.

아무리 추위가 매서워도 절기는 속이지 못하는 범

저 가녀린 것들이 의연히 들고 일어섰다.

꼬집어주고 싶도록 귀여운 것들….

 

별꽃은 석죽과의 두해살이풀 또는 여러해살이풀로

밑 부분이 옆으로 기다가 곧게 20~50cm로 자라며,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에 끝이 뾰족하다. 5~6월에

흰 꽃이 취산꽃차례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삭과를 맺는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고 생초는 위장약으로 쓴다.

북반구의 난대에서 온대, 북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 쇠별꽃이 내게로 와서 - 김승기

 

내 안으로 떨어진

은하수

여기저기서 무더기 꽃으로 피어

지상을 밝힌다

 

하늘보다도 어두운

우리 땅의 역사

차마 볼 수 없어서

내일을 지키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된다

 

너와 나

할아버지 때부터 울고 웃으며 살아온

세월 그대로 꽃 피우지 못한

잃어버린 우리의 얼굴

이제는 되찾을 때

일그러진 주름살을

바로 펴야 할 때

날더러 송곳이 되라 한다

날카로운 쇠꼬챙이

조금은 피 흘려도 좋으니

아픈 살을 도려내듯 찌르라 한다

 

지난 날 생각하며 눈물 흘리면

고름이 살 될까

쉬어서 가는 길을 고달프다 주저앉으면

저 산이 내 품으로 들어올까

흐르는 물도 제 소리 낼 수 있을까

 

어두운 세상

더는 그대로 볼 수 없다고

쇠별꽃이 내게로 와서

비어버린 마음 구석구석을 찔러대며

뜨겁게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 쇠별꽃을 보다 - 金美慶

 

계명산 꼭대기

은빛 잔설이 찬란한데

볕 가난한 아파트 화단

아직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던 곳

흙에 움트는 연두색 작은 잎새

그 틈에 찍어 놓은

흰 살결 무늬

작은 것이 아름답다

외치고 싶어

 

  

 

 

♧ 눈물의 의미 - 안수동

 

쇠별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저녁

반야를 어둠에 묻고 기다린 마음

산산이 찢어 뿌린 마야고의 눈물이

노을진 하늘로 올라

별이 되었다는 전설이 익는

장터목의 긴 밤을 밀어내고

꿈틀거리는 운해에 얼굴 씻은 봉우리들이

하나 둘 일어나면

오! 일출

 

눈부시게

찬란하게

빛으로 오시는 님

태워주겠다 한다

용서하라 한다

울고 싶으면 울어라 한다

 

빛이여

통곡도 없이

아침을 다 적신 내 눈물의 의미가

모든 것 용서하고

용서받는 약속이 되게 하소서!

 

 

♧ 이름 찾기 - 김미숙(salvia)

--사랑은 16

 

숨은 이름 하나 갖고 싶다

부를수록 더 뜨거워지는

 

저홀로 핀 들꽃 뜨락

쇠별꽃 꽃다지 참꽃마리 뻐꾹나리

하나씩 이름표를 붙여보다가

문득 빈 내 가슴을 들여다본다

 

우리 살아가는 세상처럼

계절 바뀌면 흔적없이

너의 자취 사라져 버리지만

 

봄이면 새로 피어 한 떨기 꽃이 되는데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제 이름을 다시 찾는데

 

장미보다 붉은 내 사랑은

지금, 이름이 없다

    

 

 

♧ 꽃이 피네 - 홍관희

 

농익은 그리움이 터져 꽃은 피는가

꽃 한 송이 피네 가슴 속 기슭 깊숙이

눈물겨운 꽃 한 송이

 

길은 꿈꾸는 자에게만 보인다는 말과 함께

뜨거운 봄햇살로 산산이 부서져 간 그대

 

내 삶 속에서 꿈꾸는 섬으로 떠돌기도 하고

길이 되고 노래가 되기도 하더니

 

그대 떠난 봄날이 다시 찾아와

그대와 함께 오르던 無等을 홀로 오르노라니

 

수평선이 되기 위해 길 떠났던 강물도

이 산 저 산의 산봉우리들을 깨우러 길 떠났던 산새들도

 

사랑할 일이 너무 많아 힘들었던 그대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와

어깨 겯고 자유를 노래하던 그대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와

 

꽃 한 송이 피네 내 가슴 속 기슭 깊숙이

눈부신 꽃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