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목련꽃 피는 계절

김창집 2012. 3. 27. 09:14

 

따뜻한 겨울을 난 해 같으면

3월 1일에 열리는 종친회가 끝나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목련나무에

소담스럽게 핀 꽃을 찍어 올리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까지도 추위가 물러나지 않아

이제야 하나둘 벙글기 시작했을 뿐

활짝 피려면 하루 이틀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사진은 어느 아파트 화단에 핀 것으로

건물로 북풍을 막고 남쪽 따뜻한 햇살을 받아

진즉부터 핀 것으로 너무 벌어진 것도 있고

찍기가 옹색한 곳에 나무도 크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제 겨우 몇 장을 찍고

서너 장은 작년에 찍어둔 것을 곁들인 것이다.  

 

 

♧ 목련화 - 조철형

 

바람을 안고 살던 거친 날

전신마다 시리운 네 설움은

그리운 남녘의 바람을 기다리며

많이도 아팠구나

 

바람의 심장에서

혈관 구석구석 요동치던 뜨거운 너의 피가

하늘로 치솟는 날

화려하게 아주 화려하게 너는 춤출 때가 되었다

 

춤추는 하얀 날들은

오롯이 네가 죽도록 그립던 세상이다

꽃 피면 가여운 날 다가오더라도

가녀린 너의 목이 떨어져도 울지 말고 가야 한다

 

가야 할 때를 아는 뜨거운 너의 피가

거리를 하얗게 적시온 날

바람의 가슴에서 용트림하던 그리운 너의 사랑도

뜨겁게 뜨겁게 하늘로 치솟아 오를 테니까.   

 

 

♧ 목련 - 홍연희

 

생리 멈춘 첫 봄

원기충천 하던 그때를 떠올린

아직은 청춘인 듯

온 몸 부풀린

그녀의 나이와

 

간밤

젖은 창가 흔적 남기고

햇살 뿌린 아침 만난

온통 검붉은 치장으로

거울 앞에 설

출산 앞둔 그대와

 

웅크려 안은

가득한 가슴 안 궁리는 같다

 

서로가

또다시 피우고 싶은

욕망.   

 

 

♧ 목련꽃 - 김귀녀

 

지난해 가지치기한

목련을 보았네

목련 봉긋한 가슴들이

망울망울 맺히고 있었네

홀로 힘겹게

홀로 피었네

텅 빈 가지에서

아픔이 하얗게 피는 줄

모르고 있었네

고개를 떨구고

땅만 바라보고 있는 줄만

알고 있었네

봄이 이렇게

아프게 오고 있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네

내 모습 부끄러워

땅만 보았네   

 

 

♧ 목련꽃 필 때면 - 심의표

백의민족 혼 불인 양

수줍은 미소로

희망의 기치 높이 들고

 

벌써부터 탐스러운 꽃송이

손 흔들어 사인 보낸다.

 

가슴깊이 솟구치는 애틋한 정

그리움으로 피워

하얀 속살 드러낸 화심

 

떠도는 구름떼 흔들어놓고

떠나버린 바람처럼

유유히 거니는 나그네 된다.   

 

 

♧ 목련의 꿈 - 안숙자

 

눈부신 빛살무늬

사선으로 내걸린

따사로운 봄날

 

비상을 꿈꾸는

목련가지 휘어잡아

몽글몽글한 꽃망울에

심연의 고요를 담뿍 축여

 

청아한 하늘에

일필 휘지로

사군자로 쳐볼까

수묵화를 그려볼까   

 

 

♧ 목련 집 부근 - 박후식

 

모를 일이다, 다시 물어도

대숲 집 깊은 모퉁이에서 돌아설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꽃이 아니다

달빛이다

담벼락을 흐르는 강물이다

 

어쩌다 빗장을 열면

새벽 달빛처럼 쏟아져 나와

빈 사랑채 앞에 슬픈 이름으로 서는 것인가

그것은 눈물이다

아픔이다

 

달이 지면,

달이 지고 나면

다시 강물처럼 흐를 아픔이다   

 

 

♧ 목련 - 류정환

 

저 새가 뿌리 끝에서 작심을 하고

좁은 물관을 따라 가지 끝까지 올라올 적엔

온몸 가득 신열이 끓듯

화산처럼 치받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날개를 펼쳐 솟아오르고 싶은

그 벅찬 마음을 떠받치느라고

나뭇가지는 두근두근 떨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날고 싶었으면

몸이 온통 흰 구름을 닮았을까.

 

눈 잃고 귀 잃고 입이 굳어 없어지는 세월 동안

한 겹 두 겹 날개를 직조(織造)하며

행여 꿈이 깰까 저어하여

울음소리조차 안으로 삼켜 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조심조심 날개를 펼쳐 보는

찰나, 속절없이 툭툭 꺾여 흩어지는 와중에

이번 봄도 실패다, 중얼거리며

주저 않고 뿌리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