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대한민국 새우란대전
어제는 제주학생문화원 대전시실에서 열리는
제12회 대한민국 새우란대전에 다녀왔다.
사단법인 한국새우란협회가 주최하고
제주난우회를 비롯한 여러 난우회가 주관하는
전시회여서 엄청나게 많고 좋은 새우란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이 호사를 누렸다.
외떡잎식물 난초목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새우난초는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고 염주 모양이며 마디가 많고 잔뿌리가 돋는데,
잎은 두해살이로 첫해에는 2∼3개가 뿌리에서 나와 곧게 자라지만
다음해에는 옆으로 늘어진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긴 타원형이 된다.
꽃잎은 흰색, 연한 자주색 또는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이고,
입술꽃잎은 3개로 깊게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 중 가운데 것은 끝이
오므라지고 안쪽에 3개의 모가 난 줄이 있는데, 꿀주머니는 길이가
5∼10mm이다. 노란 꽃이 핀 것은 금새우난이다.
♧ 새우 - 강석화
한 병의 소주를 위해
새우 몇 마리를 놓고
펴지지 않는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사업과
실직 3년차의 쓴 웃음이
잠시 담배연기였다가 흩어지고
우리는 새우와 숨가쁜 기침을 나눈다
고향을 떠나온 지 얼마나 되었나
여인의 살결 같은 그리움 깎아내며
낯선 땅으로 밀려다니다가 이 구석에서
우리 마주보고 있구나 눈물 한 방울 없이
비틀리고 껍질 벗겨져
창백한 처녀의 속살로 떨고 있구나
입 안에 안겨오는 오도독한 생살의 향기로움
먼 첫날밤, 움추리던 그녀의 젖가슴만 같아
어뢰처럼 물살을 가르던 힘찬 등줄기도
이제 탄력을 잃었구나
굽은 등 다시 펴지는 날
세상을 질주하리라 수염 긴 늙은 새우여
서러움도 안주가 되는 포장마차에 둘러앉아
아직은 끄떡없다며 소주 몇 병을 더 비우고
물 좋은 새우였다가 이제는 껍질만 남은 사람들과
바다를 찾아 떠난다
떠들수록 외롭고
등이 휘어지는 밤에
♧ 새우잠 - 김경윤
--아버지
아버지 잠든 아버지의 등은 새우을 닮았다
열 여섯 어린 나이에 바닷일을 배워
평생을 갯바람 속에서 살았다
그의 생애는 이제 낡은 폐선처럼 기울고
등댓불도 없는 밤바다를 헤매듯 목숨 걸고 살아온
청태靑苔같은 젊은 날이 바닷속에 썩었지만
그는 아직도 돋보기 너머로 낡은 그물코를 깁고 있다
언제나 등 따순 세상을 만나 허리 펴고 잠들 수 있을까
오늘도 웅크린 아버지의 잠 속에는
콜록콜록 밤기침 소리만 높다
♧ 새우잠 - 정호승
너를 기다리다가 해골이 되어
동해안 백사장에 버려져 있으리라
너를 사랑하다가 백골이 되어
어린 게들의 놀이터가 되리라
햇살이 지나간 다랑이논 같은 나는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너의 운명이 되었으나
이제는 아무도 오가는 사람은 없어
동해안 바닷물을 다 들이켜리라
게들을 따라 봄날이 올 때까지
개펄 속에 들어가 새우잠을 자리라
♧ 안도, 새우를 고르던 여자 - 이생진
백여 채의 가옥이 오밀조밀 모여사는 마을
골목길로 빠져나가다 보면 한가한 자판기가 있고
낮은 함석집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난다
아이들은 여러 날 묵은 초코빵에 우유를 사가지고
어른들은 그저 묵묵히 배를저어 간다
"이 길로 가면 어디죠?" 하고 물으면
일손은 놓고 고분고분 일러주는 연인의 손가락
창고 앞에 널어놓은 잡어를 헤치며
새우 고르던 여인
저렇게 고운 마음씨
바닷바람에 솔잎 섞어 마셨기에 그처럼 고운가
“대부도는 배로 가고 서로 지는 산을 넘어야 해요”
대부도로 가려다 그 여인의 고운 마음씨 때문에
마을로 다시 돌아온다
♧ 홀로 새우는 밤 - 용혜원
세상 바다에
나뭇잎새로 떠 있는 듯
아무리 뒤척여 보아도
어둠이 떠날 줄 모르고
나를 가두어 놓는다
혼자라는 고독을
느낄 나이가 되면
삶이란
느낌만으로도
눈물만으로도
어찌할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함께할 수 있는 이 있어도
홀로 잠들어야 하는 밤
시계소리가
심장을 쪼개고
생각은 수없는
그림을 그려낸다
밤을 느낄 때
고독을 그려낸다
벌써
밤이 떠날 시간이
되었는데
내 눈엔 아직 잠이
매달려 있다
♧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 - 김명석
다스릴 수 없는 한 마디는 살아오는데요
세상에 던져두고 살기에는 향기가 너무 많아
愛之重之애지중지 보듬었던 寶劍보검 속에는
아직도 속을 풀지 못한 뜸북뜸북
뜸북새 한 마리 살아 있는데요.
진양조 걸음으로 찾아갔다 돌아 온 그 언덕
양지바른 무덤 앞에 정갈하게 놓여 있던
하얀 국화 한 송이
아직은 지워지지 않는데요.
♧ 새우탕 - 안시아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오랜만에 휜 허리를 편다 윤기가 흐른다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 분만에 펼쳐지는 즉석바다, 분말스프
가 노을빛으로 퍼진다 그 날도 그랬지 끓는점에 도
달하던 마지막 1° 는 네가 이유였다 주의사항을 무
시한 채 추억의 수위는 수평선을 넘나들고 앗, 끓
는 바다를 맨 입술로 그 날의 너처럼 빨아들인다 그
날도 노을빛이 퍼졌다 그 흔적, 바다가 몰래 훔쳐보
았다 그 바다에 추억을 데이고, 입안이 까실하다
텅 빈 용기 안, 수평선이 그을려 있다
♧ 이 밤을 하얗게 새우는 지금 - 이제민
이 밤을
하얗게 새우는 지금
삼행시三行詩로 오늘도
시를 지었네.
너무나 멋진 시구詩句가
내 이름에도
살포시 다가와
그리움으로 남아 버렸네.
이 밤을
하얗게 새우는 지금
서로의 느낌만을
주고받는 이 순간
노래를 들으며
이 밤을 새우네.
허공 속
그대 모습 그리며
맥주로 입술을 축이며
다가서고 싶네.
하얀 이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