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붉은발말똥게와 인동덩굴

김창집 2012. 6. 2. 17:09

 

정드리문학회 동인지 제3집

‘붉은발말똥게’를 받았다.

앞에서부터 작가 1인당 한 편씩 골라

인동덩굴 꽃과 함께 내보낸다.

나머지도 기회를 보며

또 그렇게 내보낼 예정이다.

 

도서출판 고요아침 간, 10,000원   

 

 

♧ 소방수첩 7

 

복어도 이런 봄엔 그리움이 깊어져서

깊어져서 깊어져서 그것이 깊어져서

가슴에 쌓아두었다. 독인 줄도 모르면서

 

한밤 구급차에 실려나온 어머니

한사코 아들집엔 연락을 말아달라는,

이 세상 사연하나가 맹독보다 아프다  

 

 

♧ 오빠 - 강영란

 

처음 걷는 논둑길

자꾸 미끌어지는 나를

저만큼 앞서가다 뒤돌아보고,

뒤돌아보고 하던 사람이

등짐지는 척 손바닥을 슬몃 폈다

망설이는 내 손 끝이 닿는 순간

손바닥에서 심장 뛰는 소리 들렸다

 

“다음엔… 업어줄게”

 

들판에 벼들이 일순간 다 익었다  

 

 

♧ 이별 - 강태훈

 

멀리 떠나는 그대여

홀로 창을 열어놓고

 

밤하늘의 별들을

들여놓고 싶다

 

맨살 도려내듯

절절한 아픔일랑

바람에 실려 보내리라

 

그림자 없는 그림자 되어

내 앞에 드리울 때마다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언제나 소리 없이

그대 앞에 나타나

세상의 모든 새들처럼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 내 사랑 - 강현수

 

고스란히

천년을

눈 비 바람 맞았습니다

 

한라산 주목처럼

그렇게 견뎠습니다

 

농다리,

살은 다 녹아

뼈만 남은 내 사랑

 

 

♧ 고추잠자리 - 김영순

 

2층에선 학원 일

4층에선 집안 살림

 

벌써 일주일째

땅을 밟지 못했네

 

허공에

강아지풀이

가만가만

휘이네  

 

 

♧ 사람주나무 - 문순자

 

궁리 끝에

장기요양급여 신청서 내고 온 날

아흔의 아버지는 한사코 마다신다

나랏돈 못 먹겠다고

단풍든

사람주나무  

 

 

♧ 복수초 - 박숙자

 

봄날이면

괜시리

내 옷섶도 설레인다

 

눈밭을

뚫고나온

저 환장할 반란들

 

산통끝

울음도 자라

노란 뿔 우뚝하다

       

 

♧ 칠월의 키스 - 송인영

 

유리쟁반 포도송이 물방울 또르르

 

볼 살 오목하니 한 입에 빨아낸다

 

그 사람 입속에 녹는

 

포도알이

 

나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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