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발말똥게와 인동덩굴
정드리문학회 동인지 제3집
‘붉은발말똥게’를 받았다.
앞에서부터 작가 1인당 한 편씩 골라
인동덩굴 꽃과 함께 내보낸다.
나머지도 기회를 보며
또 그렇게 내보낼 예정이다.
도서출판 고요아침 간, 10,000원
♧ 소방수첩 7
복어도 이런 봄엔 그리움이 깊어져서
깊어져서 깊어져서 그것이 깊어져서
가슴에 쌓아두었다. 독인 줄도 모르면서
한밤 구급차에 실려나온 어머니
한사코 아들집엔 연락을 말아달라는,
이 세상 사연하나가 맹독보다 아프다
♧ 오빠 - 강영란
처음 걷는 논둑길
자꾸 미끌어지는 나를
저만큼 앞서가다 뒤돌아보고,
뒤돌아보고 하던 사람이
등짐지는 척 손바닥을 슬몃 폈다
망설이는 내 손 끝이 닿는 순간
손바닥에서 심장 뛰는 소리 들렸다
“다음엔… 업어줄게”
들판에 벼들이 일순간 다 익었다
♧ 이별 - 강태훈
멀리 떠나는 그대여
홀로 창을 열어놓고
밤하늘의 별들을
들여놓고 싶다
맨살 도려내듯
절절한 아픔일랑
바람에 실려 보내리라
그림자 없는 그림자 되어
내 앞에 드리울 때마다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언제나 소리 없이
그대 앞에 나타나
세상의 모든 새들처럼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 내 사랑 - 강현수
고스란히
천년을
눈 비 바람 맞았습니다
한라산 주목처럼
그렇게 견뎠습니다
농다리,
살은 다 녹아
뼈만 남은 내 사랑
♧ 고추잠자리 - 김영순
2층에선 학원 일
4층에선 집안 살림
벌써 일주일째
땅을 밟지 못했네
허공에
강아지풀이
가만가만
휘이네
♧ 사람주나무 - 문순자
궁리 끝에
장기요양급여 신청서 내고 온 날
아흔의 아버지는 한사코 마다신다
나랏돈 못 먹겠다고
단풍든
사람주나무
♧ 복수초 - 박숙자
봄날이면
괜시리
내 옷섶도 설레인다
눈밭을
뚫고나온
저 환장할 반란들
산통끝
울음도 자라
노란 뿔 우뚝하다
♧ 칠월의 키스 - 송인영
유리쟁반 포도송이 물방울 또르르
볼 살 오목하니 한 입에 빨아낸다
그 사람 입속에 녹는
포도알이
나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