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의 8월 시편과 두루미천남성
10호 태풍 담레이가 서서히 다가와
비를 뿌리면서 열대야를 잠재웠다.
흩날리는 빗방울 때문에 문을 닫아서
시원함은 제대로 못 느끼지만
마음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밤이다.
이제 올림픽 축구 가봉과 일전이
막 시작될 예정이어서 얼마 없어
다시 한반도는 응원열기로 휩싸일 것이다.
‘담레이’가 캄보디아어로 ‘코끼리’라니까
우직하게 비나 많이 뿌리고 지나가
한동안 열대야를 몰아냈으면 좋겠다.
지난 3월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타고 내를 건넜던 어진 코끼리가 생각난다.
♧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宵火)고은영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개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값없이 누리는
순수와 더불어 잔잔한 위안을 얻나니
희망의 울창한 노래들은 거덜난 청춘에
어떤 고통이나 아픔의 사유도
새로운 수혈로 희망을 써 내리고 의미를 더하나니
친구여,
나는 오직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8월 풍경
환희에 몸을 떨며
사랑의 화신이 지구의 벽을 뚫고
떼를 지어 지상을 날아오르는 함성 온통 난리다
사랑은 저렇게 시끄러워야 하는가
지나는 전동차 큰 소리도
저 뜨거운 구애의 소리는 잘라내지 못한다
8월 화염이 대지를 휩쓸고
짙은 초록으로 가슴을 태우는
숲과 나무와 풀들의 황홀한 상처
그래 안다
8월 염 복에 뜨거워져야 하는 이유를
쨍쨍한 정염도
때론 목숨과 바꿔야 하는 사랑임을
생존의 텃밭에서 지금이야말로
불볕에 뜨거운 상처를 숙성시켜
이 계절을 건너야 함을
추억으로 간직할 기억 하나 없이
유희를 즐기는 속됨이 아니라
진지하고 절실한 염원의 깊고 깊은
열반의 길임을
♧ 8월의 정사(情事)
기억의 창이여
계절의 절정에 오른 다시 8월이다
밤이면 별들은 자분자분 온 밤을 밟고
반딧불 하 고운 날개 위 유성이 흐른다
한 줄기 바람불면
흐트러지는 하늘을 누운 구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리움에
흔들리는 짐짝 같은 우리 인생
새로운 수혈로 일어서는 아침엔
경계를 소실한 시간에서
줄창 울어대는 매암이여
빛 고와 서러운 가을이 오기 전에
사랑을 탈환할 지어다
무심한 세월에
사람이 일으키는 질기고 독한 사랑보다
너희 사랑은 얼마나 상큼하냐
원시적 울음으로 이해에 길들지 않은
얼마나 뜨겁고 화끈한 눈물의 노래이냐
있는 것을 없다 하지 않는 순리에
물 흐르듯 흘러가는 짧은 생애
얼마나 솔직한 푸른 정사(情事)이냐
♧ 8월(1)
뜨겁기도 하여라
풀들이 내지르는 향기
이 화폭 가득 번지는 욕정
잎새와 잎새 사이 청춘의 푸른 정기
힘차게 약동하는 그대의 손끝에
생명은 환희를 그리는 초록빛 전언
말과 말이 손을 잡고 가슴과 가슴이
열정을 쏟아 날개를 펴면
화르르 날아와 착지하는
행복한 그대 얼굴
♧ 8월(2)
뜨겁기도 하여라
풀들이 내지르는 향기
이 화폭 가득 번지는 욕정
잎새와 잎새 사이 청춘의 푸른 정기
힘차게 약동하는 그대의 손끝에
생명은 환희를 그리는 초록빛 전언
말과 말이 손을 잡고 가슴과 가슴이
열정을 쏟아 날개를 펴면
화르르 날아와 착지하는
행복한 그대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