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부처꽃으로 남은 여름

김창집 2012. 9. 13. 08:00

 

오랜만에 국립제주박물관에서 강좌가 있어

갔다가 끝나고 잠시 연못을 돌아보는데

여름내 피었던 부처꽃이 끝물을 이루고 있었어요.

왜 이 꽃을 부처꽃으로 부르는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네요.

 

한 신심이 돈독한 불자가 부처님께 연꽃을 봉양하려고

연못에 연꽃을 따러 갔는데,

여름 장마철이라 물이 불어 연꽃을 따지 못하고

낙심해 눈물만 흘리고 있었어요.

이때 한 노인이 나타나 연못가에 핀 보라색꽃을 가리키며

이 꽃을 따서 부처님께 바치라고 했데요.

불자는 연꽃 대신 이 꽃을 따서 불전에 바쳤는데,

이때부터 부처꽃으로 부른다네요.

 

부처꽃은 부처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밭둑이나

습지에서 자란다. 줄기 높이는 50~100cm쯤 되며, 곧게

서고 밑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마주 나며 잎자루

가 거의 없고 바소꼴이다. 꽃은 7~8월에 보랏빛으로

핀다. 꽃잎은 여섯 개이고 수술은 12개이다. 열매는

9월에 익으며 두 갈래로 갈라져 씨가 나온다.  

 

 

♧ 행복의 비결 - 법정

 

세상과 타협하는 일보다 더 경계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과 타협하는 일이다.

스스로 자신의 매서운 스승 노릇을 해야 한다.

 

우리가 일단 어딘가에 집착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안주하면

그 웅덩이에 갇히고 만다.

그러면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자기답게 거듭거듭 시작하여 사는 일이다.

낡은 탈로부터, 낡은 울타리로부터,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은 있다.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 자신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세속적인 계산법으로는 나눠 가질수록

내 잔고가 줄어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인 입장에서는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타락하기 쉽다.

그러나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가주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한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말이 있듯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애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그리고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우주의 기운은 자력과 같아서,

우리가 일단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어두운 기운이 몰려온다고 한다.

그러나 밝은 마음을 지니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살면

밝은 기운이 밀려와 우리의 삶을 밝게 비춘다.

 

 

♧ 부처꽃 - 김내식

 

성전암으로 올라가는

옥같이 푸른 물가에

사월 초파일 연등煙燈에 타오르는 촛불처럼

부처꽃이 조롱조롤 매달려

바람에 하늘거린다

 

참새가 날아가며 머리에 똥을 싸도

천년을 빙그레 미소만 짖는

관음보살觀音菩薩의 인자한 미소처럼 편안하고 소박하게

매미들 우는 소리 들으며

참선하는 스님인가

 

붉은 꽃대를 다소곳 숙여

조용히 합장한다

산을 오르는 자는 무엇을 채우려 올라가는지

무엇을 비우고 떠나는지 알 필요 없이

늘 제 자리에 만족하며

때 되면 꽃 피우다 씨 뿌리고 스러져

물 같은 삶을 제시해주는

살아있는 부처이다   

 

 

♧ 부처꽃 - 최영희

 

몇 겁의 연緣을 살다

탈속하고

부처… 꽃

청 빛, 하늘가 연못가 아니하고

덤불 속 편안도 하시구나

칠 선녀 고이 보내

연못 위 선(善)으로 앉히시고

무지렁이처럼 아무렇게나 자란 풀숲

눈에도 잘 뵈지 않는 밥풀 만한 보랏빛

꽃, 부처라 한다

바람이 마구 흔들어 댄다

 

역시 탈속일까

부처의 미소

참 평안도 하시다.

      

 

♧ 앉은뱅이 부처꽃 - 고영섭

 

천지 사방에다 무허가 판잣집을 지은 그는

이름 없는 목수였다

갈 봄 여름 없이

연장통을 옆에 끼고

삼천대천세계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깎아지른 벼랑 위에 암자를 지었고

지붕 위로 날려 온 흙 위에도 초가를 지었다

눕는 곳이 집이었고

멈추는 곳이 절이었다

몇 달 전부터 요사채 말석에

가부좌를 틀고 웅크리고 앉아

문득 한 소식을 얻었는지

노오란 안테나를 하늘로 띄우며

꽃씨 몇 개 날리며 천릿길을 떠나는 그는

제 앞으로 등기한 집 한 채 없이도

바닥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오늘은 민들레꽃이 세운 집 한 채를 보았다.   

 

 

♧ 돌부처의 미소 - 목필균

 

봄인 듯 여름이고 가을인 듯 겨울이니

돌고 도는 세월의 수레바퀴

오너라 가거라 말없어도

가는 듯 오고 오는 듯 가는 사람들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풍화되지 않는 불심 응고시킨 육신

아는 듯 모르고 모르는 듯 아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세상사

말없이 미소 짓는 천년고찰 돌부처

 

 

○ 천수경 - 삼보사(三寶寺)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