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의 여명과 일출
지난 10월 11일 아침 6시.
전날 꽤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마니산을 오르고 있었다.
네 번째로 올라가는 산이지만
어두운 시간에 올라보지 않았는데,
여명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고 있었다.
어느덧 여명이 비치고 산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
기(氣)가 불끈 솟는 것 같았다.
마니산(摩尼山)은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산으로
높이 469.4m이다. 마식령산맥의 남서쪽 끝에 솟아 있으며,
주위에 진강산, 길상산 등이 있다.
원래의 이름은 두악(頭嶽)으로 마리산, 머리산이라고도 부르며,
군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특히 마리란 머리를 뜻하는 고어로,
강화도뿐 아니라 전 민족의 머리로 상징되어
민족의 영산으로 숭앙되어왔다. 본래는 고가도(古加島)라는 섬으로
강화도 본섬과는 떨어진 곳이었으나
가릉포(嘉陵浦)와 선두포(船頭浦)에 둑을 쌓은 후부터 육지화되었다.
일대의 산지들은 오랫동안 침식을 받아 형성된 낮은 구릉성 산지이다.
북쪽 사면을 제외한 전 사면이 거의 급경사를 이루며,
기반암은 화강암과 결정편암이다. 북쪽 기슭에는 화강암반이
비교적 넓게 분포하며, 풍화된 사질토와 암괴가
양파 껍질처럼 분해되는 박리현상(剝離現象)이 나타나고
거대한 널빤지 모양의 암편이 나타난다.
기암절벽이 솟아 있는 산정 부근은 경사가 심하며,
서해안에 산재한 섬과 김포평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백두산, 묘향산과 함께 단군왕검이 강림한 장소로 유명한
높이 5.1m의 참성단(塹星壇:사적 제136호)이 있다.
이곳에서 전국체육대회의 성화가 채화되며,
매년 개천절에는 제전이 올려진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 마니산 - 공석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돌계단을 오르다
털퍼덕 주저앉아 하산을 갈등한다
중도하차는 나를 배신하는 일
민족정기를 도모하는
호국보훈 유월의 산행
좀 더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나를 위하여
우리를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강렬한 빛으로 분사하여
은총으로 분배하는 왕겨빛 태양
불끈 솟는 양지의 힘
홑이불 벗기듯 산등성 안개는
바다 건너 서쪽으로 꼬리를 감추고
하늘 아래 수많은 명산을 거느리는
마니산 성지 산기슭 더욱 깊어져
가슴 벅차 얼굴 벌개지도록
세상으로 등을 떠미는
한사코 불어오는 강화도 서풍
♧ 시에게 - 이진숙
강화도의 마니산
마니산의 참성단
올라가는 계단 높이만큼만
가슴 두근거리게 하여 주세요
전주에도 경기전
육자배기 울리는 대숲
소슬함만큼만
조그맣고 향긋한 꽃밭 하나 가꾸게 해 주세요
그렁저렁
눈물방울 조금 맺히고
화사한 웃음소리 커다란
봉숭아 몇 숨 자라게 하여
누군가의 손톱 물들일 꽃잎 몇 장
사금파리에 따 놓고 기다리게 해 주세요
♧ 여명의 나무들처럼 - 최진연
사랑하는 사람아 기도하자
여명의 숲 속
고요히 늘어선 나무들처럼.
손잡고 수평선 바라보며 서 있는
연인들의 가슴에서 태어나는
견고하고 뜨거운 낱말들
빛나는 금강석
무명지 위에서만 아니라
온 바다 위에 쏟아지는 햇살의
무수한 손거울처럼 빛나는
꿈 조각들은 아직 남아 있는가.
평생에 마주보아도
때로는 낯이 선 사람아
푸석푸석 무너지는 산기슭에
저녁 붉은 빛이 어린다.
이제는 붉게 타오르는
고요한 가을 잎들의
불안을 흔드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는 어두운 그림자
이제 우리
새로운 계절을 맞기 위해
여명의 나무들처럼 기도하자
♧ 여명기(黎明期) - 양수창
야근(夜勤)하고 돌아오는 내 얼굴에 어둠이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나의 잠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잠의 등 뒤에서 혼(魂)을
빼앗기고 방황하는 나의 새벽을 보았다.
피식피식 웃으며 피하는 밤을 보았다. 보았다.
보았다. 그렇게 터 오르는 동녘 숲을 보았다. 숲속에서
눈 부비며 걸어 나오는 하얀 빛의 물소리를 보았다.
♧ 여명 - 김양일
가랑비 바람에 흩날린다.
검은 어둠 컥컥 숨막혀 올 때
하얀 그리움 쌓아올린
백지의 창 열어젖히고
이곳 이 자리
검은 그림자 드리운다.
폐허처럼 황량한 가슴
타다 남은 숯덩이
작은 불씨 되어 가물거릴 때
아 뉘 알았으리
한 줌의 가슴으로 못다 안을
들불 같은 사랑 껴안고
어둑한 밤 토해내며
새벽아침 일어선
그대를 나는 여명이라 하겠다.
♧ 여명(黎明) - 장은수
어둠 헤치며 고뇌를 배낭에 메고
보은 속리산 일천오십팔 고지
새벽어둠 마시는 천황봉 정상
속세를 떠나 팔경 중 하나
소백산맥 허리에
팔봉 팔대 비경 안고 우뚝 솟았네.
영롱한 새벽이슬 가슴에 받아
금강, 한강, 낙동강 발원하니
한반도의 젖줄 어머니
黎明여명의 하늘 아래
혈색 좋은 어린아이 고개 들듯
붉은 태양 불끈 솟아오르길
너와 나의 마음 모아 기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