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만의 ‘귤 빛깔 향기展’(2)
귤 사랑 - 행복 | 45.5×37.9cm. 캔퍼스천+오일칼라. 2011.
나의 작업은, 귤이라는 테마에서 주황색을 귤 빛깔로 선정하여 주제에 의한 상징물을 표현수단으로 삼아 조형작업에 접근해 나가고 있다. 그리하여 작업하는 동안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우녀적인 부분(기름 위에서 물방울이 튀어나듯)을 긍정하면서 필연성으로 확대하여 이끌어내었고, 자유로움의 화면구성을 위하여 붓, 나이프 덧칠, 물감 뿌리기, 흘리기, 긁기, 붙이기 등으로 화면을 구축해 나가며 조형작업의 복합적 기법을 망라한 표현 방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작가 노트’에서
바람을 머금은 귤빛 향 | 20.0×15.2cm. 캔트지+수채, 아크릴릭. 2012.
주황색 화가 고재만의
귤 빛깔 향기展
전시기간 2012.11.16./월/~2013.1.22/화/
전시장소 감귤박물관 기획전시실
하얀 귤꽃 향연 | 50.0×48.0cm. 판재+아크릴릭, 오일칼라. 2011.
♧ 귤 향기 같은 사람 - 조찬용
이가 시리도록 바람도 칼날을 물었다
겨울이 고드름으로 익은 날
귤 향기로 사람들을 보내고
귤 향기로 떠나보낸 사람들을 맞이하는
정거장 같은 사람이 있다
가끔은 그가 보고 싶어 전철 역사에 간다
그보다 뜨겁게 행복을 운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어둡고 음울한 그림자가
허리띠를 조이는 날이면
매운바람에 서 있는 정거장엘 간다
뜨거운 것이란 누구에게나 흐르는 핏줄의 함성이언만
태어나 더듬이가 망가지고 어눌한 걸음 그 바람 속으로
걸음을 옮기고 둥지를 트는
홀로 있어도 시들지 않는 뜨거운 인생
나도 그처럼 뜨거워지고 싶어
그가 사는 들판의 역사로 간다
웃음이 줄지 않는 그의 인사가 뜨겁다
차가운 세상에 귤처럼 속이 얼지 않고 향기가 나는
그는 분명 이 겨울의 주인이다
제 인생 하나 뜨겁게 붙잡지 못하는 내 겨울을 생각하면
그는 내가 쉴 정거장이고 향기다
내 속도 귤처럼 벗기면 향기가 있을까
귤향과 함께 해요 | 53.0×40.9cm. 캔퍼스천+오일칼라. 2011.
♧ 감귤 - 주근옥
벗기며 쪼개며
한 쪽씩 입에 넣고
진저리치네
귤 사랑 - 사랑으로 | 45.5×33.4cm. 캔퍼스천+오일칼라. 2011.
♧ 귤껍질을 까다가 - 김금용
귤껍질을 깐다
손톱 끝에서
노랗게 익어 터지는 알몸
벽 앞에서 두터운 시간을 벗어내고
탱글한 젖 물을 떨구는
당당한 아내
시린 질투 앞에서
한 입 베물고 마는 가학,
혀 밑으로 침이 고인다
촉촉한 태양을 닮아 발그레한 뺨
무르익은 알갱이가
눈물이
닫힌 가슴을 두들긴다
톡톡
하얀 이빨 사이로
귤 사랑 - 숨결 | 24.0×19.0cm. 캔퍼스천+오일칼라. 2011.
♧ 한 개의 귤잎 - 한분순
밤에도 흰
새벽에도
……여태도
늘
금사(金獅)로 있다
저(笛), 고르듯
열리는
부신
목관음(木菅音)의
조립(組立)
바람의 삽상(颯爽)한 시간에, 온통
탄생의 숲은......
귤 사랑 - 그만큼 | 34.8×22.2cm. 캔퍼스천+오일칼라. 2011.
♧ 귤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김선우
골목길 돌아 나오다 누가 나를 불러
잠시 눈길 준 폐타이어 쌓인 창고 앞
조붓한 담장 아래 아기 어금니처럼 돋아 있는
귤싹 하나 만난다 지난 겨울 어느 늦은 밤
소주를 사러 점방 가는길에 아무 생각 없이 뱉어낸
귤씨 하나가, 아니겠지 설마 그 귤씨 하나가
큰맘 먹고 사놓은 백개들이 귤 한상자
한겨울 밤 야금야금 까먹던 그 귤들이
더러는 맑은 오줌으로 몸 밖을 흘러나가고
사는 일이 서리 앉은 빨랫줄 같아,
푸념하면서도 하루를 견디게 한 어떤 열량이 되고
잔주름 생기기 시작한 눈가
지친 세포의 자살을 지연시키는 비타민이 되고
어두운 상자 속에 얼마 남지 않은 귤 몇알이
그래도 천연스럽게 댕글댕글 빛나던 힘!
귤껍질에 빼곡히 열린 구멍이란 게 실은
저의 중심을 향해 세상의 향기를 흐르게 한 통로는 아니었을까
보이지 않는 중심을 향해 몸을 맞대고
껍질을 벗겨내도 흩어지지 않던 귤조각
시고 달고 아린 저마다 다른 맛들이
열어둔 통로를 지나 중심으로 모이듯
귤 한상자 놓여 있던 겨울의 귀퉁이가 문득 밝아지고
알전구같이 흐릿한 창밖의 그늘이
외로운 귤알들로 빚어지곤 했던 것이다
귤 사랑 - 귤 이미지(1) | 72.7×60.6cm. 판재+ 아크릴릭, 오일칼라. 2011.
♧ 귤 - 반기룡
한겹 한겹 벗길 때마다
새콤달콤하게 흥분시키는 이유가 뭘까
귤 사랑 - 귤 이야기(1) | 33.8×58.0cm. 판재+ 아크릴릭, 오일칼라. 2011.
♧ 사소한 행복 - (宵火)고은영
망각의 표피에 스미는 것들은 시간의 무덥이다
기억의
잔재로 무의식의 범주에서
잠잠히 침묵하고 있는 매몰 된 진실은
이제 나에게 노후 된 시간을 묻는다
걸어 왔던 시간의 기억들
그러나 내 삶의 잠언들은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명쾌해 지고 있다
슬픔이거나 기쁨 행복이거나 분노 미움이거나 연민
그 외의 수많은 의문 부호들
지독한 아픔과 고통의 극지에서
절감했던 절망의 통곡도 점차 엷어져
오늘 이 환한 봄의
문턱에서
언 땅이 녹은 축축한 대지와
포근하기만 한 공기와 세탁소 쇼프 냄새
그리고 이 자그마한 동네 분식집에서
봄의 아침을 물들이는 오뎅 국물 냄새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기분 좋은 아침을 맞고 있는가
멍하니 직시하는 허공에서
그리움을 휘젓는 사랑은 아쉽기도 하지만
누군가 여전히 그리워지는 오늘
이 소중한 아침도 겁나게 행복한 것이다
귤 사랑 - 만남 | 45.5×33.4cm. 캔퍼스천+오일칼라.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