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변산바람꽃의 봄맞이

김창집 2013. 2. 18. 14:08

 

이 녀석들은

어찌 그리 강골인지

영하로 내려가는 숲

찬바람 속에서 밤을 지새고

 

낮이 되어 봄을 부르는

한 줄기 햇볕을 믿고

소담스런 속살을 보이나니

 

이름하여

변산바람꽃이라 했다.

      

 

♧ 외줄 타는 변산바람꽃 - 박종영

 

더딘 봄 아침을 연다

여린 가슴 추수려

텃밭에 한 그루 매화가 활짝 피었다

꼭, 누구네 해 맑은 웃음 닮아

혼자 웃고 있는 걸 보니 애처로운 향기다

살며시 그것의 곁으로 서서

색조가 탐이 나는 것은 아직 남은 열정이 있어

탐닉을 반추하려는 욕심일까?

오로지 하얀 웃음을 보기 위해 겨울은 언 강을 건너며

너의 가슴에 따뜻한 시련을 수놓았으리

들꽃이 기지개 켜는 시간은,

게으른 농부에게 힘을 실어주는 향기의 구휼이라

굿판이 열리는 봄의 길목에서

외줄 타는 변산바람꽃,

오늘, 네 환한 웃음이 슬프게 들리는 것은

늑장 부린 봄,

아득한 향기 탓이려니

    

 

 

♧ 바람꽃 - 이희숙

 

바람이 우수수 일어서는 저녁이면

가슴속 화인으로 뜨겁게 새겨진 그대 이름

타는 목마름으로 수없이 불러내어

비밀의 사랑 가슴에 묻던 날

그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타는 그리움 죄가 된다 해도

그대 외로운 이름

내 삶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싶었다

 

억겁의 시간 돌고 돌다

다음 생에서 그대 혹여 만나면

잔설이 채 녹지 않은 땅

순백의 고결함으로 가장 먼저 꽃을 피워

그대 뜨거운 이름 위에

순한 내 이름 깊이깊이 새겨 넣고 싶다

그대를 그리는 내 사랑의 이름은

영원히 시들지 않고 지지 않는 바람꽃

 

 

♧ 바람꽃 - 김세실

 

꽃이라 부르지

않아도 좋아

내 모습 아무도

볼 수 없을 테니까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아도 좋아

아무도 나에게

얘기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대는

알고 있지

내 마음 그대 따라

출렁이는 것을

 

그대 그리워

가는 곳마다

꽃으로 눈물로

뿌려지는 것을.

 

그대 사랑해

가는 곳마다,

애타는 가슴으로

타오르는 것을   

 

 

♧ 바람꽃 - 임제훈

 

내 어쩌면 좋아

꼭 그 아지매

사랑할 것만 같아

무지무지 사랑할 것만 같아

목숨 둘이면

하나쯤 내놓을 것 같아

바람도 불지 않는데

가슴 속 가지들이

흔들리고 있어

얼마 아니하여

줄기까지 뿌리까지

모조리 흔들릴 것 같아

 

강단지고 몸살 나게

귀엽지도 이쁘지도 않는데

지장가면 장바구니 든

어디든 흔히 있는 아지매데

 

거지들과 얼려 다닐

참 형편없이 피눈물 나게

청춘을 모질게 울려 보낸 내게

젊음을 되돌려 줄 것 같은

찬바람 호젓한 산 어름에 핀

몸 움츠리고 미소 짓는 바람꽃

 

내 영혼 마구 흔드는

태풍으로 휩쓸어 버릴 것 같은

몸살나게 좋아오는 아지매

꼭 사랑해야 할 것 같은

저 다가오는 사랑

저 청초한 아지매 바람꽃     

 

 

 

♧ 바람꽃 - 김내식

 

은혜로운 햇살의 외면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덮고

 

눈 덮인 겨울의 시련 속에

오직 그대만을 기다렸다

 

나에게도 분명 청춘은 있어

외로움 들고 일어나

 

맞이한 첫사랑 그대여

하필이면 바람이었나

 

아직 난 바람을 베고 누워

세월을 타고 간다   

 

 

♧ 바람꽃 - 소양 김길자

 

마른 잎 구르는 소리가

더러 스산스럽긴 해도

누구나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햇빛 환한 집 한 채

흙이 몸 풀지 않은 이른 봄

바람을 닮겠다고

어둠 뚫고 일어난 이른 아침

물안개 움츠린 곳에서 몸 푸는

바람꽃 그니

심술궂은 폭설 만나

견디기 어려운 고비 있었지만

그리움이 맺어준 예민한 꽃

그 꽃 속에 서서

나도

한포기 들꽃 되어 외쳐본다

나도 바람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