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이른 봄 털괭이눈

김창집 2013. 2. 24. 00:57

 

꾀꼬리오름과

대천이오름,

방아오름에 다녀왔다.

대천이오름으로 접근하던 중

만난 털괭이눈

고양이 눈빛처럼

또랑또랑하다.

 

털괭이눈은 범의귓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3c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둥근 모양인데 톱니가 있다.

5월에 연한 노란색을 띤 녹색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피고

열매는 삭과로 10월에 익는다. 산지의 습지에서 자라는데

한라산, 지리산, 함경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 이른 봄 - 도종환

 

아무도 들꽃들이 겨우내 비겁하였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도 있는 힘을 다해 싸웠다

나 같은 사람도 앞장서서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살았다 우리들은

힘은 없지만 비겁하지 않으려 했다

아직도 크게 달라진 것 없어

마음 허전하기 이를 데 없지만

나같은 허약한 사람도 쫓기며 끌려가며

두려워하지 않고 싸웠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위해 싸웠다고

그 생각을 하며 이 저녁 자신을 위로한다

꽃샘바람에도 순이 터 올라오는 나뭇가지가 보인다

산천에 봄소식이 오고 강물이 풀려도

내가 아직 불법이란 딱지에 묶여 있는 게 가슴 아프다

젊은날을 다 바쳐 싸우고 돌아보는 이 저녁에   

 

 

♧ 산의 묵언 - 박종영

 

산은 하늘과 땅의 중간에 앉아

봄여름, 가을 겨울을 안아주어

함부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늘 의젓하면서도 묵언의 도리로

천 년 풍상 받아내고 있습니다.

세월을 부추기는 바람의 시간이 불어와도

아픈 상처 다스리며

수많은 생명을 움트게 합니다.

철 따라 피는 꽃은

계절이 전하는 빛나는 훈장입니다

아름다운 새의 노래를 듣고 밝게 웃어주는 날은

산골 물도 청량하게 흘러갑니다.

언제나 근엄한 산의 내력을 얕잡아 보는 것은

요산요수의 도량을 가볍게 여기는 일이기에

산을 오르는 날은 경건한 마음으로 이른봄,

천의 얼굴 산골 물에 엎드려

생명의 흔적 안주하는

아담한 산집 하나 세우는 일입니다.   

 

 

♧ 우리나라엔 풀밭이 많다 - 정진규

 

  얼마라던가 그 정확한 단위는 잊었지만 아무튼 몇 만 톤, 그런 정도의 어마어마한 힘! 이른봄 언 땅 밀고 나오는 여린 새싹 한 잎의 힘을 그 초록힘을 수치로 산출해보면 그렇다고 했다 우리 여자들이 밀물 썰물로 제 몸 속에 가두고 있는 바다, 애기를 낳는 힘, 그 절대 순간의 힘, 낳는 힘! 그것과 똑같다고 했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풀밭에서 그 초록힘들의 무리를, 낳는 힘들을 보았다 뾰족뾰족 땅을 들추고 있었다 나도 이 봄에 손자 하나를 더 보았다 손자가 둘이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십만 톤은 넘는다 할 수 있다 이 풀밭의 새싹들의 초록힘들을, 낳는 힘들을 모조리 모으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엔 풀밭이 많다

      

 

 

♧ 舍利사리를 찾아서 - 하영

 

산수유 열매를 딴다

지난해 가뭄에도 옹골차게 살이 여문,

천왕봉 눈보라에 더욱 몸이 단단해졌을

붉은 열매를 거둬 들인다

 

이른봄, 산천재 돌담 그늘에 남아 있는

싸락눈을 밟으며

한 알 한 알 잘 여문

시를 읊조리고 있는

남명 선생의 글 읽는 소리를 듣는다   

 

 

♧ 망춘(望春) - 이우복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세 언니 비키우고

꽃가마 탄 막내처럼

봄 낭군 얼싸 안으려 넌,

잎을 제친 푼수떼기

 

화사하지 않으려

샛노랗게

도섭하지 않으려

조용히

나약하지 않으려

꿋꿋한 모습으로

 

아지랑이 아스팔트 길가

조용한 교정 한 모퉁이

졸졸졸 시냇물 가에서도

소담스럽게 피어났구나

 

이른봄, 춘정을 이기지 못해

화들짝 피어난

차마 소중한 나의 망춘(望春)이여-   

 

 

♧ 새봄을 맞기 전에 - 오정방

 

벗어버리자

겨울의 무겁고 낡은 코트들

 

씻어버리자

아직도 용서치 못한 철지난 앙금들

 

털어버리자

질투와 아집과 교만의 찌꺼기들

 

잊어버리자

새출발을 가로 막는 무익한 선입견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