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화는 피었는데
우리 동네 빈터 조그만 둔덕에는
보름 전부터 개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바람벽 때문에 늘 추위를 타는
우리집 것은 이제야 무리져 피었다.
집 앞 소공원에 벚꽃이 저리 흐드러졌는데
강원도에는 폭설이라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
눈꽃도 꽃으로 보았나?
감자 농사 망쳤다니 걱정이다.
♧ 봄날에 눈 내리고 - 고증식
우수 지나고
경칩도 지난
삼월의 마지막 하늘에
눈이 내린다
삼동에도 눈 한 방울 없었던
볕살 도타운 땅 밀양에
목련꽃 다 지고
산도화 산벚꽃 볼 붉혀선
양지쪽 환한 자리를 허물며
펑펑 함박눈 쏟아져 내린다
창문을 박차고 날아간 아이들
와글와글 하늘에 달라붙는다
부럽다
쳐진 어깨 위로 환호성 뽑아내는
저 거침없는 눈발들
분분한 일탈의 자유
♧ 나비야 청산가자1 - 홍문표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가자
하늘하늘 옥색치마
자주빛 꽃댕기
아직도 손끝에 파닥이는
그날의 부끄러움
스믈다섯이었지
우리는 뜨거운 가슴이었지
너의 순진한 눈시울에
나는 몇번이나 죽음을 약속하며
가난한 마음 하나
푸르른 날개를 달고
아
새벽처럼 달리던 숲길이었지
종달새 지저귀는 들길을 지나
두견화 손짓하는 언덕을 지나
산도화 피멍든 꽃잎을 뿌리며
바람처럼 달리던 푸른 언덕길
이슬처럼 영롱한
내가슴 속의 진주
그 맑고도 황홀한 순결의 날개를 펴고
오색빛 고운 햇살
그 선연한 빛깔 사이로
달려오던
네 아련한 기억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가자
♧ 산도화는 피었건만 - 윤정강
붉은 꽃잎에 기워진 달
섬섬옥수 펴 닿으면
임의 팔 베게 마냥 좋아라
마당같이 넓은 가슴이
산을 만든다
한 올 두 올 퍼올리던
그리움의 잔영이
산도화 꽃잎에
기쁨 으로 남겨 두고
치마폭에 꽃잎
펄럭이며
떠난 듯 다시 필 것을
엷은 손수건 겹으로 쌓여
박힌 흔적들
산도화 입술 벙글며
붉게 피는 그리움.
♧ 影池영지에서 - 최진연
지금 내 눈에는
千年천년 전 돌탑이
고운 연두색
세월의 물때 옷을 입고 섰네.
일곱 자 명주 수건
자라는 물풀 사이로
달빛 싸라기들은
하얀 살점으로 떨어지고
번뜩이는 눈빛, 釘정 끝에서
돌조각으로 떨어지네.
말기(?) 속에 갇힌 사랑을
두견새가 울어
토함산 기슭을 흥건히 적시고
山桃花산도화의 눈은
붉을 대로 붉어 있네.
해는 아직
캄캄한 동해 바닥
배를 깐 龍女용녀 이빨에
단단히 물려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