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벚꽃 - 다시 4월은 오는데

김창집 2013. 3. 31. 08:14

 

그제는 갑자기 대구 사는 동서의 부음을 받자마자

대구로 날아가 조문한 후

해병대 4기로 6.25전쟁에 참전한 공을 세웠기로 

대전 현충원으로 모시는 데 참여하고

 

어제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

4.3시화전 개막식에 참가하고 돌아와

국수 한 그릇씩 하고

옆 신산공원 벚꽃과 만났다.

 

대구에도 벚꽃은 거의 피었었고

대전에는 이제야 피기 시작하는 것뿐 다를 게 없는데

제주 벚꽃만 어떤 슬픈 빛을 띤 것 같다.

 

그게 제주의 4월이 시작되는 계절 탓일까?

오늘 끝나는 벚꽃축제의 꽃과

내일까지 남은 벚꽃은 확연히 다르리니…. 

 

 

 

♧ 질치기 - 문무병

 

설운 님 오시는 길은

봄밤 새풀 돋아난 바람길이어라

비비둥둥 살장고 치며

혼 씌워 오는 밤에

하올하올 날아서 오는

나비 다리어라

 

테우리 마소 모는 소리 유연하고,

질토래비는 자왈곶[荊棘] 헤쳐가는데

어둔 밤 참호의 비명도 이어지는

어욱꽃 뉘엿뉘엿 눈부신 한라산,

님이 오시는 길은

바람길 구름길이어라

 

청원한 소리 안개 속에 흐르는

저승길 대나무 상가지

백지 나부끼는 자왈곶[荊棘] 지나,

저승문 문직대장에 인정 걸고,

 

저승길 무명천 밟으며 상마을 도올라

아, 님이 오시는 길 열려 맞자

 

자손은 조상 그려

조상은 자손 그려

비새[悲鳥]같이 울음 우는 봄밤

님이 오시는 길,

칭원하고 원통한 저승길 열두 구비

열려 맞자   

    

 

 

♧ 벚꽃 - 김승기

 

  말해 무엇 하나요.

  진실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

  늘 웃음 지어야 하는 거래요.

  몇 날을 함께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을래요.

  한 순간 환한 웃음으로

  당신 앞에 서 있기 위해

  여러 날 꿈을 키웠어요.

 

  도로에선 가로수로, 학교에선 정원수로, 마을에선 당산목으로, 공원에 선 관상수로, 산책로에선 왕벚나무로, 들에선 올벚나무로, 계곡에선 산벚나무로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며 서 있어요.

 

  제가 한국 특산 토종임을 알고 있나요? 한라산 두륜산 대둔산이 원산지예요. 대륙성 수목이지요. 일본이 國花로 지정하였다 하여 섬나라 꽃으로 생각하고 미워하면 되나요. 가슴 찢어지는 분노 때문에 창백한 얼굴로 왈칵 쏟아져 내려요. 당신은 가슴 아프지 않나요?

 

  어떻게 말할 수 있나요.

  세찬 바람 온몸을 후려칠 때

  반쪽 남은 얼굴이라도 매달리고 싶은 안간힘

  와르륵 떨어져 내릴 때

  아픔 감추고 웃어야 하는 슬픔

 

  알고 있나요.

  떨어진 꽃잎 쓸지 마세요.

  당신의 발길이 밟는 무게만큼

  기쁨으로 사랑해 주세요.

 

 

 

♧ 그 벚꽃 길 - 서봉석

 

  활짝 핀 벚꽃이 또 그렇게 화들짝스럽게 잎잎 올올 서로 섞으며 화문석 짜 내리는 몸짓 초록 빛 사이사이 봄의 속살이 사랑의 넓이로 스팡클처럼 아롱거리는 속에 젖 먹이지 않아도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 그리움 하나 푸름에 큰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행여라도 보고 싶었단 말로 아기자기해지를 바랬는데 꽃 예쁘단 이야기만 하기에 덩달아 봄이 곱단 말만 했다 헤어져 지낸 날 길다보니 멋쩍었나 딴청 만 하다가 올 봄나들이는, 싱거울 일 되나 싶었는데 끝 길에서 잘가라 부여잡은 손에 한 옹큼 집히는 울렁울렁 숨소리 언제 또 만나지려나 울컥 눈시울 붉어지고 바람 따라 후들거리는 벚꽃 이 봄도 못 말리고 있다

     

 

 

♧ 섬진강 벚꽃 - 김윤자

 

옥빛 강가에 내려온

설야의 꽃사슴 신부

수정 눈 단아한 웃음으로

십리 강둑 길에

순결의 등불을 켠다.

지리산이 아버지고

섬진강이 어머니고

재첩잡이 조각배가 낭군이라며

밝은 손길로

사월의 가난한 우수를 잠재운다.

가파른 물살을 피해 던지는

낚싯줄의 연민으로

학의 숨결 닮은 가슴은

하얗게 피어 오르고

낙조를 밟고 선 여문 버선 발

쌍계사 대나무 골과

화개장터 오르내리며

강기슭 어둠을 사르고 있다.

심지 굳은 섬진강 혼으로

타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