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삼백초로 맞는 7월

김창집 2013. 7. 2. 00:05

 

 세상이 바뀌는 것이 인간의 사고변화에

의한 것으로 보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요즘 산에 들에 나서 보면 자연이나

풍경이 많이도 달라졌다.

 

지금쯤이면 메밀은 파종도 않했을 터인데

꽃이 지고 열매가 맺었는데 이른 종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메밀꽃 필 무렵’이 8월이 아니라

6월이 된다는 셈이다. 여름 감자도 이미 거두어 들였다.

 

전에는 좀처럼 제주에서 기장을 볼 수 없었는데

이젠 건강식품을 따져서인지 밭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들판을 장식하거나 빈밭, 공터를 장식하는 식물 역시

외래종이 많은 걸 보면, 심히 격세지감을 느낀다.

 

삼백초(三白草)는 삼백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50~10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흰색에

심장 모양이다. 6~8월에 흰색 꽃이 수상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삭과이다. 약재로 쓰는데, 제주도, 울릉도 등지에 분포한다.

꽃이 필 때 가화(假花)처럼 위로 세 잎이 희어서 이름이 삼백초다.

 

 

♧ 어정칠월 - 권오범

 

휘황찬란한 도회지에서

너나없이 유리걸식하는 세상

밤낮 분간이 어려워

매미들 사랑노래 따라 가출한 잠

 

두레풍장 소리 잊고 살다보니

칠석날 하늘마저 맨송맨송해

견우직녀 눈물의 상봉도 없는 것 같아

얼큰했던 늴리리쿵더쿵 시절이 그립다

 

배동바지부터

장마와 열대야가 번갈아 쥐어짜

물퉁이 되어 건너는 성하의 강에

징검돌처럼 놓인 입추 말복

 

어정버정할 수도 없는

현대판 머슴살이

처서가 더위 팔아버리고 나면

소문처럼 모기 입이 삐뚤어지려나 

 

 

♧ 칠월(七月)의 편지 - 박두진

 

칠월(七月)의 태양(太陽)에서는 사자(獅子) 새끼 냄새가 난다.

칠월(七月)의 태양(太陽)에서는 장미(薔薇)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草原)을 달리며

심장(心臟)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칠월(七月)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波面)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海岸線)의

조국(祖國)의 포옹(抱擁).

 

칠월(七月)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祝祭)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 칠월 염천 - 권경업

 

자빠 널부러진

칠월 염천, 지리산 등때기

코에 단내 풀풀 나는

그런 사랑 한번 해 보고 싶다

 

지척을 천리로 둔

가슴의 가시덤불 걷어 내고

허리의 녹슨 철조망 끊어 내어

그런 오르가슴 한번 느끼고 싶다  

 

 

♧ 칠월의 노래 - 예당 조선윤

 

싱그러운 초목의 해맑은 미소

푸른 물결 파도로

타오르는 태양아래 화려함을 뽐내고

여름이 부르는 소리에

어느덧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세월 잊은 동심

꽃 마음 열어 고운정 엮어

쏟아지는 별빛아래

멍석마루 별을 헤던 추억은

누군가 남겨 놓은 축복처럼

말이 필요 없는 눈부심에

 

빗소리도 멋진 오케스트라 연주로

밤새 천둥 번개 잠을 깨워도

청포도 알알이 익어가는 화사한 웃음 뒤에

감추어 둔 두근거림이

초록 나무에 영그는 칠월

시원한 바람이 뜨거운 태양을 달래는

신록의 칠월은 사랑으로 다가온다.  

 

 

♧ 7월이여 - (宵火)고은영

 

타락의 원안에서

신과 가까운 영역을 바라던 랭보처럼

나도 타락의 빗금에 서명을 했다

소스라치는 꿈들은 늘 두려움에 떨었다

영혼의 들창에 존재를 후비는 죄의 누수

 

획일적인 삶에 대항하던 의식은

종교적 맹신에 저항하던 볼테르처럼

진정한 이상과 자유를 갈망했다

그것은 무덤이 되었다가

황금알을 낳고 새끼를 치기도 했다

 

망명지는 없었다

나는 청개구리가 되었다

나의 타락은 완벽하다

쾌락이 본질은 고통의 가시로 피는

황홀한 핏빛 장미

 

깨달을진저

성의없는 사랑들이여

아부하는 거짓들이여

메마른 땅에 온통 푸른 절기로 자라 숨 쉬는 7월이여

진리의 정령으로 사랑을 그리는 손길이여

그대야말로 결론을 향하여 달리는 축복

푸른 바람으로 와 닿는 미소

 

불쑥불쑥 도지는 삶의 염전에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에

불신으로 치닫는 세상에

그녀의 새빨간 입술에

오늘은 시원한 소나기 내려라  

 

 

 

♧ 7월 - 반기룡

 

푸른색 산하를 물들이고

녹음이 폭격기처럼 뚝뚝 떨어진다

 

길가 개똥참외 쫑긋 귀기울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토란 잎사귀에 있던 물방울

또르르르 몸을 굴리더니

타원형으로 자유낙하한다

 

텃밭 이랑마다

속알 탱탱해지는 연습을 하고

나뭇가지 끝에는

더 이상 뻗을 여백 없이

오동통한 햇살로 푸르름을 노래한다

 

옥수숫대는 제 철을 만난 듯

긴 수염 늘어뜨린 채

방방곡곡 알통을 자랑하고

계절의 절반을 넘어서는 문지방은

말매미 울음소리 들을 채비에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