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신화공원의 하눌타리 꽃

김창집 2013. 7. 11. 08:23

 

신화공원에서 하눌타리꽃을 만났다.

빗속 뿌연 안개 속에서 하얗게 빛나던 꽃,

불현 듯 아버지가 파온 하눌타리 뿌리를 갈아

침전시키며 쓰고 떫은맛을 우려내어

콩죽에 넣고 먹었던 쫄깃한 맛이 떠올라

다시금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 옛날 보릿고개에 밭에서 돌무더기를 치우다

파온 하눌타리 뿌리, 독특한 모양과 함께

그것을 갈아내고 물을 갈며 수고를 했기에

그 맛이 나온 것이다. 정성의 손맛.

 

하눌타리 열매를 만나면 따다 걸어두었다가

엿장수 오면 내다 엿과 바꿔 먹었던 일,

오늘날 국어사전에는 ‘하눌타리’로 올라 있는데

‘하늘타리’도 같이 쓰고 있다.

 

하눌타리는 박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중부 이남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며 자라며, 잎은 다섯 개 내지

일곱 개로 갈라져 어긋나고 여름에 잎겨드랑이에

꽃이 달린다. 열매는 등황색이며 씨는 괄루인,

뿌리는 괄루근, 뿌리의 가루는 천화분이라 하여 한약재로 쓰인다. 

 

 

♧ 하눌타리 - 구재기

 

죽나무 등줄기를

마른 넝쿨로 타고 올라가

한겨울 빈 하늘을

하홀로 지키고 있는 게 얼마나 대견하냐

푸르다가 지친 빈 가슴을

가득가득 채우는 게 얼마나 흐뭇하냐

마을 사람들은 여름 살고 겨울을 살고

또 한여름 나고 겨울을 지나며

등 따순 세상 끝을 맞고 싶었다

행여 맨발로 돌아설 까닭 없는 곳에

눈물 뿌리며 핏물 흩뿌리며

가도 가도 소용돌이뿐인 물굽이 길

마지막 기도 한 방울의 등빛으로

새로 하나 싹 틔우고 있지 않는가 

 

 

♧ 처녀달 - 나태주

 

네 가슴에 돋는 달은 옥례야,

내리 꽃히는 폭포수에 알몸 씻은 보름달이다.

시퍼런 은장도칼 입에 문 보름달이다.

 

배꼽 지지는 불가뭄을 이겨내고

허리 짓무르는 장마를 이겨내고

울타리 가에 주렁주렁 호박덩이 박덩이

하다 못해 하눌타리 같은 것까지 거느리고 오시는,

 

옥례야, 네 가슴에 돋는 달은

건드리면 금시라도 까무러칠 처녀달이다.

시퍼런 은장도칼 입에 문 처녀달이다.  

 

 

 

♧ 들꽃 이름 - 권달웅

 

 우리네 산에 들에는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나무들도 많지만 풀벌레와 같이 자라는 키 작은 들꽃들은 더욱 많습니다. 바람 부는 날 바람 따라 산에 들에 피는 들꽃 이름을 불러보면 오래 소식 끊긴 친구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비비추 더워지기 으아리 진득찰 바위손 소리쟁이 매듭풀 절굿대 노랑하눌타리 딱지꽃 모시대 애기똥풀 개불알꽃 며느리배꼽 꿩의다리 노루오줌 도꼬마리 엉겅퀴 민들레 질경이 둥굴레 속새 잔대 고들빼기 꽃다지 바늘고사리 애기원추리 곰취 개미취… 덕팔이 다남이 점순이 간난이 끝순이 귀돌이 쇠돌이 개똥이 쌍점이 복실이… 불러보면 볼수록 정겨운 들꽃 이름들 속에서 순박했던 코흘리개들이 웃습니다.

 

 

 

♧ 하눌타리 - 구재기

 

하늘은

언제나 높고 푸른 것

구름에 덮혀 아니 보여도

아이들은 가슴으로 하늘을 우러른다.

 

복사꽃 살구꽃

개나리 진달레꽃이 피어

너우러진 봄날엔

하늘을 우러러 단꿈을 꾸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줄땀을 흘리며 노래할 때엔

아이들은 하늘을 우러러

맑디 맑은 목청을 닦아낸다.

 

구름떼 밀려나고

단풍잎 고운 세상이 오면

하늘은 온통

높고 푸른 것

 

아, 비로소

키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

하늘 한가운데를 차지한

아이들의 핑크빛 가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