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다화연의 작은 연꽃

김창집 2013. 7. 15. 10:26

 

어제는 신례천 숲길을 따라 이승악까지

원 없이 숲길을 걸은 하루였다.

 

나무 이름을 새긴 명찰과 나무를 확인하며 걷는 중에

요즘 그곳에서 도채 당했다는 황칠나무 밑동을 보며

몸에 좋다고만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을 탓하기도 하면서.

 

여기 올리는 연꽃은

전날 거문오름 용암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 찍은 것으로

연못이 작아 일부러 작은 종을 심은 게 아닌지

꽃이 좀 작아 보인다. 

 

 

♧ 연꽃처럼 - 최이인

 

내 얼마만큼 도를 닦아야 너처럼 흐린 연못에서도 맑게 살 수 있니?

우리가 어느 만큼이나 수행을 해야 둥둥 떠다니지 않고 너처럼 마음을 정하니 ?

모두가 어떻게 살아가야 너처럼 더러운 곳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니?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만 보라.

 

귀로 듣지 말고

가슴으로 들어라.

너는 소리없이 말을 하고 미소짓는데

 

나는 무엇이 되어야 너처럼 고귀하게 행동을 하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너처럼 품위를 잃지 않고 환하게 세상을 밝히니?

모두가 몇 만겁이나 고행을 해야 너처럼 늘 엎드려 위대한 하늘을 우러러 사니?  

 

 

♧ 절물 연꽃 - 양전형

 

 

뉘 가르침 있어 이렇게

꽃송이가 선명한지

내 안에서 부풀다 부풀다

한사코 피어버린 사람을 닮았네

 

거울진 물그림자들

연못 밖에서 손짓하는데

뉘 가르침으로 이렇게 말문마다 조용한지

내 가슴만 열어 놓고

입 잠근 사람을 닮았네

 

물방개 맴돌다 떠난 자리에

아린 가슴 소용돌이친다

도대체 누가 뭐라 했길래 이렇게

땅 위에 오르기를 마다 하는지

 

햇살이 지천 가득 이글거리네

아아 유배의 내 작은 호수

올차게 뿌리내린 선명한 나의 그대여

우리, 저 땅 위에 한 번 피어보시게  

 

 

♧ 연꽃 - 이승복

 

부처님이 중생

인견하듯 물 위에

둥근 닮은꼴 얼굴이

둥실 두둥실 떠올라

햇볕 흠뻑 쬐며

고행의 몸짓으로

합장하고 있다

 

짓궂은 장마 빗물

다 받아 맞고서

연각(緣覺)의 은빛 광채

발하며 하늘을 향한다

염원해 희구하는

간곡한 마음이 꽃에서

활활 타오른다

 

질척이고 빠지는

깊은 수렁은

서민들의 근접점

누가 아귀자리 정화의

소독을 자청 하였는가

몸은 비록 피곤하나

마음은 극락의 몸짓

뉘 감히 흉내라도

낼 것인가

 

사는 것이

고해(苦海)라 해도

당신 한 몸 불살라

사해 등불로 우뚝 선 이

닮고자 썩은 땅 뿌리박고

찬란히 꽃 피운

선망의 꽃이라

연꽃이라.  

 

 

 

♧ 연꽃이었다 - 신석종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 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 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 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 만으로도 아프다 

 

 

♧ 연꽃 피어 마음도 피어나고 - 이호연

 

해가 지면 어머니 치맛자락에 잠들고

떠오르는 태양에 다시 피어나는 얼굴

 

세상 온갖 시름

황톳물 같은 아픔이라도

지긋이 누르고

꽃으로 피우면 저리 고운 것을

 

이슬이라도 한 방울 굴려

나 또한 찌든 얼굴을 씻고서 다시 서리라

 

하여, 이슬이 있어야 하리

우리네 삶에도

이슬처럼 씻어 줄

그 무엇이 있어야 하리

 

다만 별도 없는 밤은 안 돼

이제라도 긴 숨을 들이쉬어

연뿌리에 공기를 채우듯

가슴 깊이 열정을 간직해야 하리

 

그리하여 연꽃이 피어나듯

내 가슴에도 꽃이 피어나리니

 

바라보는 눈길마다

소담스레 꽃피는 행복 송이송이

연꽃으로 흐드러진 꽃다운 세상이여  

 

 

 

♧ 연꽃 화엄 - 정호정

 

덕진연못에 가면

오색천으로 옷을 기워입은 사람이 단소를 분다

크고 작은 천조각을 아무렇게나 이어붙였다

명주천에 무명천, 두꺼운 모직천도 보인다

얇고 두꺼운 천들을 모아붙여 울퉁불퉁하다

홈질을 한 실이 동아줄이니 더욱 편편하지 않다

듬성듬성한 바늘땀으로 실밥마저 늘어져 있다

 

꽃잎이 조금씩 열린다

차차로 물 위에 연꽃이 뜬다

봉오리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누더기. 남루.

천지를 끌어안은 사람이 단소를 분다

물 위에서 연꽃이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