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메꽃이 부는 나팔

김창집 2013. 7. 25. 07:26

 

한쪽에서는 비가 너무 와 물난리

한쪽에서는 비가 안 와 더워서 난리

정치권에서는 NNL 난리인데도

스포츠는 열기를 더한다.

 

우리 젊은이들 더위를 참으며 죽으라고 뛰어보나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자부는 골 가뭄이고

여자부는 1점씩이 모자란데,

국내 프로야구는 동점 또는 연장 승부로

더위를 잊게 해주는 밤이었다.

 

메꽃은 메꽃과에 속한 덩굴풀로

피침 모양의 잎이 어긋나며 양쪽 밑에 돌기가 있고

6~8월에 연한 홍색의 꽃이 핀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뿌리, 잎, 줄기 등은 약재로 쓰인다. 

 

 

♧ 메꽃으로 부르는 추억 - 장미숙

 

바다엔

그물망으로 빠져나간

아버지의 날들이

출렁인다

 

물결 아련히

목선 저어오다

젖빛 수평선에 잠긴다

 

밀려오는 그리움

바다 속 뛰어든 목소리

한 줌 건져 올 수 없는가

 

백사장에 핀 메꽃 따서

오요요

옛 추억 부르면

출렁출렁

 

바다엔 언제나

아버지가 계신다  

 

 

♧ 메꽃 - 나태주

 

무찔레꽃

애기똥풀꽃

시계풀꽃

중얼거리다가

중얼거리다

아, 저것은

메꽃

간들거리는

종꽃부리

폐교된 산골 초등학교

아이들 없는

복도에

대롱대롱

목을 매단

녹슨 구리종.  

 

 

 

 오라동 메꽃 12 - 양전형

 

오므라드는 입술이라 말을 못하랴

아침 햇살에 잦아드는 이슬이여,

간밤 우리들 사랑은 무효다

어둠에 재갈 물린 세상 속에서

우리들 허튼 수작, 허튼 맹세들

 

허위단심 달려와 토닥대던 뭍바람

죽고

점점이 내려다보던 별들 없으니

이슬이여, 너도 무효며 나도 무효다

드문드문 털구름 박힌

결 고운 하늘 아래

측백 우듬지에 매달린 채 이제 침묵하리니  

 

 

♧ 메꽃 - 권오범

 

바른 행실과 은근한 미소가 그리운

내 작은 행복의 정원에

불청객이 언제 끼어들어

염치 없이 쑥대밭 만들까

씨도 남기지 못할 고자 주제에

넘치는 욕정 참지 못해

아무나 끌어안고 못 살게 더듬는

천하에 못된 것

상습적으로 성추행 일삼다 줄초상난

싹수 없는 가문의 피가 흘러

그러니 걸음마 떼기도 전

몇 발짝 못가 눈 밖에 날 수밖에

근본을 없애려 해도

대를 이어온 물밑 역사가 집요해

잠시 한눈 팔면 칼 물고 용솟음치는

하냥 다짐이 징글징글하다

터무니없이 큰 연분홍 나팔 낳아

우리도 꽃이라고 울고 불게 해

겔러터진 주인 서정 긁어 시험하지 마라

봉선화 맨드라미 위해 이미 극형을 확정했으니 

 

 

 

♧ 아가씨 메꽃 - 소양 김길자

 

산들바람이 지나는

인기척 뜸한 언덕길에서

바람만 불어도 날아 갈 꽃가루

주섬주섬 챙기며

단정한 품새로 누굴 기다렸을까

짝지근한 너의 냄새가

허기진 뱃속에서 광란 일으켜

마음껏 마셔도 될 도랑물소리로도

달랠 수 없다

앙증스럽게 꼬아 문 귀여운 메꽃아

청아한 이슬에 흠뻑 적은 채

아침 해보다 먼저 반기더니

밤이 오기도 전 눈을 감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