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충북으로 가며 황근을

김창집 2013. 7. 26. 00:31

 

지구가 고장 났다는 걸 새삼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드디어 섬 밖으로 탈출하게 되었다.

장마라고 하면 한반도 전역을 무대로

대지를 푹 적시고 끝났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비가 오는 데만 퍼붓고, 안 오는 데는 찜통더위다.

바다 가운데 둥둥 떠 있는 섬이 매일 열대야라니

그럼, 바다가 없는 충청북도로 가보련다.

 

가면서 황근을 올리고 간다.

고으니모르 조그만 동산에 피어있는 이 꽃은

글자 그대로 노랑무궁화다.

이 나무 한 그루가 몇 년 동안 사진 모델 노릇을 하더니,

올해는 더위에 지쳐 삭은 가지가 많고 추레하게 보인다.

 

어떻든 우리가 가는 길이 쾌청하여

이 블로그에 맑고 푸른 사진이 오를 수 있기를….

  

 

♧ 오름오름회 원정 산행 계획

 

1. 일시 : 2013년 7월 26일 금요일 ~ 28일 일요일(2박3일)

2. 장소 : 충청북도 북부 충주호-소백산-금수산-단양 일원

3. 일정 : 청주↔제주 항공편 이용, 수안보 온천 숙박

   제1일 7/26 금 09:20 제주공항 아시아나항공 앞 집결 수속

                제주 10:15 제주국제공항 출발 - 11:15 청주공항 도착

                청주 12:00 점심 13:30 충주호 유람선 관광(단양)

                충주 15:30 옥순봉 등산(워밍업 차원 등반)

                       18:00 수안보 도착 저녁식사 후 자유시간(1박)

   제2일 7/27 토 06:00 기상 세수 후 아침식사

                단양 08:00 소백산(1,439m) 산행(삼가-어의코스 : 11.1km 5시간10분)

                                삼가지원센터-비로사(2km)-양반바위(2.5km)-샘터(1km)-

                                비로봉(0.5km)-어의곡갈림길(0.4km)-어이지원센터(4.7km)

                단양 13:30 하산후 늦은 점심 휴식

                       15:30 도담삼봉 등 단양 8경 유람

                       18:30 수안보 도착 저녁식사 후 자유시간(1박)

   제3일 7/28 일 06:30 기상 세수 후 아침식사

                단양 08:00 금수산(1,016m) 산행(상학-정상 일주코스 5.1km 4시간)

                                상학주차장-삼거리(0.4km)-남근석공원(0.6km)-망덕봉삼거리

                                (1km)-정상(0.3km)-금수산삼거리(0.5km)-삼거리(1.9km)-

                                상학주차장(0.4km)

                       12:30 점심 후 휴식

                보은 14:00 속리산 정이품송-법주사-간단한 저녁

                청주 18:20 청주공항 도착 수속후 19:20 청주공항 출발

                제주 20:20 제주국제공항 도착 해산 

 

 

♧ 황근(黃槿)

 

황근은 아욱과에 속한 낙엽 관목으로

높이 1m 내외로 전체에 황회색 털이 있고,

잎은 어긋나며 7~8월에 황색 꽃이 핀다.

열매는 삭과로 가을에 익는데 잔털이 있고

다섯 개로 갈라진다. 제주도 및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여름의 노래 - 김규동

 

덥다 책을 치우고

백두산 천지 사진을 건다

가긴 어딜 가

이마빡이 시리면 된다

백두산에서 일박하고

무산령을 넘는데

곰 한 마리 길을 막는다

하늘이 보이질 않는 자작나무 숲에서

산삼만 캐먹은 큰 곰이구나

일행 중의 이야기꾼 갓바치 씨가

비스듬히 꽂히는 석양 빛살을

손등으로 가리고

천지개벽 통일주문을 외니

짐승은 꾸벅 절하고 달아났다

영특한 놈이다

내일은 묘향산에서 자게 된다

기암절벽에 감긴

흰 구름덩이도 만져질까

여름옷 걸친 채로

덜덜 떨며 깊은 산 정기를 마실 것이다

여기를 떠나면

금강산

소백산맥 가로질러

다음날은 지리산이구나

한라산이구나

아 길은 머나

신들린 발걸음이 하염없을 뿐.

 

 

♧ 금수산 산행 - 최지윤

 

가슴에선 이미 고동 소리를 듣고 있다

 

도심의 찌꺼기 거르느라 거름종이가 된 하늘과

올망졸망 살림살이 드러낸 봉우리들이

집게가 되어 능선줄기를 꽉 잡고 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벼움도 얻지 못하여

내 마음의 중심으로 들어온 계곡들

척척 살림살이 엮어놓는다

 

그대로인 변화에서

속옷마저 벗어 던질 겨울이 오면

하얀 심장의 박동소리 요란하고

겹겹이 껴입은 여름에

푸른 삶을 본다

 

털어 버린 슬픔이 기쁨이 되고

잊어버린 기억이 추억이 되고

색색으로 멋 부린 낙엽을 밟으며

미끌려 넘어지면서도 길을 간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오르게 된 금수산

정상은 버려야 얻어지는 산행 중에 있었다 

 

 

♧ 시절가 - 도종환

 

장부답게 살고자 하였으나

어지러운 시대를 사는 동안 분을 다 못 삭여

조금씩 병이 드는 사람들

 

엄동설한 난 한 촉처럼 향 잃지 않고

절조 잃지 않고 살았으나

마음 서편 하늘에 던져두고

오늘 울적해 있는 사람들

 

이 저녁 안양루 같은 데로 불러내어

일망무제로 트인 소백산 줄기 내려보며

술 한 잔 호쾌히 하고지고

더럽고 썩은 나라 멸하지 않은 것

그 안에 의로운 이들 아직 살아 있어서라니

그렇게 큰 악에도 벌 받아 다 무너지지 않은 것

풀빛으로 칼빛 이겨온 이들 어디 숨어 있어서라 하니   

 

 

 충주 호수에서 - 송연우

 

산이 깊어 눈물도 깊은가

 

옥순봉 구담봉 산 그림자 품고

 

천년 사랑에 빠졌네

 

수심 속에 무심히 돌 하나 던지니

 

잠시 흔들렸다 다시 조용해진 거기

 

오색 별밭이네

 

새 한 마리 유람선이 일궈 놓은 물이랑을 오가며

 

부스러기별을 가슴에 주워 담네

 

온몸으로 산굽이를 깎고

 

호수가 붉덩물지다 낳은 복새 위

 

온갖 풀잎 발을 붙여 키를 늘리네

 

시보다 고운 섬세한 네 손길

 

보고 싶어 먼 길

 

산 돌아 고개 넘어 찾아온

 

그 마음 아는지

 

떠날 때 또 눈물 글썽이네

 

가면 다시는 못 올 길처럼  

 

 

♧ 법주사 풍경소리 - 목필균

 

어깨 누르는 짐을 메고

법주사로 들어서는 길

 

뎅그렁뎅그렁

대웅보전 풍경소리 마중 나오고

청동미륵불님 내려다보신다

 

절에 자주 오지 못함을

죄스럽게 말하지 마라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문은 늘 열려있느니라

 

이승에 얼룩진 손과

불국의 문고리 잡으려는 손이

합장으로 마주 한다

 

비우려 해서 비워지면

버리려 해서 버려지면

속세를 등질 일이 무엇이랴

 

수만 개의 망상이

소멸되기를 바란다면

그도 욕심이라

 

무릎 끓어 올리는 절마다

비워지는 가슴앓이들

잠시 세상이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