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갯돌, 마당극 품바품바

김창집 2013. 8. 1. 08:48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목포의 극단 갯돌이 열연하는 ‘마당극 품바품바’를 보러 4.3평화공원에 다녀왔다. 이 단체는 1981년에 창단하여 전라남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어 있으며, 20여 명의 젊은 문화 일꾼들이 패기와 실험정신으로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우리 연극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그 동안 전라도 마당극을 비롯해 노래극, 연극, 뮤지컬, 아동극, 청소년극 등 다양한 형식의 공연인 <뺑파전>, <남도천지밥>, <품바품바>, <박 타세 박을 타>, <심청전>, <목포의 눈물> 등의 작품을 민족 정서를 바탕으로 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춤꾼은 춤으로 마당판을 정갈하게 닦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온다. 연꽃으로 승화한 각설이패들은 맑고 깨끗한 영혼을 상징하는 몸짓, 결국 사방에 연꽃을 피어내고 모신다. 빈 몸, 빈 그릇, 공이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들어가 가득함으로 서 있다.' 

 

 

첫째마당 - 천사촌,

둘째마당 - 영산강 푸른 물에,

셋째마당 - 제사밥,

넷째 마당 - 슬로우 슬로우,

다섯째 마당 - 이별 그리고 결혼식으로 이어진다.  

 

 

 열린 공간 4.3평화공원은 밤이면 열대야도 사라지고 무대만이 살아남는다. 오늘(8월1일)은 4.3평화인권 마당극제 마지막 날로 오후 2시부터 푸에르토리코 팀의 1인극 <꾸러미>, 3시반 제주 연극자리 ‘소풍’의 <춤추었을 뿐인데> 4시 대구 극단 함께 사는 세상의 <바람의 기억>, 4시 30분에 <1004년을 공존해온 평화를>, 6시 일본 극단 달오름의 <마당극 4.24의 바람>, 7시 청주 극단 꼭두광대의 <동학창작탈굿 눈자라기>, 7시 50분 가족풍물단의 <우리 가락 좋을씨고>, 8시 (재)광주문화재단 (사)나라사랑예술단의 1인극 <애꾸눈 광대>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서울 각설이 - 이길원

 

타령이라도 한번 신나게 불러보렴

아편 먹은 배암처럼

그렇게 누워 있지만 말고

프라스틱 바구니의 동전 몇 잎보다야

꽁보리밥이라도

개다리 밥상이 낳지 않드냐

마당이라도 한번 쓸어 보렴

人情이 호수 같은 등 굽은 할머니의

초가 마당 쓸듯이

어지러운 발길 밑에서

그렇게 누워 있지만 말고

물 한 모금 따듯이 얻어 마시고

신나게 신나게

타령이라도 한번 불러보렴

각설이야 각설이야

지하도의 각설이야  

 

 

♧ 어떤 품바 - 최범영

 

오음리에서 훈련받고 월남으로 떠난 용사

베트콩의 수류탄에 부상 입고 온

임씨의 시간은 늘 과거진행형

혼자일 때면 그는

가리비 같은 두 손을 맞대고

애절하게 입 색소폰을 분다

서른 여덟 해 지났어도 가시지 않은 후유증

힘들 때마다 누구에게든 노래하라 하고

술에 젖은 입으로 그는 입 장구를 친다

굽이굽이 노래 구절마다 입으로 푸빠∼푸빠∼

고통의 날숨 푸~와 향긋한 들숨 빠~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흔적을 불어 날린다

살살이 서영춘도 그에게 배워 뿌빠라바빠 뿌빠빠

각설이도 배워 품바, 품바 한 거라고 말하는 그를

동네 사람들은 품바의 원조라 부른다

품바의 애절함 틈틈이 따다닥 나타나는 베트콩

안 죽고 살아 몰려오는 기억 저편의 악몽에

수류탄을 던진다 푸빠∼ 푸빠∼ 

 

 

♧ 병든 가족 - 장경기

 

아흐, 미쳐라 바다야

납빛 병동 가라앉는 아내가 되어

녹슨 가래 끓는 딸년이 되어

집은 차압된지 오래,

굽은 등 새가슴에도 거칠 것 없어라

오! 절망하므로 세상은 정겨워

초조히 쫒기어 떠밀려만 가던

이 철사뼈의 작은 손놀림에도

바다는 소스라치누나

뉘 무너지는 비명이냐.

뉘 스러지는 분노냐

오라! 폭풍아 해일아

돌의 잠 속에 갇힌 이 無能의 손가락

미치듯이 탄주하노라

오! 오! 훵하니 비어지는 눈,

검푸른 속으로 침식되는 아내여

강제 퇴원하는

네 파리한 눈꺼풀의 떨림조차 정겹구나

무엇을 노래하랴. 춤추랴

이 혼곤한 절망해 취해

각설이나 될꺼나. 이 철사의 몸

저당이나 잡힐꺼나

아흐 미쳐, 미쳐 무너지듯 솟구쳐 오르는

이 캄캄한 밤, 신음의 모래사장

싸늘히 식어지는 아내야.

아, 아득히 노오란 수평선엔

친숙한 집 하나, 머무는데 

 

 

♧ 거지 소반 - 이길원

 

  채 반세기도 안된 이야기다. 고향집 아침 손님은 대체로

거지였다. 늘 열려 있는 대문으로 들어온 거지는 각설이 타

령을 불렀다. 그런 거지에게 어머니는 국과 김치를 소반에

얹어 주었다. 식사를 마친 거지는 식기를 씻어 놓았고, 어떤

거지는 마당 청소도 해 주었다. 거지가 나간 후 소반을 벽에

걸면서 어머니는 중얼거리셨다. 할머니가 그러셨다. ‘찾아 온

손님 그냥 보내지 말라고.’ 그리곤 할머니에게 살림을 물려

받은 후에도 거지들을 위해 한줌 더 쌀을 씻을 수 있다는 걸

대견해 하셨다.

 

 나는 지금

 문 걸어 잠근 아파트 안에서

 초인종 소리에

 누구냐 다그치고 있다 

 

 

♧ 화개 장터 - 남정

 

섬진강 은어, 힘찬 물살을 가른다

강 가 철새 떼 까맣게 갈대 쥐고 흔들면

놀라 몸 젖히는 화개 장터

청학동 댕기총각 펼쳐 놓은 지필묵에 서당개가 어찔비칠 평사리 옹솥장사는 한 투가리 재첩국에 탁배기께나 걸쳤구나 거나한 입심을 줄창지게 받아치는 지리산 숯도사의 딸기코가 씰룩쌜룩 장돌뱅이 방물장사는 "동 동 구리 무!" 해진 북에 박자 맞춰 쌍과부댁 국밥집을 흘깃흘깃 넘나들고 남해댁은 바지락 까고 순천댁은 비단감네 어절시구 해 오르네 중천으로 해 오르네 피아골에 사돈 할매 새벽장은 고사하고 아침장도 못보겄네 밤새 삶은 애고사리 눈가처럼 짓무르네 벚나무 삼십 리를 함지박에 둘러 이고 이제사 벗어났네 방천밑에 각설이 패는 장마다 굿거리라 총구 난 철모에다 눈칫밥 꼴뚜기네 막 튀긴 펑튀기를 품바품바 줏어담네 얼씨구 절씨구네 투전판에 손뗐다던 거간꾼 허씨 보소 마누라보다 좋다하던 웃배미 옥답 잃고 세 장만에 또 봉이네 당달봉사 헛다리 잡고 앉은뱅이 앞장서네 가세 가세 구경가세 쌍계사를 구비 돌아 화엄사로 구경가세 하동포구 팔십 리를 서로 오라 손짓하네

강 언덕 미루나무 솟은 하얀 신작로 따라

지푸라기 비벼 묶은 자반고등어와

기계국수 한 다발 든 내 유년의 아버지

터벅거리는 발걸음에 달빛이 따라붙고

빗자루몽달귀신 밤도채비 나온다던

창촌모퉁이 돌아서는 흥타령이 구성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