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시조집의 꽃시조
* 왕고들빼기
한희정의 두 번째 시집
‘꽃을 줍는 13월’이 나왔다.
2005년 ‘시조 21’로 등단하여
2009년 첫 시조집 ‘굿모닝 강아지풀’을 냈다.
여름꽃 편지, 가을의 합창, 겨울 연화지, 이른 봄 등
4부로 나누어진 이번 시집은
고명철 평론가가 해설을 맡았다.
그 중 꽃시조를 골라
사진을 덧붙여 싣는다.
♧ 여름꽃 편지 1 - 부용
챙 넓은 모자 쓰고 잔주름이 더 고운
낯선 여행지의
길을 묻는 그 여자.
막 깨인 아침 간이역
누굴 찾아
서
있나
♧ 여름꽃 편지 2 - 맥문동꽃
수능일 백일 남긴
우리 동네 도서관에
오답을 찍다 멈춘
오엠알 땀방울처럼
여름내
붉으락푸르락
연필심만
깎
네
요
♧ 여름꽃 편지 3 - 참깨꽃
낮잠을 자면서도
자랑 것은 다 자란다
유아원 원생들이
키재기를 하는 동안
여름이 가스 불 올리고
손수제비 끓인다
♧ 여름꽃 편지 4 - 백일홍
나이 마흔에도
짧은 치마 입던 언니
빨간색 꽃양산에
자꾸 눈물 감추던 언니
비키니 며느리 데리고
친정집에 와 있네
♧ 여름꽃 편지 5 - 부추꽃
기다린 뉘 없어도
종종 발걸음인 그대
마음을 알기 위해
꽃을 만져 본다는 그대
초저녁 잔별로 떠서
울담 밑이
환하다
♧ 여름꽃 편지 6 - 메밀꽃
섬이라 건너지 못한
삼등성 잔별 밭에
염색물 알맞게 빠진
울 엄니 머리카락
반지기 고봉밥 위로
싸락눈도
내렸지
♧ 물매화
조신한 계집아이
바람 타고 싶은가 봐
민낯에도 당돌하게
까치발 들고 서서
톡
톡
톡
그 녀석 향해
전화번호 누른다
♧ 꽃향유
계절이 깊을수록
꽃은 더 향기롭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때가 되면 따라와서
저 먼저 얼굴 붉히네
나직이 수다를 떠네
* 한라돌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