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한희정 시조집의 꽃시조

김창집 2013. 10. 25. 13:28

                                                                                                                   * 왕고들빼기

 

한희정의 두 번째 시집

‘꽃을 줍는 13월’이 나왔다.

 

2005년 ‘시조 21’로 등단하여

2009년 첫 시조집 ‘굿모닝 강아지풀’을 냈다.

 

여름꽃 편지, 가을의 합창, 겨울 연화지, 이른 봄 등

4부로 나누어진 이번 시집은

고명철 평론가가 해설을 맡았다.

 

그 중 꽃시조를 골라

사진을 덧붙여 싣는다.

 

 

♧ 여름꽃 편지 1 - 부용

 

챙 넓은 모자 쓰고 잔주름이 더 고운

 

낯선 여행지의

 

길을 묻는 그 여자.

 

막 깨인 아침 간이역

 

누굴 찾아

 

 

있나 

 

 

♧ 여름꽃 편지 2 - 맥문동꽃

 

수능일 백일 남긴

 

우리 동네 도서관에

 

오답을 찍다 멈춘

 

오엠알 땀방울처럼

 

여름내

 

붉으락푸르락

 

연필심만

 

  네

   요

   

 

♧ 여름꽃 편지 3 - 참깨꽃

 

낮잠을 자면서도

 

자랑 것은 다 자란다

 

유아원 원생들이

 

키재기를 하는 동안

 

여름이 가스 불 올리고

 

손수제비 끓인다

   

 

♧ 여름꽃 편지 4 - 백일홍

 

나이 마흔에도

 

짧은 치마 입던 언니

 

빨간색 꽃양산에

 

자꾸 눈물 감추던 언니

 

비키니 며느리 데리고

 

친정집에 와 있네 

 

 

♧ 여름꽃 편지 5 - 부추꽃

 

기다린 뉘 없어도

 

종종 발걸음인 그대

 

마음을 알기 위해

 

꽃을 만져 본다는 그대

 

초저녁 잔별로 떠서

 

울담 밑이

 

환하다

 

 

♧ 여름꽃 편지 6 - 메밀꽃

 

섬이라 건너지 못한

 

삼등성 잔별 밭에

 

염색물 알맞게 빠진

 

울 엄니 머리카락

 

반지기 고봉밥 위로

 

싸락눈도

 

내렸지  

 

 

물매화

 

조신한 계집아이

 

바람 타고 싶은가 봐

 

민낯에도 당돌하게

 

까치발 들고 서서

 

 

그 녀석 향해

 

전화번호 누른다 

 

 

꽃향유

 

계절이 깊을수록

 

꽃은 더 향기롭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때가 되면 따라와서

 

저 먼저 얼굴 붉히네

 

나직이 수다를 떠네

                                                                                     * 한라돌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