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헌집의 한시들
* 옥순봉의 바위와 소나무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편찮다는 말을 듣고도 바쁜 핑계로, 한 번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두꺼운 낯짝으로 어제야 문상을 하면서 영정 앞에서 죄스러웠다.
평생을 경찰에 투신하여 정년을 맞았고,
시골에 정착하셔서 서예와 시작(詩作)을 즐기셨다.
시조명인이시며, 한의학을 독학으로 연구하시기도 했다.
특히 漢詩(한시)를 살리려 영주음사에 영주시숙을 차리고
시인을 길러내시며, 많은 지역과 교류도 가지셨다.
상주인 아드님 김경국 선생과 홍국, 완국 두 동생이 특이하게도
문상객들에게 于石軒集(우석헌집)이란 시집을 한 권씩 안겨준다.
생전에 선비다운 그 성품이
시 속에 다 담겨 있다.
시집에 있는 시중에서 몇 편을 골라 이곳에 싣는다.
고인은 나주김씨 琯(관)자 玉(옥)자이시고,
호는 晩耕(만경), 于石軒(우석헌), 石庵(석암), 何竹軒(하죽헌),
서귀포경찰서장과 제주경찰서장을 지내셨다.
일포는 오늘(12월 2일)이고, 내일 발인한다.
문상 장소는 하귀농협장례식장이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筆耕(필경 : 글씨 쓰는 일)
一字難當殘燭間 작품을 만들 때에 한 글자도 어려운데
晨窓辱白鳥關關 새벽 창이 밝아오니 새들마저 놀리노나.
平生翰墨成何事 한평생 먹을 갈아 무엇을 하였는고
自笑無由老瘦顔 까닭 없이 늙은 얼굴 스스로 웃었도다.
* 산천단 곰솔
♧ 雲裏松(운리송: 구름 속 소나무)
雪壓三天界 온 세상에 눈이 내려 천지를 뒤덮어도
孤松獨耐寒 외로운 소나무는 추위에 견디도다.
傲霜能鬱鬱 서리가 내렸어도 동산에 무성하고
侮雨更桓桓 큰비가 온다 해도 西野(서야)에 굳세도다.
鶴骨凌空瘦 학과 같은 형용은 하늘 높이 솟아 있고
龍姿映水蟠 용과 같은 모습은 물속 깊이 서리도다.
四時靑不改 춘하추동 사시절 푸르름이 불변하니
吟賞興無殫 읊어올 때 흥겨움이 다하지 않는도다.
♧ 老松(노송 : 늙은 소나무)
懸崖度一生 가파른 언덕에 높이 솟아 한 평생을 보내니
霜肅氣尤淸 서리가 엄하여도 기는 더욱 맑았도다.
赤甲蟠龍勢 껍데기 물에 잠겨 서린 용의 그림자요
蒼髥戞瑟聲 수염에 바람 불어 거문고의 소리로다.
自持君子節 군자의 절개를 스스로 지켜내고
何羨丈夫榮 장부의 영화를 부러워하지 않는도다.
結伴千年鶴 천년 동안 고고한 백학과 벗을 하여
超然世外擎 세상을 뛰어넘어 속되지 않는도다.
* 사인암과 소나무
♧ 安分(안분 : 분수를 지킴)
寸土難追時歲嚴 자그마한 흙덩이로 얻어오기 어려우니
以來安分老身謙 분수를 지킨 속에 늙은 몸 어질도다.
人間富貴如雲壤 인간의 부귀는 깨진 구름 같은 곳에
世上功名似露霑 세상의 공명은 이슬을 닮았도다.
村舍元無餘日患 촌사에는 원래부터 남은 우환 없었거늘
橘園自有普天甛 귤밭에는 스스로 달콤한 맛 쌓였도다.
平生報國成何事 평생을 보국하여 얻은 것이 무엇인고
一擲虛聲晩節恬 헛된 명성 버려두고 노후를 즐길진저.
* 병귤
♧ 들락날락
아흰 때 얼먹어사 아이일 때 고생해야
그민 망지곡 커서는 똑똑하고 야무지며
두린 때 호강민 어린 때 호강하면
큰 뒤 몰명난 다 큰 뒤에 미련하니
게메선 바당을 보난에 그러기에 바다를 보니
싸사 드는 걸라고. 물이 써야 드는 거더라고.
* 속리산 정이품송
○ 천수경 - 삼보사(三寶寺)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