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21호와 참식나무 열매

김창집 2013. 12. 26. 00:18

  

제주시조 2013년 제21호를 펴다.

단시조와 어울린 사진 배열이 눈길을 끈다.

 

시조 몇 편을 옮기며

사랑의 열매를 닮은 참식나무 열매를

같이 싣는다.

 

 

♧ 돌탑 앞에서 - 김영숙

 

간절한 게 참 많은 세상에 산다. 우린

 

곧추선 기도 위에 돌멩이 얹으려다

 

아니야,

 

손을 거둔다

 

욕심 하나

 

버린다. 

 

 

♧ 쇠소깍 - 한희정

 

함부로 제 속을 보여주지 않던 그 곳.

 

그냥 저냥 참아낼까, 울컥 뱉어낼까

 

입술만 들썩이다가 속내 저만 깊었지.

   

 

♧ 자귀나무 꽃 피네 - 김진숙

 

열 손가락 맺은 언약 전통 혼례 치르시나

 

연분홍 색실 풀어 등 밝힌 하늘가

 

족두리

 

고운 어머니

 

꽃신 안고

 

오시네

 

 

♧ 시월은 - 강문신

 

시월은 알알이 그리움 섬 하늘 드높여놓고

 

숨 가쁜 천지연폭포 여여餘餘히 물 맑혀놓고

 

상류로

 

하류로 바다로

 

물오리 둥둥 띄워놓고

 

 

♧ 소나무 단풍들었네 - 강봉수

 

온 섬이 열병을 앓아

 

기침하는 가을새벽

 

만고에 푸르다던 기개도

 

꺾이는가

 

단풍든 소나무 숲에

 

칼바람이 숨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