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라산 풍경
일요일,
5.16도로를 통하여 한라산 옆을 오가며
눈 쌓인 한라산을 본다.
2014년 갑오년을 맞아
제주인의 많은 바람을 안고 있을
인자한 모습을 보고는
차를 멈추고 셔터를 누른다.
올해는 제주가 평안하여
도민들이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제주시에서 또 서귀포시에서
어머니 산에 대고 기원해 본다.
♧ 겨울한라산 - 오석만
바람이 시작되는 곳을 아는가?
구름이 넘나들며 백록이 목을 축이던
한라에 서서
멀리 출렁이는 바다가
바람을 해맑은 하늘에 마구 뿌려대는
비취빛 사랑은 누구의 숨결인가?
하늘과 땅 사이에 온통 피어있는 하얀 눈꽃들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그대와 손을 꼭 잡고
순백의 눈꽃 세상에 푸우욱 빠져
차가운 바람도, 힘에 겨운 무게도
하얀 사랑으로 이겨내는 푸른 나무들처럼
다시 태어나
겨울한라산에 매달려있는 고드름이 되어도 좋고
따스한 햇살에 녹아떨어지는 한 방울 물방울이어도 좋다
그대 눈 속에서
출렁이는 파도로 하얗게 피어오르는
하얀 나비라도 좋고
끝도 없이 부딪치는 파도에서 시작되어
겨울한라산 백록을 넘나드는 구름이라도 좋다
♧ 한라산 풍경 - 최상고
분화구 위로
흩어지는 구름
봉우리로
길 떠나는 바람이 보인다
산을
떠나는 숲과
산을 향해
달려오는 숲이 있다
먼
바다는 하늘위로 출렁거려
한라산 구름은
파도에 묻혀 버리고
가물거리는
산발치의 빌딩
명 채
풍경화로 담긴다
나무들은
산자락에서 수군거리고
숲을 비껴가는
갈매기
몇 마리
안개 같은 바다로 길을 떠난다
♧ 漢拏山한라산 1 - 한기팔
나직이 울리는
구름의 말
풀잎의 말
그 아득한 곳의 물소리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은 몸으로
한 世上세상 귀 기울여 살려했는데
내게 이르는 모든 것
내게서 떠나는 모든 것
먼 地平지평에
구름 모이면
山의 遠近원근이 뚜렷한데
끝내 내 생각이 미치지 못하면
山산 하나를
마음으로 비운다.
♧ 겨울 한라산 - 정호승
맹인들이 한라산을 오른다
흰 지팡이를 짚고 눈 속을 헤쳐
한라산에 사는 백록을 만나러 간다
한란의 꽃줄기 같은 안마사 미스 김도
하모니카를 불며 하루 종일 지하철을 떠도는 김씨도
국립서울맹학교 국어교사 박 선생도
한 발자국 두 발자국 한라산을 오른다
눈 밟는 소리가 맑다
바람을 타고 눈발이 흰 지팡이를 따라 밝게 사선을 긋는다
나는 잠시 그들의 발아래 눈처럼 밟힌다
밟힌다는 것이 이렇게 편안한 때는 처음이다
어리목에서 내려온 노루들이 그들의 뒤를 따른다
어느새 성산포가 뒤따라 올라온다
백록이 서둘러 걸어 내려와 손을 잡는다
서귀포 앞바다가 한눈에 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