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변산바람꽃 피는 날

김창집 2014. 2. 11. 00:24

 

백두대간을 따라 연일 폭설이 내리고

그게 이곳 제주에는 비가 되어 내린다.

 

2월도 중순으로 넘어가는 시기

입춘도 지나고 내친 김에

봄은 서둘러 섬을 떠나려 하는데.

 

꽃샘추위를 느낄 여유도 없이

제주의 봄은 벌써 무르익었다. 

 

 

♧ 외줄 타는 변산바람꽃 - 박종영

 

더딘 봄 아침을 연다

여린 가슴 추수려

텃밭에 한 그루 매화가 활짝 피었다

꼭, 누구네 해 맑은 웃음 닮아

혼자 웃고 있는 걸 보니 애처로운 향기다

살며시 그것의 곁으로 서서

색조가 탐이 나는 것은 아직 남은 열정이 있어

탐닉을 반추하려는 욕심일까?

오로지 하얀 웃음을 보기 위해 겨울은 언 강을 건너며

너의 가슴에 따뜻한 시련을 수놓았으리

들꽃이 기지개 켜는 시간은,

게으른 농부에게 힘을 실어주는 향기의 구휼이라

굿판이 열리는 봄의 길목에서

외줄 타는 변산바람꽃,

오늘, 네 환한 웃음이 슬프게 들리는 것은

늑장 부린 봄,

아득한 향기 탓이려니  

 

 

♧ 바람꽃으로 - 김승기

 

되돌아보면

흐르는 바람이었어

움켜쥘수록 깊어지는 허공

세월만큼 커지는 모든 것이 바람이었어

올라야 하는 길이었다고 자위하면서도

그러나 부질없는 것이라고

너무 쉽게 놓아버린 몸짓이었어

꽁꽁 얼어붙은 땅에도 봄이 와서

싹 틔우고 꽃 피워 향기 날리는데,

욕심의 굴레를 벗는다는 것이

더 큰 굴레를 만들었어

다시 산을 오를 때는

한 가닥 남아 있는 마음마저도 내려놓아야 할까

바람꽃으로 피어 온몸을 맡길 수 있을까

얼마큼이나 움켜쥘 허공이 놓여 있을까

마음을 비우는 연습

이제는 접어야지

 

산을 내려온 지금

또 다른 생의 한 길목에서

바람꽃으로 거기 있었음을 생각한다 

 

 

♧ 바람꽃 - 이희숙

 

바람이 우수수 일어서는 저녁이면

가슴속 화인으로 뜨겁게 새겨진 그대 이름

타는 목마름으로 수없이 불러내어

비밀의 사랑 가슴에 묻던 날

그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타는 그리움 죄가 된다 해도

그대 외로운 이름

내 삶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싶었다

 

억겁의 시간 돌고 돌다

다음 생에서 그대 혹여 만나면

잔설이 채 녹지 않은 땅

순백의 고결함으로 가장 먼저 꽃을 피워

그대 뜨거운 이름 위에

순한 내 이름 깊이깊이 새겨 넣고 싶다

그대를 그리는 내 사랑의 이름은

영원히 시들지 않고 지지 않는 바람꽃  

 

 

♧ 바람꽃 - 오양심

 

가파른

벼랑 끝에

풀씨 하나 심어 놓고

 

잎자리

꽃자리를

아프게 일어 서더니

어둠 속

길을 틔우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목마르고

헐벗어도

언 발로 땅을 지켜

햇빛 알갱이들

어깨 추스려 모아 놓고

 

한 송이

꽃 피워줄 날

기다리고 있을거야  

 

 

♧ 바람꽃 - 김세실

 

꽃이라 부르지

않아도 좋아

내 모습 아무도

볼 수 없을 테니까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아도 좋아

아무도 나에게

얘기하지 않으니까

 

그러나그대는

알고 있지

내 마음 그대따라

출렁이는 것을

 

그대 그리워

가는 곳마다

꽃으로 눈물로

뿌려지는 것을.

 

그대 사랑해

가는곳마다,

애타는 가슴으로

타오르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