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현택훈의 시와 살갈퀴

김창집 2014. 3. 4. 00:44

 

 

현택훈 시집 ‘남방큰돌고래’를 폈다.

‘해변의 펜션’이 나타난다.

배열 순서가 4-3-2-1이다.

아, 4층 베란다에 있다고 했지.

요즘 양지녘에 핀 살갈퀴와 맞춰본다.

 

 

♧ 해변의 펜션 - 현택훈

 

   4

 

바람에 떠 밀려온 건물들이 모두 해변에 모여 있다.

그래도 바다에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건물은 건물이다. 소금기에 전 4층 건물.

바닷가 펜션 4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이별은 파란색이구나.

나와 당신과 펜션의 차이점에 대해서

소라게처럼 고심했던 날들이 파도친다.

음악과 음악과 음악의 차이점에 대해서

방파제처럼 고심했던 날들이 파도친다.

 

 

 3

 

붉은 운율 자락 휘날리며 바람을 가르는 당신.

붉은 운율 자락 휘날리며 바람을 가르는 이별.

가래 끓는 소리로 밀려오는 파도가

허연 담痰의 포말을 일으키며 가르릉거린다.

해당화로 피어난 객혈은

악사의 혈맥 속에 흐른다.

잠시 당신 생각을 하지 않듯

귀에서 리시버를 뺀다.

현관문 닫는 소리만이 명징하구나. 

 

 

 

   2

 

이 땅의 모든 이별은 해변에 있다.

갈매기는 이 건물을 민박집이라 부르고,

등대는 녹색지붕집이라 부른다.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일처럼 수월하다면

살아볼 만도 할 텐데 때론

만만치 않은 것이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일이다.

무릎으로 전해오는 아린 소금기들.

해변의 펜션에는 수취인 주소가 없다.

주소가 해풍에 젖어 지워져버리기 때문이다.

 

 

   1

 

수취인 불명의 편지처럼 덩그러니 내려와

걸어가는 길. 결국 음악은

물 위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별이 떠오르지 않듯이.

바닷가에선 바람이 대신 걸어주는가.

이별에 관한 속담 하나를 잠바 안주머니에 넣으니

심장 부근이 두툼해져서 조금 위안이 된다.

바다를 등지면

한낮의 등대처럼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