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경칩에 올리는 매화

김창집 2014. 3. 6. 08:09

 

어제는 몇 달만에

별도봉과 사라봉에 올랐습니다.

 

별도봉에 소나무가 많이 사라져

훵하게 보였습니다.

 

올 겨울이 그리 춥지 않은 마련해선

꽃이 훨씬 적게 피었는데,

산자고만 찬바람 속에

명맥을 유지합니다.

 

하기야

쇠별꽃, 개불알풀, 광대나물, 개구리발톱풀,

개구리갓, 수선화, 붓순나무, 명자나무 꽃 등,

찍은 꽃 숫자는 빼곡합니다.

 

달력에만 경칩이 아니라

꽃들도 개구리마냥

풀떡풀떡 뛰어 나왔습니다.  

 

 

♧ 驚蟄경칩 - 김명배

 

어디를 짚어도

맥박이 온다.

 

살아 있는 땅

 

나무를 구르면

하늘을 메우는 숨방울,

 

들을 구르면

눈높이까지 솟는

공깃돌

위로

 

날아오르는

숨방울,

 

아지랑이는 아직

바램보다

키가 작지만

 

살아 있는 땅,

 

어디를 짚어도

體溫체온이 온다,

맥박이 온다.  

 

 

♧ 경칩 - 임영봉

 

나무 등걸에서 돋는

푸른 내음이야

눈을 감아도

쏟아지는 햇살

가슴을 쪼옥 째고

들려오는

문고리를 잡아다니는

인기척

여보세요

거기, 누구신가요

십리 풀밭

거기, 누구신가요  

 

 

♧ 분노한 경칩 - 홍윤표

 

적설로 세상을 덮어

지구를 놀래었다

 

분노한 경칩아침

거리는 정신을 잃었다

백년한 숨막힌 폭설에 갈길 잃은 나그네

 

우수는 천지를 깨고

경칩은 땅 깬다더니

 

길 드린 고속도로

폭설로 잠 설쳤다

붕괴한 소득의 터전 생명선이 망연하다  

 

 

♧ 분노한 경칩 아침 - 장은수

 

분노한 경칩아침

이 땅이 얼어붙었다

백 년 동안 가슴에 서려있던 한을

하얀 눈 뭉치로 토해 낸다

 

길들인 고속도로 마비되고

시운전하는 고속철도 레일위에 멈췄다

땅속에 개구리들 나오지 못고

오장육부 뒤집혀도

말 못하는 이유를 아는가

 

세상만사 돌아가는 꼴이

꼴이 아니라

이 땅을 마구 흔들어

하늘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까 두려워서다

 

마라도 난초가, 독도의 소나무가

백령도 바위가

육지의 새들이 날아 오는 것을

외면하는 것을 아는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가

 

하늘이여

내려라, 쏟아 부어라

백 년 동안 가슴에 서려있던 한을

하얀 눈 뭉치로 토해 내어라

육지에도, 바다에도

차라리

이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려라  

 

 

♧ 경칩 하루 - 운봉 김경렬

 

봄날에 쟁기 몰고

이랴 들로 나가자

 

소쩍새 우는 무논

언 땅을 갈아보자

 

식전에

나올 막걸리

그 맛이 그립다  

 

 

♧ 봄에게 쓰는 편지 - 박인걸

 

경칩에 걸쳐있는 햇살은

겨울을 걷어내는데 힘겹기만 하고

그늘진 가슴을 짖누르는

두꺼운 얼음장을 녹일 봄 바람은

어디서 온도를 가열하고 있는가

 

살아온 삶이 고달플 수록

마음은 만년설 만큼 차갑고

계절의 순환이 해마다 이뤄져도

내 영혼은 언제나 겨울이었오.

 

해빙에 강물이 흐르고

물오른 나무마다 윤기가 돌아도

단단히 걸어잠근 마음 빗장을

아직껏 풀지 못하는 이유는

내 마음을 녹여줄 봄 바람이

나를 잊고 있기 때문이리.

 

언제나 겨울 한 가운데서

그토록 힘겨워 하며

아지랑이 사이로 달려오는

봄을 꿈꾸며 기다렸건만

그대는 번번히 나를 외면하였오.

 

얼음장 같은 마음의 벽을 깨고

고독의 울타리를 확짝 열어 젖히며

서러움의 눈물을 닦아내고

당신을 맞이하고 싶소.

 

진달래 소복이 피우며

종달새 노랫소리도 듣고 싶소

봄이여 이제는 내게로 다가와

내 손을 힘있게 잡아 주오

내 가슴에 생기가 돌게 해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