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광대나물에 어리는 봄 향기

김창집 2014. 3. 14. 00:00

 

이 광대나물은 제주 기후에 적응했는지

따뜻한 곳엔 초겨울에서부터 피기 시작한다.

 

어쩌다 색소가 완전히 빠져버려

새하얀 색으로 피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꽃 속에

어릿광대들이 분장하듯

점들이 찍혀 있다.

 

요즘 들어 제대로 피어 있는 꽃을 보면

훨씬 더 재미있는 모습이다.

 

 

광대나물은 꿀풀과에 속한 두해살이풀로

높이는 10~30cm 정도이고,

줄기는 밑에서 가지가 갈라져 여러 개 올라온다.

4~5월에 적자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돌려난 것처럼 핀다.

통증을 멈추게 하거나 위궤양을 치료하는 데 이용된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 광대나물 - 김승기

 

오늘 이 꽃이 피면

내일은 저 꽃 지겠지

 

외줄 타는 일생

언제 떨어질까

조마조마 조바심 일다가도

 

구경꾼 모여들면

하늘로 치솟을 때마다 피어나는 신바람

붉디붉게 맺히는 꽃송이

걸팡진 놀음판이었지

 

꿈으로 남은 건가

멀어진 아득한 세월

이젠 누가 나물이라고 먹어주겠는가

 

한바탕 신명나게 놀았으면

새로 피는 꽃을 위해

서 있던 자리 물려주어야겠지

 

명예로울 것도 없지만

서러울 것도 없지

 

목숨으로 사는 생명이여

어느 것 하나 모두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지휘하는 그분의

각본에 따라 울고 웃는

광대놀음판의 연극배우인 것을

 

 

♧ 첫 봄나물 - 고재종

 

얼어붙었던 흙이 풀리는 이월 중순

양지바른 비탈언덕에 눈뜨는 생명 있다

아직도 메마른 잔디 사이로

하얀색 조그만 꽃을 피운 냉이와

다닥다닥 노란색 꽃을 피운 꽃다지와

자주색 동그란 꽃을 층층이 매단 광대나물

저 작은 봄나물들이 첫봄으로 푸르다

저 작은 것들이 지난 가을 싹을 틔워

몇 장의 작은 잎으로 땅에 찰싹 붙어

그 모진 삭풍의 겨울을 살아 넘기고

저렇듯 제일 먼저 봄볕을 끌어모은다

저렇듯 제일 먼저 봄처녀 설레게 한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 그 크기 워낙 작지만

세상의 하많은 것들이 제 큰 키를 꺾여도

작아서 큰 노여움으로 겨울을 딛고

이 땅의 첫봄을 가져오는 위대함의 뿌리들.

 

 

 

♧ 지금은 봄과 연애중 - 오순화

 

그 길 지나다 스쳐버린 너

그 길 지나다 주저앉은 나

옹알옹알 제비꽃과 연애에 빠졌다

 

그 길 지나다 바람향기

그 길 지나다 꽃향기

흔들흔들 광대나물 사랑에 빠졌다

 

바람언덕에 바람꽃 피고

앵초 자주고름 풀어 님인 양 유혹하고

이슬 베고 누운 괭이눈이 연애질한다고…….

 

아지랑이 지천에 내리면

산벚나무 꽃비 되고

팥배나무 꽃눈내리는 그 길가

 

여린 별꽃 같은 사랑

소곤소곤 봄이 자란다

봄날이 가더라 

 

 

♧ 꽃피는 봄이 오면 - 하영순

 

삶이란 오미자 맛 같은 것

달짝지근 한가 하면

쌉쌀하고

새콤하고

땡감 맛인가 하면 짠맛도 있듯

 

어찌 삶이

하루 같을 수 있으랴

흐린 날이 있으면 갠 날도 있고

슬픔이 있으면

즐거운 날도 있으리라

 

오늘의 슬픔이

내일 즐거움이 되려니

 

나 아파도 울지 않을 것이다

서러웠던 일

괴로웠던 일

차곡차곡 접어두었다가

꽃피면

꽃잎보고 추억이라 말하리라  

 

 

♧ 꽃피는 봄이 오면 - 김설하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는 봄비가

거푸 세상 속에 나들이를 나오면

옆구리가 간지러워 까르르 웃는

마른 나뭇가지의

제 몸 비비는 소리가 들립니다

 

맑은 바람 한 가닥 스치고 지나

묵은 먼지를 닦아낸 가슴으로

파릇한 풀잎의 수줍은 미소와

나뭇결 속에서 걸어 나온

잎새의 숨소리도 들립니다

 

얼어붙었던 냇물이 녹아

돌돌돌 노래를 하면

노란 햇살 카랑카랑 내리고

낯설지 않은 누군가를

만날 것만 같은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대는 봄길

 

진달래 활활 불붙는 언덕

꽃처럼 화들짝 웃어재끼며

연분홍빛 가슴으로 정답게

인사를 나누어도 좋겠습니다

 

앙상했던 가지마다

새록새록 잎이 돋아나고

쓸쓸했던 가슴 꽃바람 일어

눈부시고 환한 꽃물이 들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꽃피는 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