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애월문학 5호의 시와 메꽃

김창집 2014. 7. 1. 07:26

 

어제 하귀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느지막이

‘애월문학’ 제5호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축하공연은 이외로

경찰악대 연주

시조창

제주민요 창이 행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문우,

동네 어르신들과

술 몇 잔 마신 뒤,

모처럼 꼬불꼬불 도는 시내버스를 타고

시청에 내려 다시 한잔 했다.  

 

 

♧ 안개 3 - 김종호

 

무료한 창가에

먼 바다 무적소리

 

낡은 거리와

노란 웃음과

파란 눈물과

 

무슨 책 몇 쪽의

무슨 얘기였더라

 

혼자 불어가는 들판에

길을 다 지우고

그리움만 무너져 내린다.

 

 

 인동초 - 변성언

 

청보리

바득바득

여무는 계절에도

 

당신은

 

선한 얼굴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 낮달 - 박우철

 

애월, 한담 개가길

있는 듯, 없는 듯

민낮으로 피어난

노란 달맞이꽃

 

비양도에 노을 지고

별빛 총총 박히면

분향 가득 피어나는

하얀 그리움

 

 

 

♧ 산목련 - 문순자

 

사나흘에 한번쯤도

웃을 일이 없다는

밥상머리 아들 녀석

그 말 곧이 들었는가

장맛비

아랑곳없이

함박꽃만 피우네 

 

 

♧ 다랑쉬오름 - 문경훈

 

다랑쉬오름 올라

바다를 본다

땅과 맞닿은 그 끝자락에

눈물 같은

숨비소리 

 

 

♧ 오죽烏竹의 시선 - 홍성운

 

이태 전 사립문 옆 오죽 몇 개 심었다

눈길 한번 없어도 죽순은 돋아나고

섬겨울 하늬바람에

댓잎소리 제법이다

 

녹색의 점무늬로, 점무늬가 갈색으로

한겨울 눈보라를 네댓 해 맞고서야

푸른 빛 은은히 배인

오죽으로 거듭난다

 

카스트는 아니다 서열은 애초에 없다

속마음 비워내고 꼿꼿이 섰을 때

비로소 오죽이 된다

사람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