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제주작가의 시조와 실꽃풀

김창집 2014. 8. 9. 07:41

 

제11호 태풍 할롱이 다행히 제주를 비켜 가고 있다.

지난 주 이보다 나중에 발생한 제12호 태풍 나크리 때문에

외래강사에 의해 진행되는 오름 강좌를 못해 오늘로 미루어졌는데,

오늘은 두 강좌를 오전 오후로 이어

치러질 것 같다.

 

모처럼 오름에 갈 수 있는 날씨 같아

어느 팀과 더불어 오랜만에 가봐야겠다.

가서 만날지 모르는 실꽃풀이 눈에 아른거려

사진을 찾아 제주작가의 시조와 함께 올려본다. 

 

 

 

♧ 냉이꽃 - 장영춘

 

얼리지 마라,

얼리지 마라

터진 손 호호 불며

 

군불 땐 아랫목에

무릎 베고 피어난

 

향기로

뿌리내려라

 

끝없는

 

 

 

♧ 어머니의 기준 - 이애자

 

웃음이 괄면 웃음 끝이 걱정이셨던 어머니

 

더도 덜도 아닌 곳에 선을 긋고 사셨으니

 

오늘날 늘 그만하길 다행으로 다행하시다 

 

 

 달 - 홍경희

 

있어도

없는 듯이

지내라 하셨기에

 

문득

고개 들 때까지

기다리라 하셨기에

 

서러움 말아 쥐고서

뚠 눈으로 서성였죠

 

너만은 아껴주겠다는 말

은밀히 품고서도

 

긴가민가 무심한 날들,

달아오를 수 없네요

 

험한 밤

몸을 축내며

미적미적 떠나요 

 

 

♧ 꽃무덤 - 김영숙

 

손글씨 표지판 아래

엉겅퀴가 붉구나

 

벌초를 하고나자

빈 젖 같은 봉분

두 개

 

청춘아,

무얼 꿈구나

속냉이골*

덤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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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냉이골 무덤 : 남원읍 의귀리 1931-1번지 일대. 1949년 1월 의귀 사건에서 희생된 무장대들이 집단으로 매장된 곳. 누구도 돌보지 않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무덤. 

 

 

♧ 낙타가시나무 - 김영란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선수

 

숨겨둔 꼼수가 보여

 

죽기살기로 한단 그 말

 

뒷계산 튕기지 않고

 

죽자 해야 사는 거지

 

붉은 꽃 사막에 핀다

 

선불로 낸 저 목숨 

 

 

♧ 석류 - 현경희

 

배부른 몸뚱이의 비밀이 밝혀진다

감춰진 속내가 타는 태양에 새나가고

새빨간 닭 벼슬들이 담벼락에 걸렸다

 

알알이 잠들었던 밀담들이 터져 나와

남의 집 더부살이 서럽다 서럽다 서럽다

새빨간 아우성들이 쩍쩍쩍 입을 벌린다